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는 오세훈 속도전의 거수기"
        2010년 01월 06일 07: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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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7월 12일 제7대 서울시의회가 개원하던 날, 자리를 꽉 메운 105명 시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내가 4년간 저 보수정당 의원들과 의회생활을 해야하는가 생각하면서 앞이 캄캄했던 기억이 난다.

       
      ▲ 필자

    "그래도 난 진보적 가치를 지닌 서울시민들의 대변인이다. 내 앞을 가로막는 한계들을 당당하고 슬기롭게 헤쳐가리라.” 서울시의원의 임기를 시작하며 스스로 다짐했던 각오가 남다른 소회와 함께 새삼 떠오른다.

    지난 3년 반 동안의 생활은 의미 있게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도모하는 시간이었다. 106명의 서울시의원 중 102명을 차지한 한나라당은 거침없이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추진시켰다. 역시 한나라당으로 당선된 오세훈 시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시늉에 불과했다.

    2006년 12월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둘러싼 서울시의회의 해프닝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며 대중교통 요금을 전면 개편했다. 그런데 불과 2년이 지나 다시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시는 1년에 약 2500억원씩 버스조합에 투자해야 하는 재정 부담을 서울시민에게 안기는 것이 가장 손쉬웠던 것이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 의견청취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었을 때 나는 당당히 힘주어 반대토론을 하였고 대중교통요금을 올리겠다는 안은 부결이 되었다. 전광판에 보기 드물게 빨간 불들이 넘나들 때 당을 떠나 많은 의원들이 자기도 모르게 “우와~”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한나라당 의원이래도, 한나라당으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의 사업에 손을 들어주고 싶으나 지역에 돌아가면 “살기 팍팍한데 대중교통요금 또 올리려느냐”는 주민들의 여론을 거스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승리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 불과 2달 후 도시철도 요금 현금승차 100원 인상안만 바뀐 채로 ‘대중교통요금 인상 의견청취안’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다. 

    듣자하니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한나라당)의원들의 집까지 찾아가서 요금 인상안을 통과시켜달라고 갖은 애를 다 썼다는 것이다. “그래, 한 번 정도 부결시켜주었으니 이번엔 통과시켜도 명분이 있겠지.” 스스로를 위안한 (한나라당)의원들이 과감히, 대대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 허무. 허탈. 저들은 진정 서울시민의 삶을 고려하고 있는가?

    한강운하 사업, 이의는 있으나 침묵으로 일관

    ‘서해연결 한강주운 기반조성’ 사업은 당초 2009년 예산에 기본설계비 10억이 책정되어있었다. 그러나 이를 2009년 3월 추가경정예산안에 152억 늘린 162억으로 책정하였다.

    서울시는 서해 연결 한강주운 기반조성, 일명 한강운하 사업을 추경예산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총사업비가 2천2백억이나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고 투융자심사 자료도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 문제가 발견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한강르네상스’라는 고급스러운 단어로 포장된 포클레인, 삽질 한강정비계획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더불어 경인운하 사업의 경우 ‘서해연결 한강주운 기반조성’이라는 단어로 말만 바꿔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사업타당성 검토는 물론 환경영향평가도 마치지 않은 상태로.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사업에 편승한다고 비판을 하였고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는 날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찬반여론이 팽팽한 대운하 사업에 서울시의원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많은 문제의식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서해연결 한강주운 기반조성’사업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는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저 152억원 전액 삭감을 요구하는 나의 5분 발언이 전부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계획에 편승한 오세훈식 속도전에 거수기 역할을 할 뿐이었다.

    눈 가리며 아웅하는 한나라당 의회 지도부

    첫해 서울시의회를 독식한 한나라당에 맞서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의원 4명은 공조를 하였다.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가 원하는 상임위원회에 배정해 달라. 운영위원회, 정책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1명씩은 배정되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싹쓸이, 그것도 지나치게 싹쓸이한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여론은 한동안 가실 줄 몰랐고 그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은 야당 의원들의 의견을 십분 수렴하는 듯했다.

       
      

    의회 운영은 1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교섭단체가 서로 의견을 조율하여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한나라당 이외에는 아무리 3개의 야당이 단결을 하여도 교섭단체를 이룰 수 없는 처지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위원회, 정책위원회에 야당의원들이 보란 듯이 배정되었고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는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의원이 1명씩 모두 배정되어 활동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다음해부터 한나라당은 세상 무서운 것이 없었다. 33명의 예결특위 위원 중 야당은 고작 1명으로 만족하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3선을 지내고 있는 민주당 의원이 울며불며 개탄하자 선심 쓰듯 ‘그래, 정 그러하면 당신도 예결특위 해라’, 결국 예결특위 위원 중 야당은 2명이 되었다.

    20조원이 넘는 서울시 1년 예산을 다루는 가장 중요한 정책 활동에 이렇게 민주노동당은 배제가 되었다. 매년 예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의견을 피력하였으나 "민주노동당 1명뿐인데, 첫해에 예결특위 했는데 뭘 또 하려고 하나? 민주노동당을 예결특위에 배정하면 (한나라당)다른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는 등 설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줄기차게 민주노동당을 배제했다. "이게 다수결의 원칙이다. 서러우면 다수결로 이겨라."

    왜곡된 다수결의 원칙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10%의 서울시민들은 철저하게 배제가 되었다. 서울시의원 중 누군가 용납되지 않은 잘못을 저질러도 그것을 폭로하려는 나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처구니없는 조언으로 일관해왔다. “이수정 의원도 서울시 의원이다. 동료의원의 잘못을 폭로하면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냥 가만히 있어라.”

    좋은 방향으로 의회를 개혁하고 서울시를 견제하려고 해도 될 수가 없다. 뜻에 동의하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결국 말 그대로 뜻에만 동의하고 말 뿐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다른 당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짓누르려는 파렴치한 모습까지 보인다. 자신들의 아방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겐 브레이크가 없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조금의 흔들림 없이 진행시켜갔다. 서울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장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2010년 새해가 밝았다. 지방선거가 있는 해라 선거준비를 해야 하는 이들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독식으로 우리는 지난 4년 서울을 잃었다. 잠시의 후퇴는 있을지언정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2010년 상반기를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잃어버린 지난 4년을 열심히 사는 서울시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하는 책무를 잊어서는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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