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의료개혁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전망
        2009년 12월 28일 11: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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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간으로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미국 상원 표결에서 의료개혁 법안이 통과되면서 오바마 의료개혁이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상원 법안보다 개혁의 진폭이 크고, 보다 강력한 공공부문의 역할을 담고 있는 하원 법안과 통합·조정 절차를 거친 최종 법안에 대한 상·하원 각각의 표결과 대통령의 서명 절차뿐이다.

    상·하원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과반 이상을 점하고 있고, 이미 한 차례 상·하원 모두에서 통과 절차를 거친 상태이기 때문에 결정적 장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 최대수혜자는?

    문제는 조율될 상·하원 최종안의 내용인데, 의료개혁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상·하원에서 무리 없는 통과가 가능한 수준, 즉 상원 법안을 표준으로 하원 법안의 개혁범위를 축소하고, 경쟁형 공적건강보험(public option)을 삭제하는 수준으로 정리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내년 1월 말 혹은 2월 초에 있을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의료개혁 법안 서명을 끝으로 2009년 미국 의료개혁 논란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미국 의료개혁 논란이 깔끔하게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논란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향후 10년 간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인 3천 1백만 명에게 의료보장 혜택을 부여하고 민간보험회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담는 등 일정한 성취를 달성한 것은 분명하지만, 의료개혁이 표방한 애초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구체적 수단이 불분명하고 의료개혁의 최대 수혜자가 보통의 미국사람들이기 보다는 민간의료보험 회사들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자.

    2009년 미국 의료개혁 논의에서 지적된 미국 의료의 대표적 문제점은 엄청난 의료비 규모와 빠른 증가속도, 의료 양극화, 민간보험 회사들의 극단적 이윤추구 행위로 인한 폐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09년의 미국 국민의료비 규모는 2조 3천억 달러로 GDP의 18%를 차지한다. 지금과 같은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에는 GDP 대비 28%, 2040년에는 34%에 달해 국가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높은 의료비 지출만큼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향유하고 있다.

    반면,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4천 5백만 명은 건강보험이 아예 없고, 보장성 낮은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는 사람들 중 2천 5백만 명 정도가 높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쉽게 의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없어 12분마다 1명 사망

    2009년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해마다 4만 5천 명이 건강보험이 없어 사망하고 있는데, 12분마다 1명꼴일 정도로 의료양극화의 골이 깊다. 또한 당뇨와 같은 고액 지출이 예상되는 개인의 건강보험 구입 거절이 다반사이며, 높은 치료비가 예상되는 진료항목에 대한 지급 거절이 빈번해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

    과거부터 특정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고 건강보험 상품에 가입되어 있으니 걱정할 게 없다고? 천만에 말씀이다. 일정기간(6개월 혹은 1년 등) 단위로 보험계약이 갱신되는데 재개약 시점에서 당뇨와 같은 특정질환이 확인되면, 재계약 당사자는 보험계약이 불가능한 과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보험 가입 자격이 박탈된다. 보험회사의 치료비 지급거절 실상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sicko)’에 잘 제시되어 있으니 혹시 못 보신 분은 보시길 권한다.

    메디케어(Medicare) 가입 자격이 없는 65세 미만 미국인들이 이런 걱정 없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좋은)직장에 취직하거나 (좋은)직장을 가진 배우자를 갖는 길밖에 없다.

    전체 미국인 중 58.8%가 ‘고용자 지원 건강보험(employer-sponsored health insurance)’에 가입되어 있는데 고용자 지원 건강보험의 경우 직장생활을 하는 건강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단체 가입 형태이기 때문에 개인의 과거력을 이유로 보험 가입 거절이 없고, 고용을 유지하는 한 치료비 보상도 안정적이며, 보험료의 70-80% 이상을 직장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도 낮은 편이다. 미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자리를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리가 아닌 상품

    미국 의료제도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서유럽 복지국가나 일본, 한국, 대만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전국민의료보장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를 ‘권리’가 아닌 ‘상품’으로 간주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료를 중심에 둔 거대한 내수 산업을 육성해 온 결과, 수많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유지의 중추로 자리를 잡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개별 보험사와 의료공급자들이 시장원리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과도한 행정비용의 유발이 불가피하고, 제약산업·의료기기산업·의료경영컨설팅산업·교육산업·의료관련소송 등 연계산업으로 이전되는 비용의 상당부분을 기업, 보험가입자,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국가 형태의 의료제도에 비해 높은 의료비 부담은 필연적이다.

    미국에서도 복지국가 형태의 전국민의료보장제도 도입을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진행된 바 있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다. 보험회사의 강력한 로비, 의료계의 반대, 노조의 반대, 국가의 역할 강화에 반대하는 미국의 자유주의 전통, ‘사회주의 의료(socialized medicine)’라는 이념적 공세, 사회보장제도 도입에 따른 기존 의료보장수준 저하에 대한 우려 등이 주로 지적되는 원인이자 배경이다.

    미국 사회에 서유럽 복지국가와 같은 국가의료제도의 도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뒤집어 생각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모델로 미국의 의료제도를 개혁했다고 가정해보자.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의료양극화를 해소하고 보다 효율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의료의 딜레마

    하지만 이미 거대화된 산업구조에 연계되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대체할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 대안이 확실하고 그 전환과정의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급진적인 변화는 사회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선택임이 분명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 ‘미국 의료의 딜레마’가 있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보건의료시스템으로 개혁하자니 거시경제운용에 문제가 생기고, 거시경제운용을 목표로 거대산업을 계속해서 유지·관리하기에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크고 복잡하고 비대해진 탓이다.

    이러한 조건과 상황에서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2008년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오바마 의료개혁의 기본방향은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 국민 의료보장(for all americans)의 실현, 둘째, 국민의료비의 상승 억제, 셋째, 건강보험 시장에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경쟁형 공적건강보험 신규 출시를 통한 경쟁 활성화·선택의 확대·민간보험 선도, 넷째, 민간건강보험의 폐단 극복을 통한 민간건강보험 가입자의 안정성 및 보장성 강화, 다섯째, 추가적인 정부 재정의 지출 없는 의료개혁 추진(budget neutral)이 그것이다. 기존 민간건강보험 중심 의료시스템의 인정과 존중을 조건으로 전 국민 의료보장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라 할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경우 직원에 대한 민간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소규모 기업 종사자와 개인사업자 등은 의료보험 구매를 의무화하며, 일정소득 이하의 대상자에게는 세액공제를 통해 보험료와 본인부담 의료비 지원을 법제화하는 내용이 기준의 차이만 있을 뿐 상·하원 법안에 모두 담겨있다.

    또한, 메디케이드(Medicaid)의 가입 기준을 변경하여 보험 구입이 어려운 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보험사의 보험 가입과 치료비 지불 거절행위를 불법화하는 내용도 똑같다.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도입 여부

    그리고 여기에 소요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 제약회사 및 보험회사에 대한 증세 등이 담겨 있다. 미국의 국민의료비 증가 억제를 위하여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제도의 개편, 비용-효과 연구에 대한 지원 확대와 이에 기초한 비용-효과적 치료의 확산, 약가 인하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어쨌든 강력한 의료비 절감 수단을 강구하여 메디케어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출 증가를 줄이고, 절감 비용을 전 국민 의료보장으로 돌리겠다는 내용이 상·하원 통과 법안 모두에 담겨 있는데, 공화당이 메디케어 혜택이 감소될 것이라며 반발하는 명분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2009년 미국 의료개혁 논란의 화두이자 상·하원 법안에서 가장 대비되는 대목은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도입 여부라 할 수 있다. 하원 법안에는 살아남았으나, 상원의 경우 필리버스터 저지를 위한 타협의 과정에서 삭제되었다. 12월 9일 상원 민주당 지도부가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폐기를 최종 확정하기까지 2009년 미국 의료개혁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논의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초기에만 해도 민간보험에 대한 공격적 성격이 다분했다. 65세 미만 인구를 대상으로 형성되어 있는 민간보험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며, 민간보험의 빠른 의료비 증가를 견제하고 민간보험의 부당한 행태를 교정하는 건강한 경쟁자 역할을 수행할 주체로 부각되었다. 민간보험업계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실제 미국 건강보험 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미국 주에서 소수 보험회사에 의한 과점과 독점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미국 전체에서 가입자를 모집하여 위험을 분산하고, 의사나 병원에 대한 지불보상 수준을 메디케어 수준으로 낮추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시장에 진출한다면 전체 국민의 59% 정도가 가입되어 있는 ‘고용자 지원 건강보험’ 시장의 지각변동은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대중의 불만과 저항

    비교적 공급자에 대한 보상이 관대한 민간보험에 비해 메디케어 수준으로 보상을 낮추면 시장이 축소되고 의료공급자들이 반발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오바마 의료개혁이 실현되면 모든 미국인이 보험에 가입하게 되고, 현재 미국 전체 병원 지출액의 평균 5∼6%에 달하는 무료진료(uncompensated care)로 인한 적자요인이 사라져 그만큼의 수입증가가 발생할 것이며, 의료보장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병원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총액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별 기관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민간건강보험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제도 도입이었기에 의료개혁 초기부터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도입 여부와 도입 범위는 초미의 관심사로 자리를 잡았다. 서유럽 복지국가나 우리나라와 같은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모델로 하고 있는 민주당 좌파(liberals)와 미국 진보진영에게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도입 여부는 2009년 의료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러한 공격적 형태의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도입은 보험회사들의 로비와 기존 민간보험 가입자들의 우려로 좌초되고 말았다.

    대표적 사례가 올 여름 타운 홀 미팅(town-hall meeting)에서 확인된 일부 대중의 불만과 저항이었다. 대다수 청장년층이 가입되어 있는 고용자 지원 건강보험의 경우 일부 관리의료조직(managed care organization, HMO 등)을 제외하면 메디케어 보다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수준이 높고 치료자 선택의 폭도 넓다.

    일부 대중들이 불만을 갖은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메디케어 기준을 적용한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이 출시되면 보험료가 당연히 저렴할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을 선호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현재 받고 있는 의료보장의 범위와 수준보다 보장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동했다. 본인이나 가족 중 환자라도 있는 경우에 반발의 강도는 더 높았던 것 같다.

    경쟁형 공적건강보험 파괴력 축소된 이유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개인과 모든 기업에 가입 자격을 개방하려던 초기의 경쟁형 공적건강보험 방안은 폐기되고, 개인과 일정기준 이하의 기업(초기 상원안의 경우 100인 미만 기업)으로 가입 대상이 대폭 축소된 방안이 논의되었다. 기존의 ‘고용자 지원 건강보험’ 시장과 경쟁형 공적건강보험 시장이 구조적으로 분리된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파괴력과 영향력이 대폭 축소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준의 내용이 하원 통과 법안에 담겨 있고, 상원 논의과정에서도 다루어졌으나 어떤 형태의 경쟁형 공적건강보험 도입에도 반대하겠다는 민주당 연합 무소속 리버만(Joseph Lieberman) 상원의원을 비롯한 소수 민주당 상원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최종안에는 삭제되고 말았다.

    현재로서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할 최종안에 경쟁형 공적건강보험도입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국,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발효될 미국 의료개혁 조치에 민간의료보험으로 인한 의료비 상승을 견제하고, 민간의료보험의 부정적 관행을 해소할 강력한 견제 수단의 한 축이 상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증가할 것이고, 민간보험 회사의 보험료 수입은 그만큼 늘어날 것이니 민간보험 입장에서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상원 법안 최종 확정 후부터 민간보험 회사의 주가가 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보험 상품거래소와 위험분산

    그럼, 도대체 민간의료보험의 폐단은 어떻게 관리·견제하고, 의료비 상승은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것인가?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핵심적 장치는 건강보험 상품거래소(health insurance exchange)를 통한 민간보험 상품의 표준화, 가입자 확대를 통한 위험분산(risk-pooling) 확대, 보험료 상승 관리 강화에 있다.

    개인별 의무적 보험 구입이 불가피한 사람들과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보험 상품으로 건강보험 상품거래소에 출시될 보험 상품은 새로 개발될 기본급여 패키지(basic benefits package)를 포함해야 하는데, 하원 법안의 경우 급여항목에 대한 보장률이 70%∼95%로 차등화 되어 있고, 상원 법안의 경우 60%∼90%로 제시되어 있다.

    기본급여 패키지에 대한 년 본인부담 상한선(하원 법안의 경우 개인 기준 $ 5,000, 가구 기준 $ 10,000)도 설정되어 있어 본인부담은 축소될 전망이다. 준비기간을 거쳐 하원 법안의 경우 2013년, 상원 법안의 경우 2014년부터 발효되도록 명시되어 있다.

    건강보험 상품거래소에 등재될 건강보험 상품은 개인의 과거력에 따른 가입 거절과 보장된 급여에 대한 지급 거절이 불가능하다. 건강보험 상품거래소의 위험분산 기능을 가볍게 볼 일은 아닌 듯싶다. 비교적 건강한 젊은 층이 다수인 미보험자 4천 5백만 명 중 상원 안 기준 3천 1백만 명이 보험료를 지불하며 위험분산에 참여한다면 적지 않은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지 정복이 눈앞?

    결국, 2010년 미국 의료개혁의 핵심은 민간의료보험의 표준화 및 규제 강화, 가입 의무화를 통한 위험분산 확대에 있고, 이 역할 수행을 위해 ‘건강보험 상품거래소’라는 새로운 기구를 신설한다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현재, 하원 법안의 경우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위험분산을 하는 반면, 상원의 경우 주단위로 범위가 설정되어 있는데, 이 조항은 하원 법안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두고 볼일이다. 자영업자와 소규모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 규제이지만, 이러한 제도적 틀이 전체 건강보험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향후 개발될 기본급여 패키지, 건강보험 상품거래소의 역할과 수행절차 등의 세부내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2009년의 미국 의료개혁 시도는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상원 민주당 지도부의 표현과 행동에서 고지 정복을 눈앞에 둔 승리자의 태도가 엿보인다. 기존 민간의료보험의 폐해를 차단하고 고소득자와 기득권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 저소득층의 건강보험 구입을 지원하는 방안 등 당면한 미국 의료의 문제점을 개선할 상당한 조치들이 상·하원 법안에 담겨있는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이번 의료개혁을 통해 기존의 고비용 민간의료보험 중심 시스템에 가입자 수를 대거 늘려 파이를 키우고, 보장 수준을 확대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는 점에 있다. 엄청난 돈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의무가입자를 늘려, 즉 위험분산의 범위를 확대해 보험재정을 확충하고, 비용절감 조치를 강화한 효과가 과연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 추계로는 향후 10년간 감당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오바마와 민주당 개혁안의 모델이 되고 있는 메사추세츠주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의무가입 조치 이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번 건강보험 개혁으로 재정적자 행진이 이어진다면 연방정부의 추가 재정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 소재 논란과 향후 보완책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과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오바마 의료개혁 설계도의 완성에 필요한 세밀한 제도 보완이 의도대로 진행될 것인지도 관심거리이다. 건강보험 상품거래소와 관련한 세밀한 설계도가 어떻게 나오는지, 과연 큰 저항과 불만 없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할 것이다.

    현재로서 그 시점은 2013년 혹은 2014년이다. 관련 전문가들의 예상으로는 그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고, 2012년 미국 대선 등 주요 선거결과에 의해 경로가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시점까지 공화당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고, 미국 보수파의 결집도는 높아질 것이다.

    반면 민주당 좌파, 즉 리버럴들은 불만이다.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에 열광했던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증파 결정에 덧붙여 경쟁형 공적건강보험의 포기까지 이어지면서 오바마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다. 핵심 지지층의 결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12월 11-14일 동안 진행된 NBC/Wall Street 합동 오바마 의료개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9월 조사에서 찬성(a good idea) 45%, 반대(a bad idea) 39%였던 것이 찬성 32%, 반대 47%로 뒤집힌 결과가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상황 등 여러 변수들이 맞물린 결과이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이번 의료개혁 법안의 통과가 오바마와 민주당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쉽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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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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