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 차라리 투표권 박탈해라"
By 나난
    2009년 11월 27일 05: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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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양성윤 초대 위원장이 서울시 징계위원회로부터 지난 7월 시국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당했다.

그리고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 공무원들의 집단적 정부 정책 반대 행위를 금지하는 ‘국가 및 지방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양 위원장은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라며 “통합공무원노조 출범을 저해하기 위한 술수”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공무원노동자가 공무를 집행할 때 외부로부터의 중립을 지키는 것”이라며 헌법에 기초한 표현의 자유마저 규제하고, 정권의 시녀역할을 강조하려면 차라리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박탈하라”고 말했다.

다음은 양성윤 전국통합공무원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 양성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시국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이번 징계 어떻게 받아들이나.

= 어처구니없다. 징계는 그들의 판단일 뿐이다. 통합공무원노조 출범을 저해하려는 것이다. 시국대회 참석과 잘못된 정부 정책에 “정권의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고 싶다”는 내용의 신문광고를 냈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한 노동자로서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다. 이 정부가 노동자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노동자 대하는 정부의 시각

법외 노조 당시 정부는 ‘법내 노조로 들어오라’고 사정했지만 5만 명의 조합원 중 불과 5~6명의 해고자가 임원으로 활동한다고 해서 전국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했다. 이러한 부분을 조합원들이 다 알고 있기에 이번 해임 조치는 정부에 대한 현장의 불만만 키웠을 뿐이다.

– 구제신청이 있다지만 이번 징계를 계기로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구제신청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결정까지는 조합원 신분이 유지된다. 2004년 행정안전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노조활동으로 인해 공직에서 배제돼 구제절차가 있음에도 공무원의 지위를 잃게 되면, 설립신고 등을 할 수 없는 행위가 발생하기에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

– 그간 공무원노조 탄압에 현장 분위기 위축된 게 사실이다. 향후 공무원의 신분으로 강력한 투쟁한다는 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선거활동을 하며 보름간 전국을 순회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끄떡없다. 또 이명박 정권의 탄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국민이 알기에 응원군이 있는 통합공무원노조의 입장에서 동요는 없다.

"현장 분위기 끄떡없다"

단, 세 개 조직이 2년의 이혼 과정에서 남아있는 앙금이 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조합을 구성하고 있는 핵심 인력들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 각종 주제에 대해 토론과 강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교류할 계획이다.

정부의 집요한 회유와 공작으로 일부 선거관리위원회나 중앙행정기관 일부 이탈이 있었다. 그것 역시 그 단위가 가진 한계와 실력이 그 정도라고 본다. 하지만 탈퇴한 동지들이 통합공무원노조를 부정하진 않는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탄압에 우리가 힘차게 투쟁하면 그 동지들 역시 통합공무원노조와 함께 할 것이다.

– 행안부는 전공노가 지부 사무실 반납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행정집행을 감행하기로 했다. 또 해직자 활동 묵인, 휴직 없는 노조전임자 인정,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방치 등 노조 활동을 ‘불법 관행’이라 못 박고 척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행정대집행의 사유가 되지 않음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법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최대한 우리의 정당성을 알리고 사무실을 지킬 것이다. 경찰 등 공권력이 밀고 들어온다면 천막투쟁까지 할 것이다. 천막이 뜯겨 나가면 또 천막을 치면 된다. 그렇지만 12월 초, 설립신고가 완료되면 사무실 강제폐쇄는 중단될 것이다.

법이 없는 사람들

그 전까지는 완고하게 투쟁할 것이다. 일부 지역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지침을 통해 최대한 단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고 지역공대위를 꾸릴 것이다. 지역별로 공무원노조를 지지하고 지금의 탄압에 분노하는 세력을 모아 공동대책위를 만들고, 공세적으로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이다. 탄압할수록 이명박 정부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 단위는.

=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각 지역에 있는 제 시민단체와 노동단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릴 생각이다.

   
  ▲ 사진=이은영 기자

–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사실상 공무원의 입을 막고, 단결권을 박탈하겠다는 내용이다.

=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우리는 국가의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국가의 정책이 잘된 건지 잘못된 건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아닌가? 이런 사람들에게 정책을 비판하지 말라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역시 제한하는 것이다.

– 정부여당은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방침을 두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들이대고 있다.

=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탄압하며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지정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역으로 공무원노조는 탄압 속에서 민주노총 가입을 이뤄냈다. 이로써 현 정부의 각종 정책, 반 노동자적인 정책을 공무원 노동자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시켜줬다.

"차라리 투표권을 박탈하라"

현재 정부의 각종 정책과 맞서 싸우는 조직이 바로 민주노총이다. 때문에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편을 들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바로 정부 정책에 대한 존엄한 심판이라는 점이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공무원 노동자가 공무를 집행할 때 외부로부터의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정권의 시녀역할을 제대로 시키려면 차라리 투표권을 박탈하라. 공무원 노동자란 이유로 헌법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마저도 이런 식으로 규제하려면, 완벽하게 규제하라는 것이다.

공무원 노동자가 공무를 집행하는 것과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히 분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것은 그들의 논리일 뿐이다. 우리는 민주노총을 가입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일선 담당자들 중 조합원들이 있을 테지만, 이들도 일을 수행하고 있다.

– 정부는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지지’ 방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 토론이 돼야 할 부분이나, 이미 결정된 배타적 지지는 유효하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좀 더 토론이 필요하다. 정치적 상황과 공무원노조를 둘러싼 변화를 어떻게 조직의 목표로 가지고 가야 할지, 사실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이고 사람이 하는 조직이기에 그때그때 쟁점은 토론을 통해서 조직적으로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 

– 정부와 대화는 계속할 방침인가.

=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한나라당 누구도 좋다. 그들이 보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시각을 들을 것이다. 여러 의견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많은 소통과 토론을 통해 공무원노조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강하게 집행하는 풍토를 만들고 싶다.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에 민주적 행태로 대응할 것이다. 그러면 이긴다.

"서민의 편에서 역할 해내겠다"

노정 갈등이 심화될수록 결국 국민들이 힘들게 된다. 정부는 국민을 더 힘들게 내몰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힘들어하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대화로 노정 갈등을 최소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탄압 일변도로 나온다면 우리 역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99%의 서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제 서민의 편인 공무원노동조합이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특히 지역사회 문제를 지역주민과 함께 고민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 지난 23일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자료=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 조합원 징계가 계속 추진되고 있고, 해고자 문제는 더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해고자는 조직의 결정을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한 사람들이다. 조직에 자신의 몸과 미래를 바쳤다. 이 동지들을 통합공무원노조에서 지키기 못한다면 노조는 있을 필요가 없다. 또한 지금과 같은 탄압시기에 또 다른 해고자 동지들의 모범적인 투쟁을 원하고 있다. 때문에 지도부는 해고자를 믿고, 해고자는 지도부를 믿고 함께 한다면 지금의 탄압은 이겨낼 수 있다.

"해고자, 노조가 지켜줄 것"

향후 징계문제로 해고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올곧은 길을 간다면 해고자가 더 많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이 해고자 동지들을 조직에서 지켜줄 것이다. 물론 슬기롭고 영리해야 한다. 극악무도한 정부의 무차별적 탄압에 ‘나를 죽여라’보다는 ‘슬기롭게’ 현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세종시, 4대강 개발문제 등 정책대안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안다.

= 잘못된 것이 있다면 깨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길들여지고 수긍한다면 공무원노조가 당초에 만들어졌을 때의 가치인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정권의 시녀로서의 굴종의 사슬을 끊자’는 본래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부딪힐 건 부딪혀야 한다. 민변에서도 복무규정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에 대한 위헌소지 의견이 나왔다. 표현의 자유를 국무회의에서 강제로 규정하는 것은 난센스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이야기해야 한다. 그게 공무원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다.

– 노조활동의 초점이 정부 탄압에 집중돼 있다. 조직 내부 과제는 무엇인가.

= 공직사회 내 가장 불합리한 관행이 승진문제다. 인사시스템 문제를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 정책연구소와 별도의 개선팀을 구성해 정책적 대안 내놓을 것이다.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승진문제에서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는 부조리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또 시간외 수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무원은 최대 67시간까지 시간외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퇴근시간인 6시부터 7시까지 한 시간 동안은 시간외 수당으로 책정되지 않는다. 1시간을 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바로잡고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간외 수당과 관련된 문제들을 정리해야 한다.

현장과 동떨어지는 얘기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의 탄압에 집중된 노조 활동은 결국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키는 일과도 연동괘 있다. 불합리한 것을 개선함으로써 노조가 지향하는 부분에서 조합원들의 힘이 더 폭발적으로 나올 것이다.

– 요즘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 정부와 보수언론의 논리에 공무원노조의 활동이 왜곡되고 있다. 어렵게 성장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에 대해 국민들이 소중한 꽃을 가꾸듯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비판해 달라. 공무원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 공무원 노동자는 분명히 국민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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