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 탄광노동자와 함께 한 시간
By 나난
    2010년 01월 16일 12: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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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1984』, 『동물농장』, 『카탈로니아 찬가』, 시대의 명작을 남긴 조지 오웰의 기원과도 같은 책이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다. 작가로서 명성을 얻어가던 그의 생각을 ‘민주적 사회주의’로 전환시킨 저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조지오웰, 한겨레출판, 12,000원)이다.

서른 셋,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로 명망을 얻어가고 있던 오웰에게 ‘레프트 북클럽’이란 단체에서 잉글랜드 북부지역의 탄광 지대 실업문제에 대한 르포를 청탁한다. 이를 수락한 오웰은 탄광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모습에서 절망과 희망도 함께한다.

오웰은 1936년 초 두 달에 걸쳐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면서 면밀한 조사를 벌인다. 그의 꼼꼼한 조사에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자였던 존 스티븐슨 교수는 이 책을 “실업을 다룬 세미다큐멘터리의 위대한 고전”이라 부르기까지 했다.

그는 단순한 보고를 넘어 번뜩이는 통찰과 특유의 유머를 바탕으로 치밀하고 생생하게 노동 계급의 삶을 이 책에 담아낸다. 책은 탄광 지대에서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한 르포가 1부(1~7장), 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오웰의 에세이가 2부(8~13장)로 나뉘는데 특히 2부에서 오웰은 당시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어가던 좌파 ‘지식인’들을 호되게 비판한다.

이로 인해 이 책의 출판인인 빅터 골란츠는 2부의 내용이 출판인의 견해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밝히는 서문을 덧붙여 출간하게 되고, 후에 『카탈로니아 찬가』와 『동물농장』에 대해 출간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가 좌파 지식인들을 호되게 비판한 것은, 역설적으로 탄광 노동자들의 고된 작업과 실업자 가정의 처참한 생활환경을 확인한 오웰이 선택한 해법이 ‘사회주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사회주의는 ‘파시즘의 맹공’에 후퇴하고 있었고, 오웰은 “지금처럼 계급 문제를 어리석게 다룬다면 사회주의자가 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파시스트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230~231쪽)”고 경고한다.

그리고 오웰의 이러한 의식은 스탈린 체제 소련식 사회주의를 풍자한 『동물농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주의를 방어하기 위해, 사회주의를 공격(231쪽)”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 역시 산업화에 대한 성찰 없이 물질적인 진보에 안주하게 될 때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오웰의 예견은 『1984』의 모태가 된다.

그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출간한 뒤 그의 작품의 일대 전환기를 맞이한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1936년부터 내가 쓴 진지한 작품들은 그 어느 한 줄이건 ‘전체주의’에 맞서기 위해,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쓴 것들”이라고 밝힌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그에게 미친 영향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오웰은 1936년의 전반부를 영국 북부 탄광 지대를 체험하고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쓰며 보냈고, 후반부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여 그 소회를 메모하며 지냈다. 이런 1936년의 경험이 그의 글쓰기를 보다 ‘정치적’으로 이끌었고,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동물농장』과 『1984』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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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조지 오웰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다. 1903년 6월 25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났다. 책에서 말하듯 “하급 상류 중산층”에 속한 그는 영국 사립 최고 명문인 이튼 학교를 마치고는 명문 대학이 아닌 버마로 향한다. 식민 통치기구인 ‘인도 제국 경찰’에서 일하기 위해서였다.

식민지 경찰 활동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과 파리에서 자발적인 부랑자 생활을 하고, 이 체험을 바탕으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내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선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도 이때부터 쓰기 시작한다.

작가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오웰은 1936년 1월, 한 진보단체로부터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하여 책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면밀한 조사활동을 한다. 바로 이 취재의 결과물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이다.

같은 해 일어난 스페인 내전을 예의 주시하던 그는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주자마자 “파시즘에 맞서 싸우러” 스페인으로 떠났고, 이후 이 전쟁 체험을 『카탈로니아 찬가』(1938)를 통해 전한다.

영국 북부 탄광 지대와 스페인 내전에서의 경험은 조지 오웰의 지향점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고 이후 『동물농장』(1945)과 『1984』(1949)를 구상하는 밑거름이 된다. 『1984』의 집필 중 폐결핵 판정을 받은 그는 1950년 1월 21일, 마흔여섯 나이로 숨을 거둔다.

역자 이한중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역서에 『인간 없는 세상』 『울지 않는 늑대』 『글쓰기 생각쓰기』 『안 뜨려는 배』 『작은 경이』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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