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산별노조 건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10년 01월 28일 03: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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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1월 1일 꼭두새벽에 노조법 개악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되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조항이 추-한 연합을 통해 강행처리된 것이다. 96년 말 노동법의 날치기에 맞서 노개투 총파업을 전개했던 것과 달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민주노조운동의 뒷모습이 참으로 씁쓸하다. 이것은 어쩌면 2010년 이후 한 동안 노동계가 직면할 상황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울함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노조법 개악이 의도하는 것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는 민주노조운동에서 이른바 ’87년 체제’가 종료되었음을 의미한다. ‘민주노조운동’이 상징하는 노선과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안적인 노동자운동을 시급하게 조직하지 못한다면 이제 더 이상 사회변혁적인 노동운동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자본가집단과 MB독재정권은 노조법 개악을 통해서 무엇을 의도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산별노조 와해와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의 물적토대의 붕괴’를 노리고 있다. 그래야 자신들이 원하는 노동유연화-근기법과 비정규법의 개악을 완성할 수 있으며,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을 봉쇄하고 노사협조주의 틀에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통해서 지배계급은 사회변혁운동의 진지가 될 수 있는 산별노조의 와해를 유도하고 있다. 대중조직 활동가라면 교섭 전망이 없는 노조가 노조로서의 기본적인 기능조차 하기 어렵고, 교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쟁의를 조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알 것이다.

    게다가 상급단체가 수행하여 왔던 사회운동적 기능과 활동이 재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대폭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노동자운동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배계급의 헤게모니만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민주노조 운동

    사실 민주노조운동은 오래전부터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있었다. 그래서 내외에서 조직혁신에 대한 요구와 논의가 있었고,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입장과 내용을 떠나서 한 목소리로 조직혁신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제 노동자운동은 ‘위기’ 수준을 넘어서 ‘생존의 기로’에 내몰렸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생존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그리고 결단하지 않으면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것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공공부문의 노조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한 탄압은 상식(?)을 넘어서고 있으며, 법과 원칙을 주장하는 자들이 스스로 탈법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공공기관노조에 대한 탄압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것은 물론 합법적인 파업마저 문제 삼고 있다. 이처럼 집중되는 정권의 공격에 맞서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방어조차 참으로 힘겨운 상황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통합산별, 더 이상 미룰 이유 없어

    2000년대 초반 세계 최대의 단일노조인 독일의 통합서비스노조(VER.DI)가 출범한 배경에는 조합원의 감소로 인한 재정적 위와 유사영역에서 조직화 경쟁의 비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 상황의 유사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조운동은 과감한 조직통합을 통하여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차원의 대산별노조 건설운동을 속도감 있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주도체를 자임하는 공공운수연맹은 일차적으로 시급하게 통합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것에 매진해야 한다. 적어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는 통합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통합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이러저러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있다. 적지 않은 부분에서 타당한 비판과 지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통한산별노조 건설을 더 이상 늦출 만큼의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적어도 산별노조운동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산별노조가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사회변혁을 고민하는 활동가의 태도가 될 수 없다. 결코 유지될 수 없는 현재를 고수하는 것은 최하수의 방안이며, 수구적인 태도에 다름 아니다. 산별노조를 사수하려는 태도가 역설적으로 산별노조를 해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MB독재가 횡횡하고 민주주의가 역행하는 시대에 노조활동가들은 조합원대중에게 어떠한 희망과 전망을 제시할 것인가? 주체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의지’만을 강조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한 그것은 결코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최소한 시급한 당면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라도 조합원대중에게 분명한 희망과 전망을 제시해야 되지 않을까? 적어도 통합산별노조 건설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2월에 개최되는 연맹과 산업노조 정기 대의원대회는 그런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또 다시 통합산별노조 건설이 좌절된다면 현실적으로 더 이상의 통합산별노조 건설논의는 전개되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공공운수부문에서 산별운동은 엄청난 후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쉽지 않은 2010년의 당면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적어도 연맹 산하조직에서 활동하는 조합간부와 활동가들은 역사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대의원대회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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