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 노예화” 발언에 발끈한 동아
        2009년 11월 26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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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의 대책이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대책이었다면, 이번에는 중산층을 위한 대책이란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먼저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6세에서 만5세로 1년 앞당긴다. 셋째 자녀부터는 대학입학 전형과 취업에서 혜택을 주고, 고교 수업료와 대학 학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한편 셋 이상의 자녀를 둔 가장의 정년을 공공부문부터 연장한다. 이민정책도 개방적으로 전환해 복수국적을 허용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이러한 의문에는 진보 혹은 보수언론이라는 구분이 없다. 다음은 26일자 주요 아침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세종시 원안대로” 66%>
    국민일보 <초등학교 취학 만5세로 앞당긴다>
    동아일보 <“취학연령 만5세로 낮추고 셋째자녀 대입 혜택 추진”>
    서울신문 <출구전략 순항할까>
    세계일보 <취학연령 만5세로 앞당긴다>
    조선일보 <‘만5세 취학’ 출산율 높일 수 있을까>
    중앙일보 <취학연령 1년 앞당기고 셋째 낳은 부모 정년연장 >
    한겨레 <“안원구, 정권 최고실세 만나 한상률 유임 부탁”>
    한국일보 <노사정 6자회의 결렬>

    미래위 대책 발표에 신문들 ‘실효성은 글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25일 서울 광장동 서울여성능력개발원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저출산 대응 추진방향’을 보고했다. 학계나 개별 부처 차원에서 제기되던 저출산 대책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정식으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기획위는 일과 가정의 양립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남성 직장인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한편 임신·출산 여성을 우대하는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상용직 시간제 근로형태의 확산을 위한 지원 확대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낙태 줄이기 캠페인, ‘싱글맘’ 관련 차별 철폐, 국내 입양 우선, 미혼모 가정 지원, 다문화 가정 정착 지원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두 차례 정도 저출산 대응전략회의를 더 열어 내년 중 ‘저출산 극복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에 ‘저출산대책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부처간 관련 대책을 조율·협의하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취학연령을 낮추는 것 등에 대해 반론이 만만치 않아 정책결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동아일보는 4면 <“조기 취학 땐 방과 후 돌볼 사람 또 필요”> 기사에서 “미래기획위원회가 제시한 저출산 대책은 신선한 아이디어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제안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이에 따라 상당수 제안이 실질적인 출산 장려로 이어지기보다는 정책 혼선이나 예산 부족으로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특히 “취학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2007년 참여정부가 청년 취업을 위해 발표한 정책을 저출산 대책으로 재탕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 11월 26일자 동아일보 4면  
     

    동아는 우선 취학연령을 낮추자는 제안에 대해 “미래위는 만 5세가 취학하면 현재 유상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대신 무상인 초등학교에 가기 때문에 학비가 줄어 출산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응”은 “종일반이 마련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대신 오전에 수업이 끝나는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방과 후 보육 부담이 오히려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반대한다고 전했다. 또, “학교에 1년 일찍 들어가면 연쇄적으로 유아 사교육도 1년 앞당겨져 사교육비 부담이 줄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는 지적과 함께 “만 5세 취학이 시작되는 학년도에는 만 5세와 6세가 한꺼번에 입학하게 돼 교육시설이나 교사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입시경쟁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고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해야 하는 것도 문제”며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가족부로 이원화돼 있는 만 3∼5세 교육 문제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아는 “교육학적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거세다”며 “몇 년 전 조기입학이 사회적으로 유행했지만 결국 아동의 학습능력이나 적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입학을 늦추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유아들의 학습 경쟁에 대한 우려나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검토 없이 경제적으로만 접근한 취학 연령 단축 제안은 철회해야 한다”는 유아교육과 교원단체의 주장을 전했다.

    재원 확보라는 과제도 남았다. 동아는 “이번에도 각 부처에서 다양한 대책이 보고되었지만 상당수가 예산을 이유로 최종 보고서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업들에 재정 부담을 떠넘길 경우 오히려 여성 고용을 꺼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낙태 줄이기 캠페인’ ‘아이 낳기 운동’ 역시 구체적인 예산 마련 없이 추진돼 한계가 있다고 동아는 지적한다.

    중앙일보도 같은 주장이다.
    중앙은 사설 <조급증 드러낸 저출산 종합대책>에서 “일단은 정부가 기존에 펼쳐온 저소득층 중심의 금전지원 위주 발상에서 탈피해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의지를 밝힌 건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설익은 대책을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부터 한 건 문제”라고 주장했다.

       
      ▲ 11월 26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은 “자녀 양육부담 경감 대책으로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만 5세 취학 추진이 대표적”이라며 “이 안은 교육과학기술부 내에서조차 이견이 나올 만큼 논란이 많은 이슈”로, “이른 나이에 취학시켰다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서 오히려 취학을 뒤로 미루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고 “게다가 보육비를 줄이고 여성들의 사회복귀를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는 정부 설명”은 “아이를 유치원 종일반에 맡기는 편이 학교에 보내는 것보다 맞벌이 부부에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중앙은 “셋째 아이 이상을 둔 다자녀 가구에 대해 대학 진학 시 우대하거나 부모의 정년을 연장해주는 방안 역시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출산율을 높이자면 이미 두 자녀를 둔 가정이 셋째, 넷째를 낳도록 하는 것보다 젊은 남녀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선-한겨레, 권익위 권한 강화 ‘우려’

    오늘자 지면에서 진보-보수 언론의 구분 없이 한 목소리를 내는 사안이 또 있다.
    바로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재오)가 공직자 비리와 관련해 영장없는 계좌추적 등 사실상의 수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안 개정에 나선 일이다.

    국민권익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전환하고 고위공직자 부패조사를 위한 금융거래정보 제출 요구권을 확보하는 등 권한 및 위상 강화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섰다.

    국민권익위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개정안은 고위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또 공공기관 및 공직자의 청렴도를 평가하기 위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병역, 출입국·국적, 범죄경력, 부동산 거래·납세, 재산등록, 징계 등에 대한 자료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신고자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부패행위 신고사건 처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피신고자에 대한 사실 확인 기능을 명문화해 출석 및 의견 진술 등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권익위가 계좌추적권 행사 등 권한 강화에 나서면서 과거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공직자비리수사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의 반발의 예상된다. 특히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과 맞물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은 사설 <국민권익위, 너무 과한 것 아닌가>에서 “현재 직·간접으로 계좌추적권을 가진 기관만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관세청, 금융위,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보분석원, 한국거래소, 공정거래위, 감사원, 선관위, 공직자윤리위, 국회 등”으로, “이 대열에 이제 권익위까지 가세하겠다고 나선” 것은 “누가 봐도 지나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은 이어 “이(재오) 위원장은 얼마 전 공직자 청렴도 순위를 매겨 공개하겠다고 하고, 공무원들에게 ‘5000원짜리 이하 점심을 먹자’고 해 논란이 됐다”며 “속초비행장 주변 고도제한을 완화해달라는 민원이 군(軍) 작전상 문제로 48년간 끌어오다 이 위원장이 등장하자 단번에 수용되는 일”을 “미담(美談)으로만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이 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국가청렴위 산하에 공직비리수사처 설립을 추진하자 옥상옥(屋上屋)이라면서 강력히 반대했었다”며 “그 국가청렴위가 지금의 권익위로 바뀐 것”인데 “그렇다면 부패 문제를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권익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는 것이 일관성 있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도 <권익위, 무소불위의 ‘대통령 친위권력’ 꿈꾸나> 사설을 통해 권익위와 이 위원장의 행보를 질타했다.

       
      ▲ 11월 26일자 한겨레 1면  
     

    “정부, 종편으로 일부 언론 노예화” 발언에 동아 ‘발끈’

    동아일보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게 뿔났다.
    이 총재가 25일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일부 신문을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겨레와 경향 보도에 따르면, 이 총재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5역회의에서 “지금 일부 신문은 이 정권의 세종시 원안 수정을 옹호하고 선동하기에 바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종편에 참여하려는 조선·동아·중앙일보가 정부가 선정권을 쥐고 있는 종편을 따내기 위해 세종시 수정 계획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총재는 또 “지금 이 정권의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서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마당에 (이들 신문이) 원안 수정 반대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직 수정론만 대서특필하는 것은 정권의 나팔수(같은 행태)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총재는 “과거 정권하에서 일부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할 때 이들 언론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면서 “(정권이) 일부 언론을 종편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소금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정부의 세종시 기업 유치와 관련, “수도권에서 빼갈 수 있는 기업은 빼가고, 해외에서 유치될 기업도 서로 쟁탈전을 벌이라는 이야기냐”며 “이는 그저 듬뿍 집어줄 테니 입 닫고 있으라는 식의 천박한 자본주의적 사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는 사설 <이회창 총재의 언론모독과 민주당의 이중잣대>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결코 정부의 노예도, 종편의 노예도 아니다”라며 “장기적 국가 이익과 대다수 국민 이익, 즉 총체적 국익(國益)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어 “이 총재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부 신문에 대해 ‘노예’ 운운하는 것은 심한 명예훼손”이라며 “그의 어법을 패러디한다면 ‘이 총재는 세종시 원안을 옹호하고 선동하기에 바쁘다. 지역당의 정치적 이익이 이 총재를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아의 화살은 이 총재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게도 돌아갔다.

    동아는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지난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밀어붙이다 보니 일부 언론이 비위를 맞추려 이성을 잃고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그렇다면 영산강 사업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고 이성을 잃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민주당의 유선호 의원이 “영산강 수질개선 사업은 전남도가 ‘국민의 정부(DJ 정부) 이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4대강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자신들이 영산강에 손을 대면 로맨스요, 다른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 불륜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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