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녹색이 표가 됩니다"
        2010년 01월 20일 0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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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만에 강추위가 몰아쳤다. 기록적인 폭설로 서울의 교통 체계는 완전히 마비됐다. 언론에서는 ‘제트기류’니 ‘북극진동’이니 하는 알아듣기 힘든 말로 이번 한파를 설명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여.”

    물론 이번 폭설이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는 제출된 바 없다. 다만 이제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알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을 당연한 것처럼 얘기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서 진보신당의 ‘녹색’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 진보신당은 없다

    “진보신당은 한국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지.”라고 말한 환경단체 소속 간사의 말처럼 진보신당은 처음 출범할 때 부터 기후변화 시대에 주목받는 정당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요란해서 그런지 몰라도 진보신당의 녹색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창당 첫 해에 진보신당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든다고 북적거릴 때만 해도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 거라 기대 했지만 막상 이명박이 ‘녹색 성장’을 터뜨린 2009년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독일 녹색당에서 1990년 연방선거 슬로건으로 사용한 “모두가 독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기후에 대해 이야기한다.(Alle reden von Deutschland. Wir reden vom Klima.)”처럼 한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거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진보신당은 지난 2년간 그냥 당내 선거를 반복하는 소수 정치세력으로 비춰졌다. 진보신당의 핵심 가치로 ‘생태’를 걸었을 때 생긴 벅찬 감동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그렇게 마음 한켠에 쳐박혀 있었던 진보신당의 녹색위원회가 내 관심사에 다시 들어온 것은 지난 12월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기후변화회의(COP15) 때문이다. 전 세계의 주요언론의 톱기사를 장식한 행사장 주변에서 한국 NGO 대표로서 선전하고 있는 녹색 당원들을 보면서 진보신당 녹색그룹의 잠재력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더구나 MB가 대선을 눈앞에 둔 2012년에 제18차 기후변화회의를 한국에서 유치한다고 하니 더더욱 흥분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후변화를 이용한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녹색’을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전국회의 모습.(사진=최현) 

    잠자던 녹색위원회 기지개 켠다

    그러던 차에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전국 운영위원회라는 행사를 충남 천안 광덕산 환경교육센터에서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잠잠하던 녹색위원회가 ‘녹색지방선거 승리’라는 기치를 걸고 제대로 뭉친다고 한다.

    멀게는 2012년을 바라보면서도 짧게는 2010년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녹색위원회의 전략이 놀라웠다. 특히 이번 녹색지방선거기획단 멤버들은 이미 서울시장 선본과 경기도지사 선본 관계자를 불러 정책 브리핑을 하고 관악, 구로 지역에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 밀착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16일 저녁에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조승수 녹색위원장을 비롯하여 총 17명의 당원이 참석했는데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부산, 충남, 전북, 대구, 경남, 남원 지리산 초록배움터로 구성되었다.

    내 시선에 없었지만 지난 1년간 녹색위원회는 나름 의미있는 사업을 진행한 것 같았다. 4대강 및 경인운하 대응 사업, 녹색 정세 논평 및 교육사업,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대응 사업 등 꾸준한 연대사업을 해왔다. 덕분에 환경 단체들 사이에서 진보신당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의미있는 성과다.

    또한 지역별로 진행한 활동도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 북한산 케이블카, 전북 지리산 케이블카, 충남 북면 골프장, 인천 계양산 골프장 등 케이블카와 골프장 신설 반대 투쟁을 지역별로 벌여냈고 부산시당은 <초록수다>라는 모임을 꾸리고 신재생에너지 연구공간인 <초록농장>을 만들어 참신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었다.

    충남도당도 이와 비슷한 이름의 <초록공방>을 만들고 바이오디젤 선거차량을 제작하는 등 재미난 실험을 시작하고 있었고 지리산초록배움터도 황광우 대표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구, 경남 등도 내년에는 정식 위원회로 인준 받기 위한 사업을 해나갈 예정이란다.

    4대강 반대 투쟁이 남긴 것

    사업 얘기가 끝나고 평가로 넘어갔다. 중앙당에서 녹색위원회 간사를 하고 있는 장세명 당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주변의 평가를 감안해 일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연대사업, 언론대응사업, 김종철 강연 등은 나름 괜찮았지만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을 막아내지 못한 것, MB 녹색성장 담론에 대해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고 했다. 특히 이러한 녹색 정세 속에서 ‘전당적인 녹색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패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바로 바뀌었다. 경기도당 유덕화 위원장(수원)은 “지역에서는 진보신당의 녹색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다.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진보신당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있다. 기왕 전국위원회에 제출되는 내용이니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해보자”는 말로 반전을 유도했다.

    4대강 투쟁에 결합한 서울 당원들이나 골프장 반대 투쟁에 결합한 지역 당원들은 나름 성과가 있었다. 지역 로컬푸드 관련 활동가 중에 진보신당 당원이 많고 케이블카 반대투쟁에는 항상 진보신당 당원이 있었다. 4대강과 녹색성장이라는 큰 흐름에는 무력했지만 밑에서부터의 녹색 활동은 조금씩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조승수 녹색위원장이 마음속에 가둬놓았던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4대강 반대 투쟁이 연말 예산승인 때문에 패배한 투쟁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4대강 같은 환경 이슈가 이 정도 규모의 전국적인 투쟁이 된 적이 언제 있었나.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이 전당적인 투쟁을 해내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조승수 의원의 생각에 부분적으로 공감하긴 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민주당 주도의 4대강 투쟁 속에서 군소 정당은 몸 대주기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답답했다. 비록 조의원이 이 과정에서 일부 환경, 시민단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못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 앞으로 민주당 주도의 환경 이슈가 있을 때 진보신당 입장에선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력을 다할 수 없게 되는 전례를 남긴 것 같아서 속상했다.

       
      ▲전국에서 모인 운영위원들.(사진=최현) 

    녹색 지방선거, 이번엔 가능하다.

    긴 서두가 끝나고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전국에서 모인 당원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녹색선거기획단이 준비한 보따리를 기다렸다. 녹색위원회 산하 기관으로서 ‘2010녹색선거기획단’은 이강준 당원(에너지정치센터 기획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종의 별동부대다.

    중앙당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강은주 당원이 정책팀을 녹색위원회 간사인 장세명 당원이 조직팀을, 지역 선거 경험이 있는 내가 기획팀을 책임지게 되며, 지금까지 1기 녹색위원회를 만들어온 김현우, 한재각 당원을 비롯한 녹색 OB당원들이 자문위원을 하고 있다.

    녹색선거기획단이 제시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녹색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녹색선거 메니페스토’를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지역 후보와 결합해 공동으로 기획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며 셋째는 선거 과정에서 녹색당원을 모아내 ‘녹색당원 100인위원회’와 같은 조직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녹색선거 매니페스토’를 만들기 위해 지역별 순회 간담회와 녹색그룹 욕구조사(설문)를 진행하고 이러한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녹색과 결합된 먹거리, 안전, 교통, 일자리, 주거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첫 번째다. ‘비만 예방 무상 사과 급식’과 같은 먹거리 정책부터 30년 이상 낡은 단독주택의 집을 고쳐주는 ‘저소득층주택에너지 효율화사업(weatherization)’과 같은 주택정책까지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지난 주부터 이봉화 관악구청장 후보와 나경채 관악구의원 후보는 조승수 의원실과 협력해서 지역 내 노후 주택가구를 중심으로 ‘저소득층에너지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조사가 끝나면 지역내 자활기관과 협조해 낡은 집 한 채를 직접 수리하는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녹색당원 100명을 모아 녹색당원대회를 개최하는 꿈도 꾸고 있다. 진보신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녹색당원을 한데 모아내고 녹색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후원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다. 현재 녹색지방선거기획단이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선거지원 활동은 바로 선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인 것이다.

    농촌에 대한 고민 필요해

    녹색선거기획단의 발표가 끝나자 연이어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경남에서 온 김성훈 당원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전반적인 정책이 도시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 같네요. 득표도 중요하지만 녹색의 근본인 농촌 정책이 없는 것이 아쉽군요.”

    도시농업 분야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에 비해 농촌에 대한 맞춤형 정책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기획단은 대안으로 농촌 에너지효율화사업이나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사업 등 농촌 맞춤형 정책을 보완할 것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지역 생활협동조합과의 연계 전략이나 친환경물류센터 내에 농촌지도사를 도입하는 방식 등 현장의 의견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로컬푸드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지난 2008년 겨울 유가환급금을 모아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자는 사업이 제안된 뒤로 만으로 1년이 흘렀다. 이번에 완성되는 진보신당 태양광 발전소는 약 200여명이 모은 유가환급금 2,100만원으로 건립되며 남원 지리산 초록배움터 건물 위에 3KW 상업용 발전소 1기가 건설된다.

    다음 주부터 중앙당 당게시판을 중심으로 태양광발전소 이름을 공모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고 오는 3월 초에 확정된 명칭으로 건립 행사를 진행한다.

       
      ▲단병호 전 의원과 조우, 즉석 ‘적녹연맹’이 이뤄졌다.(사진=최현)

    진보신당표 태양광발전소 결실

    이 날 행사장에는 우리와 별도로 ‘충남대안사회학습원’이 졸업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자 국회의원이었던 단병호님이 강연자로 왔고 진보신당 이용길 부대표도 참석해있었다. 그래서인지 뒤풀이는 자연스레 적녹 연대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단병호 전 위원장은 조승수 녹색위원장과 술잔을 기울이며 주요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이용길 부대표는 녹색 당원들과 지역 얘기를 나눴다.

    진보신당의 녹색위원회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역별로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활동에서부터 기후변화 국제회의에 대응하는 활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벌여내지만 제대로 된 교육 커리큘럼 하나 갖추지 못한 것이 녹색위원회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선거라는 대중적인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진보정당 사에 남을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고 자신있게 "이제 녹색이 표가 됩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6월까지 밤낮으로 달리려고 한다. 지금이라도 맞춤형 선거 공약과 맞춤형 기획 사업을 원하는 지역이 있다면 정당을 불문하고 진보신당 녹색위원회(간사 장세명)로 연락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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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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