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명박 투쟁없이 민주노조 없다
    2010년 01월 06일 04: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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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마지막 날을 거쳐 2010년 1월 1일 이명박 정부는 1996년 12월 김영삼처럼 노동법 개악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명박은 국회의장 김형오를 30분간 설득해 직권 상정을 배후 조정했다. 김영삼 정권이 날치기 처리한 파견법 합법화가 10년 뒤 850만명 비정규 노동자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이명박 정권의 날치기 노동법 개악안으로 노동운동은 몇 년 뒤 민주노조의 기반을 자체를 침식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2010년 노동법 개악의 핵심은 첫째,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법률적으로 강제함으로써 기존 민주노조의 교섭권에 자본이 법의 힘을 얻어 강력한 ‘노조파괴’ 도전장을 낸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각 노조들은 사용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격렬한 경쟁을 하는 반면, 사용자들은 팔짱끼고 교섭을 해태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악안에 따르면, 자율단일화 기간 동안 사용자가 동의해야 개별교섭이 가능하게 돼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는 창구단일화를 핑계로 언제든지 교섭을 해태해 결국 단체협약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신규노조의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가 실패할 시 50% 미만 노조들이 노조로서 존립할 수 없기 때문에 소수노조, 비정규노조 등의 기반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쟁취된 산별노조 산하 지부 및 지회 단위 교섭권마저 2012년 7월부터 노동법 개악으로 도전받게 됐다. 창구 단일화 과정 상에서 이미 안정적이던 지회 단위 교섭권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동아일보 "불필요한 파업은 사라질 것"

세 번째, 파업 시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창구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소수 노조들은 파업권조차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설사 창구단일화가 되더라도 복수노조로 회사측 노조(어용노조)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파업 자체가 매우 어려워졌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복수노조 허용으로 노동 현장에서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파업도 상당히 사라질 것”으로 낙관했다.

네 번째,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대신 시행되는 근로시간면제도(타임오프제)는 단체협약에 보장된 조합활동 보장 시간에 대한 축소가 핵심이다. 근로시간 면제 상한선을 정할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노동추천5명+사용자추천5명+공익5명)에서 노동계 추천인사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와 달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이외 ‘제3노총’ 참여를 열어놓을 예정이다. 그리고 노동부 추천 공익위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결정권을 가질 예정이다.(<한국경제>, 1월5일자)

이렇듯 2010년 노동법 개악안은 1987년 이후 단체협약과 교섭권, 파업권을 통해 성취해 왔던 노동3권과 민주적, 자주적 노조의 권리를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한꺼번에 완전히 박살낼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추미애 중재안’ 개정안 처리과정은 한국 정치에 있어서 어두운 터널 끝에 희망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그러나 2010년 새해 벽두, 노동쪽은 1996∼97년 총파업과 같은 뜨거운 열기는켜녕 이렇다 할 집회조차 열리고 있지 못하다.

반이명박 투쟁없이 노사안정 없다

노동법 개악은 임금, 고용 같이 조합원들이 직접 피부로 와 닿지 않지만 실제로는 노동조합 뿌리를 근본으로 흔들어 결국 노동자들의 임금 및 고용 유연화를 확대할 것이다.

‘저들의 목표는 어디까지 인가?’, ‘과연 어디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것인가?’ 저들은 이미 밝힌 바가 있다. 지금은 사퇴했지만 ‘반노동’의 대명사로 불렸던 한국노동연구원장 박기성은 지난 10월 6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며 민주주의적 원리마저 부정하는 충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박기성의 소신이 이명박 정부의 소신이라는 점이다. 임태희 노동부장관도 "노동3권 중 단체교섭과 단체행동권은 제한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밝혀왔다. 저들의 목표는 노조의 무늬만 남기고 교섭권과 쟁의권을 박탈하는 노조 무력화이며 이명박 정권을 통해 지금이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경제통들이 대책(TF)팀을 만들어 총괄 기획하고 내세우는 명분과 포장은 가증스러운 ‘노사관계 선진화’이다.

자본진영과 이명박 정권은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과 권고는 ‘개무시’하며 복수노조를 인정하지 않느니만 못한 ‘교섭창구 단일화’로 교섭비용을 줄이고 노조의 교섭-쟁의권을 약화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저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나라가 없다고 사기치면서 노조에게 결정적 타격을 가하려 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공무원노조의 소망을 짓밟고, 자본의 부담을 덜어주는 최저임금법 개악, 공공부문 민영화 등 각종 법-제도 개선과정에서 가진 자들의 이해를 철저히 대변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노무 트렌드 ‘단체협약 일방해지’

현장에서 물리력을 이용한 공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의 또 다른 칼날은 단협 개악안을 들고 나와 결국 단협을 해지하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노동쪽 반발로 부담이 많이 가고 눈치가 보였지만 이명박 정권이 든든하게 뒤에서 받쳐 주고 있으니 맘 놓고 밀어 붙일 수 있다.

우선 만만한 공공부문부터 시작해서 민간부문인 금속 사업장까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파업을 했던 철도노조 역시 일방적 단협해지가 갈등의 출발점이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예금보험공사, 발전 5개사, 가스공사 등에서 단협이 일방적으로 해지되었다.

금속의 경우 포스코가 배후조정하고 있는 포항지역의 DKC, 진방이 단협개악안 제출→쟁의행위→직장폐쇄→단협 일방해지→고소․고발→해고→구속이라는 공식으로 노조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 광양지역의 삼화, 태금산업에도 똑같이 공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탄압공식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노조무력화, 파괴의 무기로 자리잡고 있다.

말도 못 꺼내보고 물 건너간 총파업

이러한 자본과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인 탄압에 대해 우리는 공동대응과 연대 전선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의 처절한 투쟁이, 철도의 위력적인 파업이, 공공부문의 완강한 투쟁이 진행되었지만 분산적으로 진행되어 피도 눈물도 없이 밀어붙이는 정권과 자본의 냉혹한 탄압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일정을 맞춰 공격력을 최대화시켜 집중투쟁을 해나가거나 아니면 주력부대인 금속이 앞장서서 투쟁을 결의하고 끌어 나가는 방식도 사용하지 못했다. 하반기에 총파업을 공언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말도 못 꺼내보고 내년 투쟁을 기약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민주노총 조직의 실력과 무력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러나 예전에 군부독재 타도를 위해 각 부문의 요구와 투쟁을 반독재 투쟁으로 결집하였듯이 각계각층의 민중들의 분노를 모아 반이명박 투쟁으로 집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를 고개 숙이게 만들었던 2009년 촛불을 재점화하는 것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공식이다. 그 길을 위해 한걸음씩 걸어가는 것 외에 다른 길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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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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