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연대의 정치'는 없다"
    2010년 01월 18일 09: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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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된 두 개의 진보정당들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재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 중앙에 민주노동당이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1월 13일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양당의 “통합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고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염원”이라며 “지방선거 전까지 진보대통합 공동합의문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확약했다. 앞으로 이 같은 ‘호기로움’는 더욱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이건 정말 아니다"

이른바 진보-개혁진영의 일원들임을 자처하는 이들 가운데 다수가 반MB-민주대연합론(“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을 설파하는 작금의 형국은, 민주노동당이 선도하며 몇몇 좌파지식인들까지 음으로 양으로 동조하고 있는 진보대통합론의 정당화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 민주노동당 6차 중앙위원회(사진=권종술 기자 / 진보정치)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현 시기 진보대통합론은 20년을 넘는 각고 끝에 일구었으나 아직 넓지도 탄탄하지도 못한 진보정당 정치의 기존 기반을 그나마 현저히 침식시킬 중대한 원인이 될 것이다. 나의 예측이 맞는다면 당연히 우리 사회의 약자층들, 소수자들의 일상과 내일이 그 만큼 한결 힘겹고 어두워질 것이다.

한국사회의 긍정적 변화들과 관련된 기대와 희망의 모든 부분들을 제도권 정당정치의 발전에 걸 수는 없겠지만 제도권 정당정치의 발전이 그러한 변화들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독자라면, 한 연구자이자 유권자로서 큰 우려의 마음을 실어 급하게 적는 이 원고의 메시지에 귀기울여주기 바란다.

정치가 힘든 일인 핵심적 이유는 그것이 개인이든 집합적 주체이든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세상에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들은 없으나 단 하나, 똑같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죽 그러리라는 점만은 불변이다. 많은 사람들이 골치 아파하는 MB-한나라당이 없다면 얼마나 편하겠나.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또 MB-한나라당과 다르지만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도 다른 민주당, 국민참여당 등등이 있다. 그뿐인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각각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같은 집안’에 살면서도 매사 의견 일치를 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크고 작은 진통을 동반하는 대화와 갈등, 조정과정을 거쳐서야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흔히 극복대상으로 상정하는 독재의 중요한 특징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소수독재와 다수독재를 불문해서 왜 나쁜가? 독재자들은 다른 조건에 놓여 있는, 다른 성향을 보유하는,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과거 박정희의 인간적 면모를 회고하며 필자 같은 날선 박정희 시대 비판론자들의 일면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종 이렇게 말한다. “살인마 전두환”인들 그런 게 없겠냐고.

그러나 그것은 항상, 어디까지나 자신이 옳다고 틀 지운 사고-행동의 범주 내에 드는 인물들, 집단들에 국한된 온정주의였다. 제도 안으로도 밖으로도 박정희와 전두환은 다른 입장들과 지향들에 대한 냉혈한들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그 냉혹함의 귀결은 소외, 배제, 억압, 죽음이었다. 이 결과물을 회피하는 유일한 길은 자기가 처한/간직한 차이를 망각/포기함으로써 독재자의 발상과 논리에 흡수-통합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었다.

일방적인 ‘연대의 정치’는 없다

연대의 정치가 성공하려면 연대의 대상들로 상정한,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존중해야 한다. 차이들을 지닌 사람들끼리 하는 사업이니 그리 하여도 당초 의도한 성과가 있을지, 있다면 얼마나 될 것인지 확실치 않다.

연대의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루어질 리 없고, 설령 상대방의 의지 외부의 동력, 예컨대 도덕주의적 여론의 압박이나 다수자의 패권주의적 힘에 기대어 일정한 연대의 외양을 성취한들 그것은 멀지 않아 내파(內波)하고 만다.

나는 정말 납득할 수 없다.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겠나? 서로 엇갈려 허공을 가르는 손바닥들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생성적·긍정적 물결을 일으키지 못 한다. 다만 양측의 열정과 에너지를 소진할 따름이다. 진보신당 측은 특정한 조건들을 말하고 그 조건들이 충족되었음을 확인하기 전에는 통합의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러니 민주노동당은 통합의 의지가 강한 만큼, 강하면 강할수록(!!) 진보신당이 말하는 조건들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사고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려면 더 이상 통합을 운위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주관적 판단 및 의사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 이것이 연대의 출발점이다. 상대방의 지도부는 물론 기층 당원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타임 테이블까지 잡아 일방적으로 선언·확약하는 식의 행태에서 그러한 시발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반대로 둘 사이의 갈등과 적대감이 증폭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강압과 폭력은 반드시 물리력의 행사를 이르는 것이 아니다. 물리력의 행사가 동반되든 안 되든, 강압과 폭력이 초래할 고통은 수많은 상처와 깊은 아픔을 낳을 것이다.

시대와 국민 내세우지 말고 상대를 생각해야

나는 민주노동당이 주창하는 진보대통합이 과연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염원”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일제히 자각하고 가져야 할 당위 규범으로서 그러한 것들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정녕 연대를 구상하는 이들이라면 그들이 우선시해야 할 것은 “시대적 과제”나 “국민의 염원”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연대하려는 상대는 추상적 관념들인 “시대”와 “국민”이 아니라, 바로 구체적으로 사고하고 활동하는 주체(들)인 진보신당이다. 진보신당의 상황진단, 문제의식, 가치지향, 정서 등을 도외시한 채 “시대”와 “국민”의 이름으로 양당의 조직통합을 추진한다면, 그것은 사안의 규모와 세부적 측면에서 다를 뿐 독재자들이 하는 짓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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