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세 취학’, 학생들 콩나물 교실 수업
        2009년 11월 30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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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또 혼자 치고 나갔습니다. 상반기에는 ‘학원심야교습 제한’을 내놓고, 이번에는 ‘취학연령 1년 단축’을 나홀로 발표했습니다. 담당부처인 교과부도, 정권 운영의 파트너인 여당도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이렇게 ‘만 5세아 조기 취학’은 당정청 간의 조율이 끝나지도 않은 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저희들끼리의 협의나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건 저희들 내부의 문제일 뿐, 의제의 내용만 괜찮으면 되니까요.

    지금도 조기취학할 수 있지만 안 보냅니다

    초중등교육법은 지난 1997년 12월 제정되어 98년 3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그 때 이미 제1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조기취학은 허용되었습니다. 만6세아 입학을 원칙으로 하나, 만5세아라 하더라도 희망한다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조기입학한 학생은 2000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4만 5,206명입니다. 같은 기간 입학한 학생 621만 2,000여명의 0.7%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9,707명으로 작년의 5배 이상 늘었지만, 이제부터는 소위 ‘빠른 2003년생’이 조기입학자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2004년생만 따지면 2,594명으로 예년과 비슷합니다.

    조기입학이 가능하지만, 채 1%도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법과 제도의 미비점도 있겠지만, 부모들이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거나 아동발달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지만, 5세와 6세의 차이는 큽니다. 당연히 6세아의 틈바구니에서 ‘뒤쳐지거나 적응하기 어렵거나 정서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서 안 보냅니다.

    물론 취학연령이 5세로 낮춰져 초등학교 1학년이 모두 같은 나이라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곽승준 위원장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누군가는 6세아와 함께 입학해야 합니다. 제도 전환하는 몇 년 동안은 5세아와 6세아가 혼재되어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때문입니다.

    간택받은 아이들은 콩나물교실에서 수업해야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해보겠습니다. 2009년 학년별 학생수에 통계청 장래 인구추계의 만 5세 인구수를 반영하겠습니다. 학급수는 2009년 현재의 수치가 계속되며, 6학년이 졸업하면서 그들이 썼던 교실에 다음 해 1학년이 들어간다고 가정합니다. 한 연령의 인구는 해가 거듭될수록 줄어들지만, 그 수가 많지 않으므로 입학한 학생의 수가 지속된다고 보겠습니다.

    곽승준 위원장은 입학연령 1년 단축 등의 방안을 <제2차 저출산 기본계획(2011-2015)>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2012년부터 5세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가정합니다.

    2012년에 만 5세이면, 지금 2009년에 만 2세입니다. 우리 나이로 3살 정도입니다. 이들이 2012년에 초등학교로 들어갈 때, 1살 많은 6세아가 모두 사라지지 않는 한, 6세아와 함께 초등학교 1학년이 됩니다. 이들은 전년도 6학년 누나들의 교실을 사용합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2년 만 5세아는 44만 2373명이고, 6세아는 43만 5331명입니다. 이들 87만 7704명이 한꺼번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됩니다. 교실은 전년도 6학년이 사용하였던 2만 478개입니다. 그래서 한 학급에서 42.9명이 수업을 듣습니다.

    다른 학년의 2배 정도 됩니다. 예컨대, 이들보다 한 학년 위인 2012년 2학년의 학급당 학생수가 21.2명이고, 한 학년 아래인 2013년 1학년은 21.4명입니다. 2012년 6세아만 1학년이 될 경우와 비교하여도 21.3명과 42.9명으로 갑절입니다.

    그러니까 곽승준 위원장의 간택을 받은 아이들은 다른 언니 동생보다 2배나 비좁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처음 제도가 도입되는 해의 5세아와 6세아가 모두 차별을 받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비좁은 경기도의 경우는 70-80명도 가능할 겁니다.

    물론 학년별로 교실수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13년의 경우 1, 3, 4학년의 학급당 학생수가 적으니 교실을 줄이고, 그만큼 2학년 교실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2학년이 입는 피해를 1, 3, 4학년도 함께 지는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한 교실에 21명 정도 되는데, 곽승준 위원장 때문에 25명이나 그 이상으로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년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해결하려면, 2012년 1학년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임시수용시설, 오전과 오후로 나누는 2부제 수업 등이 그 방법입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분들이라면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4년 동안 나눠서 전환해도 다른 학년의 최대 1.6배

    이런 문제를 감안해서인지, 26일 곽승준 위원장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마다 25%씩 늘리면서 4년 동안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5일 방안을 발표할 때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말하지 않다가 그 다음 날 말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예컨대, 2012년에는 만 6세아 전부와 만 5세아의 25%가 취학합니다. 그 다음 해에는 만 6세아의 75%(전년도에 입학하지 않은 5세)와 만 5세아의 50%가 취학합니다. 그래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에는 평년보다 25%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예상됩니다.

       
      

    2016년을 보겠습니다. ‘곽승준의 아이들’은 2, 3, 4, 5학년입니다. 학급당 학생수가 각각 32.6명, 29.5명, 26.8명, 26.7명입니다. 곽승준 위원장의 선택을 받지 않은 1학년은 19.4명, 6학년은 21.2명입니다.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1학년과 2학년의 차이는 약 1.6배입니다.

    물론 조금 널널한 1학년은 교실을 줄이고, 조금 비좁은 2학년은 교실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곽승준 위원장 때문에 1학년이 피해입은 격입니다.

    남는 문제가 또 있습니다. ‘곽승준의 아이들’은 한 번에 바뀌든, 4년에 걸쳐 하든 상관없이, 5세아와 6세아가 함께 수업을 듣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도 같이 들어가고, 중학교와 고교도 함께 진학하고, 대학입시도 같이 치릅니다. 누가 유리할까요? 고학년일수록 연령 차이는 줄어들지만, 저학년일수록 연령차이는 큽니다. 그리고 우리의 학력격차는 어릴 때 결정되는 확률이 큽니다.

    간택받지 않기를 기도해야

    미래기획위원회는 영유아 시기의 사교육비는 많고 초등학교는 무상교육이니,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면 그만큼 가계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가계 부담이 걱정되면, 영유아 시기의 교육과 보육을 공적 시스템으로 구축하면서 무상으로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고민하지 않고 곽승준 위원장은 5세아와 6세아가 함께 콩나물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그림을 그립니다. 학생수가 줄어들어 정부는 열심히 학교와 교실을 없애는 와중에, 이런 제안을 합니다. 앞으로 사회적으로 다양한 논란이 전개될 것은 뻔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자기 자녀가 ‘곽승준의 아이들’이 되기 않기를 기도하십시오. 잘못 걸리면 괜히 피해입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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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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