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법, 여야 합의? 현행법 시행?
    By 나난
        2009년 12월 28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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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와 정부, 노동계의 행보가 빨라졌다. 28일 여야는 법안소위를 열고 막판 타협점 모색에 들어가는 한편 정부는 이날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과 절차를 담은 행정규칙을 고시했다.

    민주노총, 복수노조-전임자 1년 유예 제안

    민주노총도 이날 여의도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년 동안 충분한 논의와 대화를 갖고 노사정의 진정한 합의안을 만들자”며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1년 유예할 것을 제안했다.

       
      ▲ 28일 열린 회견에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이명익기자)

    민주노총의 이 같은 제안은 지난 26일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제시한 중재안과 1년 유예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민주노총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과 타임오프제를 전제로 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포함하고 있는 중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추미애 중재안이 “중재가 아니라 일방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편향적인 안”이라며 “정부와 사용자측이 민주노총의 요구를 무시하고 악법을 강행한다면 총파업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추미애 중재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노조법 24조와 81조의 수정을 요구했다.

    노조법 24조의 ‘전임자는 그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사용자는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로 개정하고, 81조의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삭제하자는 것.

    "중재안도 산별노조 교선단위로 반영 안해"

    임 위원장은 “사용자가 급여 지급의 의무가 없음에 따라 노동조합은 재정 자립을 위한 노력을 강구할 수밖에 없으며 노사자율 원칙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전임자 임금 지급을 타임오프제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노조를 통제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며 “타임오프제를 전제로 하는 모든 협상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활동 대상과 전임자 수를 통제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의 자주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상 노무관리부서의 하나로 전락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조직 대상과 무관하게 모든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경우 다양한 이해의 차이에 대한 조정의 실패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환노위원장의 중재안조차 초기업단위노조(산별노조)를 교섭단위로 하는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명시될 경우 산별노조는 별도 교섭할 수 있도록 제외돼야 하며, 조직대상이 같아도 비정규노조 등은 노조가 별도로 교섭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조항이 삽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초기업단위노조(산별노조)를 창구단일화에서 제외하고,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추미애 중재안인 노사정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지급기준을 정한 뒤 사업장별로 노사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임금 등을 결정하는 안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직권상정이냐 현행법 시행이냐

    이날 오후 여야는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막판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법 시행 임박을 앞두고 여야와 정부, 노동계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전체회의 전까지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노조법은 직권상정이냐, 현행법 시행이냐의 두 가지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민주노총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안과 추미애 환노위원장 중재안 중에 선택하느니 차라리 현행법 시행이 낫다는 입장이지만, 추 위원장이 현행법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는데다 한나라당이 중재안을 일부 받아들이고 있어, 중재안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한국노총은 노조법 시행이 임박해지자 현행법 시행을 우려하며 "여야합의에 의한 단일 노동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연내에 노동법 개정을 매듭짓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여 현행 노동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엄청난 혼란과 분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여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을 향해 "한국노총이 합의정신을 근거로 제기한 수정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열린 태도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5일 한나라당 개정안과 관련해 ‘초기업단위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 배제’, ‘사용자의 전임자 임금지급 처벌 조항 삭제’ 등의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과 절차를 담은 행정규칙을 고시하고 노조가 최초 교섭을 요구할 경우 사용자가 공고를 통해 교섭 창구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장 내 복수노동조합 병존시 부당노동행위 업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과반수 노조가 없거나 이의가 있으면 해당 노조 간의 합의 또는 특정노조의 신청을 통해 조합원수 확인요청, 조사·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 노조가 교섭 대표권을 갖고, 과반수 노조가 없거나 이의가 있으면 공동교섭대표단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산별대표자 단식농성 돌입

    하지만 노동부 고시의 내용은 사용자의 교섭 거부 범위를 방대하게 잡음으로써 사용자의 교섭 의무를 해태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는 대신에 모든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하면서 교섭부담을 이유로 순차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의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기로 했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

    즉, 사용자는 임의대로(교섭부담)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며 교섭을 거부하기도, 편의에 따라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고 개별교섭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셈. 하지만 노동조합이 임의대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고 교섭을 요구한다고 해서 교섭을 강제할 수는 없다.

    노동부는 내년 1월1일부터 관련 고시와 예규를 시행하되 시행일 전에 법이 개정되는 경우 개정안에 따르고 고시 및 예규 시행일 이후 법이 개정되면 개정된 법이 공포되는 날까지만 효력을 갖도록 했다.

    민주노총은 28일부터 산별대표자 집단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강력투쟁을 선언했다. 또 오는 30~31일 전국 단위사업장 대의원 이상 간부가 참여하는 노동기본권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도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관련 집중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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