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대표님, 저는 죽을 뻔했습니다"
    By 나난
        2009년 11월 17일 10:0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살인적인 테러를 저지르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는 우리 사회에서 최고 권력을 가진 집권여당의 대표이며 대통령까지 출마하려 했던 사람입니다. 노동권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고, 더구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이기까지 한 나라가 과연 민주공화국인가요?

    노동권을 짓밟으며 차기 대선 노려?

    저는 울산 미포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김석진입니다. 저는 올해 1월 17일, 정몽준 대표가 회장으로 통하는 현대중공업 사설 경비대가 저지른 폭력 테러로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을 거느린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회사 내 공식직함은 없지만 그룹 안팎에서 사실상의 그룹 총수, 오너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중 경비대 심야 테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됐던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복직투쟁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 함께하던 중 한 정규직 노동자가 투신으로 내몰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 영남노동자대회가 열린 지난 1월 17일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보복테러와 병원으로 후송되는 김석진 의장.

    다행히 목숨만은 건졌지만 회사가 저지르는 탄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현대중공업 소각장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미포조선은 이들의 요청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현대중공업은 경비대를 동원해 이들을 하늘에서 죽어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한 달 동안 음식과 방한용품을 전달하지 못하게 경비대가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경찰도 무시할 만큼 회사와 경비대의 힘은 컸습니다. 결국 1월 17일에 영남 노동자 대회를 열어 노동자들 2천여 명이 굴뚝 아래에 모여 싸운 끝에 겨우 음식과 방한용품을 올려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날 자정 무렵, 고공농성 장소 아래 진보신당의 노숙농성장에 경비대가 쳐들어왔습니다. 그날 물품이 올라간 것에 대한 보복이었습니다. 당시 농성장에는 겨우 10명 정도만 남아 있었는데, 경비대 60여 명이 갑자기 오토바이 헬멧으로 얼굴을 감추고 각목과 쇠파이프, 소화기로 무장한 채 난입한 것입니다. 농성장은 곧 아비규환이 됐습니다.

    차를 부수고 농성장을 불태우고, 특히 당시 미포조선 현장대책위원회 소집권자인 저를 지목하여 테러를 가했습니다. 그나마 노숙농성장에 있었던 동지들이 저를 둘러싸고 있던 경비대를 뚫고 의식을 잃은 저를 에워싼 채, 저 대신 맞으면서 보호해 준 덕에 간신히 구급차로 옮겨질 수 있었습니다. 그 동지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저를 지키지 않았다면 저는 죽었을 것입니다.

    지목하여 테러…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는 병원 후송 후에야 응급처치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게다가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고,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건 경비대가 경찰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폭력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아비규환의 폭력을 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버젓이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경비대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심야 테러 이후 10개월 동안 이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인 정몽준 대표가 나서줄 것과, 경찰의 직무유기에 대해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국회, 한나라당사 앞, 정몽준 사무국 앞, 울산지역에서 해왔습니다. 그러자 현대자본은 또 다시 탄압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출ㆍ퇴근하는 현장사무실 입구에 저를 비방하는 현수막이 7개월 동안 내걸렸고, 제 작업조건을 마음대로 바꿔놓았습니다. 회사의 노무관리팀은 이른 새벽부터 제 집 둘레를 감시, 미행 하고, 점심시간 밥 먹는 식당까지 조,반장이 동행하는 등 참기 힘든 모욕감과 위협을 가했습니다.

    저는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왕따를 넘어, 작업 감시와 보고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쇠망치로 위협까지 받는 지경입니다. 한밤중에 목숨을 잃을 뻔 한 테러를 당한 건 저인데도 오히려 피해자인 제가 제대로 된 치료와 보장은커녕 인간 이하의 인권유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에게 요구합니다.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벌인 살인적인 테러와 현대미포조선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의 해결에 나서십시오.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며 집권여당의 대표인 사람이, 자기가 소유한 기업들이 벌이는 폭력과 노동탄압, 인권유린에 책임 없다 발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몽준 대표에게 요구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입니까? 이는 자기 집 안에서는 상습적으로 폭력이 난무하는데 밖에 나가서는 세상을 평화롭게 지키겠다고 하는 위선과 다름없다고 봅니다. 혹시 정몽준 의원은 자신이 가진 정치권력으로 치부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 필자.

    제 자신이 직접 테러를 겪고 나니 또 누가 언제 새로운 테러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사업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폭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과거의 1ㆍ8테러, 식칼 테러 등으로 유명한 게 현대중공업입니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사회가 이만큼 민주화되었고, 인권의식이 높아진 요즘도 노동현장에서 버젓이 노동자에 대한 테러가 저질러지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처벌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본의 뒤에 숨어서 폭력을 일삼는 자들 대신 혈혈단신 굴뚝에 올라 죽을 고생을 한 노동자들이 오히려 감옥에 가고 있습니다. 다시 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노동자 테러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정몽준 대표, 자본의 사설 조직폭력배처럼 행동하는 현대중공업 경비대를 즉각 해체하십시오! 현중경비대는 노동자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합니다. 노동 현장에서 인간 이하의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자들에 대해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며, 정치인으로서 엄중히 문책하십시오.

    모르쇠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버리시고, 이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십시오. 정몽준 대표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주이며 운영자인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습니다.

    현중경비대는 정 대표가 울산에 내려오면 바로 사설 경호원들로 둔갑합니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을 모른 채 하는 건 속 보이는 일입니다. 결자해지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자승자박이 될 오랏줄을 목에 거는 사태가 될 것입니다. 저 또한 정몽준 대표의 책임 있는 태도가 있을 때까지 흔들림 없이 싸워나갈 것을 밝혀둡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