• 임금과 물량은 그대로?
    By 나난
        2010년 02월 03일 01: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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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부터 본격화된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논의는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력 때문에 노사간에는 물론, 노동조합 내부에서까지 다양한 쟁점과 논란을 남겼다. 먼저 주간연속2교대제의 기본원칙과 실현방향에 대한 입장에 있어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완성차업체의 사용자입장은 논외로 하더라도 노동조합 내부에서조차 미묘한 의견차이가 나타났다.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 노동강도의 강화 반대, 고용안정의 확보 등을 핵심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체 지부의 경우 최대한의 임금보전과 물량보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임금과 물량이라는 현실적 고민

    특히 2008년 합의안의 경우 실제로 생산체계의 일정한 변화(M/H협의회와 물량조정위원회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임금보전과 물량보전을 직접적으로 연동하는 방식을 합의함으로써, 실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한 장시간노동의 축소를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효율성의 강화조치를 일정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 2008년 열린 주간 연속 2교대제 관련 토론회 (사진=금속노조)

    또한 주간연속2교대제의 즉각적이고 일률적인 도입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주간연속2교대제는 구체적 형태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직당 일일 8시간의 정취노동을 기본으로 평일잔업을 하지 않고 심야노동을 최소화하는 2교대제로 인식되었다.

    라인작업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평균 연령 45세 이상이 되고 있는 고령화추세를 고려하고 생산라인의 과잉운영상태를 시정하기 위해서 기존의 주야맞교대제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이의는 없었다. 하지만 10+10방식에 연간 평균 2500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작업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과연 8+8방식에 연간 평균 1900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을 일시에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또한 월급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연간노동시간의 급격한 축소는 총액임금의 상당부분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강한 불안감이 조합원들에게 잠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현대차지부는 2008년 합의안에서 소위 8+9방식이라는 근무형태의 ‘단계적 도입안’을 수용하게 되며, 이에 따른 제반조치로 사업부간 물량조정, M/H상승이라는 합의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으로 인한 노동강도의 강화와 현장권력의 역전 가능성 때문에 노조내부의 심각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다.

    노동시간 축소에 회의, 월급에 불안감

    한편 임금보전방식을 포함하는 월급제방안은 노사간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지점이었다. 현행 시급제의 문제로 인해 장시간노동이 조장되고 있기 때문에 노조는 완전월급제를 도입하고자 했지만, 회사측은 생산물량에 연동되는 임금보전방식을 고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월급제 또한 시급의 단순합산에 생산성연동수당과 변동급을 더하는 단순월급제를 주장하였다.

    임금보전방식에 대한 노사 간의 입장차이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났지만, 가장 큰 쟁점은 고정OT수당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느 수준에서 타결할 수 있는가에 놓여 있었다. 흔히 사무직에서 통용되고 있는 고정OT수당은 파악하기 힘든 초과노동에 대한 부분 보상차원으로 지급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회사측은 생산직에서 고정OT수당의 도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반면, 노동조합은 생활임금의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 10+10방식의 임금수준은 완전히 보전받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2008년도 합의안과 그 이후 진행된 교섭내용은 결론적으로 세부내용에 대한 합의 없이 생산량수준과 연동되어 통상임금수준이 결정되는 방안으로 얼버무려졌다. 또한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으로 인한 노동시간의 단축은 가동시간의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수준의 생산물량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노사간의 의견대립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생산물량의 보전가능성 때문에 8+8방식의 주간연속2교대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노조내부에서 현행 10+10방식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8+8방식으로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였다. 초기에 노조는 재투자와 공장신설 등을 주장했지만, 더 이상 이러한 주장은 논의되지 못하고 주로 추가 작업시간 확보와 휴일특근, UPH 조정을 중심으로 노사간 협의가 전개되는 한계를 노출하였다.

    노동운동 측, 무엇이 목표인지 혼란

    그렇다면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기존 논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지난날 우리가 주간연속2교대제를 추진하면서 범한 결정적인 오류는 우리의 조건과 역량을 무시함으로써 각 단계별 핵심목표에 대한 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첫째, 주간연속2교대제의 ‘완성’이 아니라, ‘도입’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망각하였다.

    교대제변경의 1차 목표를 2직 철야노동을 일상화시키는 현행 주야맞교대제의 폐지에 맞추어야 했다. 8+8방식의 즉각적인 도입은 가능하지도 않았으며, ‘제대로 된’ 주간연속2교대제도 아니다. 2008년 합의안의 1조(오전 6시-오후 3시 전후)와 2조(오후 3시 전후-자정)방식의 8+8도입안은 주간연속2교대제의 완성형태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주간연속2교대제는 연장근로와 정규노동시간의 단계적 축소를 통해 7+7방식의 연속교대제를 목표로 한 지속적인 실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즉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은 주야맞교대제의 폐지를 통해 철야노동(심야연속근무)를 없애고 실노동시간의 단축을 위한 특근축소에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주간연속2교대제를 둘러싼 기존 논의가 근무형태의 전환보다는 총액임금의 유지라는 목표에 기울어지는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연장근로의 축소와 완전한 임금보전을 적접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우리의 주장이 지닌 정당성이 훼손되고 설득력이 약화되었다.

    근로조건 개선보다 임금 보전에 치중

    여기에 생산량과 임금수준이 연동되면서 주간연속2교대제 논의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이 고정OT수당의 도입으로 대표되는 통상임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로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렇게 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건강권의 확보, 삶의 질 향상, 고용안정과 노동의 인간화라는 전략적 목표는 흐려지고 ‘임금인상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셋째, 생산량과 임금수준의 즉각적 연동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집함으로써, ‘물량=임금’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되었다. 기준년도의 생산보전과 임금보전을 단 한번의 합의를 통해 일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시장수요의 변동과 생산설비의 한계로 인해 총량수준의 물량을 맞추는 것이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차종별 생산편차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경쟁상황에서 일시적인 물량보전은 구색맞추기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협의와 투자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량유지방안과 임금보전방안의 점진적 개선이라는 방향으로 노사간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일 최대한의 물량보전과 임금보전이 조합원의 절대적인 요구라고 한다면, 이를 연결시킬 수 있는 생산성향상조치가 직접적인 노동강도의 강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인적, 생산투자를 노조가 주도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공장의 문제, 노동의 인간화, 생산체계의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노사가 합의해야 할 것이다.

    넷째, 주간연속2교대제를 단위 사업장 노사교섭의 문제로 너무 협소화시키는 오류를 범하였다. 지난 몇 년간의 협의과정에서 집행부들은 노사간 논의과정에서 나타난 쟁점들을 조합원과 진정성있게 공유하기 보다는 교섭결과에 대한 찬반여부로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회사 넘어선 사회적 문제

    조합원들을 대상화시키는 이러한 집행부의 태도는 결국 자신의 ‘요구안’과 ‘합의안’이 180도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집행부 스스로가 받아 안기 힘든 쟁점이 도출되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고민과 한계를 솔직히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동시에, 노사전문위로 대표되는 ‘협의완충기구’를 활용하여 조합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논란이 현대차 노사만의 문제로 치부되는 결과를 자초하였다는 것이다. 지난 3-40년간 지속된 주야맞교대제의 폐지는 산업적 의제인 동시에, 사회적 의제이다. 장시간노동에 기반한 밀어내기식 생산을 버리고 정규노동시간에 기반하여 노동의 인간화와 고부가가치의 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발점이 바로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다.

    현대차 개별자본을 넘어서 총자본을 압박하고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현대차지부만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한국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생산체계와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과로사회’와 ‘고용정체’를 벗어나기 위한 사회적 기획으로서 제반 시민사회세력의 지지와 엄호를 획득할 수 있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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