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예방접종, 신종플루 못 막는다
        2009년 11월 10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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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신종플루 확산 차단은 실패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신종플루의 전파력이 워낙 강하고, 타미플루를 포함한 한국 정부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회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예방접종입니다. 11월부터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일선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여러 쟁점들이 있습니다.

    진보신당 건강위원회와 <레디앙>은 이와 관련한 글을 2회에 걸쳐 실을 계획입니다. 1회는 정부의 신종플루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대상 35%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고 신종플루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할 것입니다. 2회는 백신접종의 우선순위 문제와 백신의 효과, 적절성에 관한 문제를 다룰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이번 주부터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종플루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예방접종은 신종플루 확산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전체 감염자의 75% 정도가 초중고생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들이 지역사회의 고위험군에게 전파시키는 감염원 역할을 하고 있기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은 필수적이다.

    정부는 초중고 학생들을 포함한 전체 국민의 35%에게 국가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35%를 제외한 나머지 65%의 국민, 약 3,000만 명은 신종플루 예방접종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권장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자 중 65세 이상 노인과 초중고생은 보건소에서 집단 예방접종을 하고 나머지 영유아, 임신부, 만성질환자는 의료기관에서 1만5천 원의 접종비를 내고 맞아야 한다. 1만5천 원의 접종비를 내야 한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35%에게만 시행하는 국가예방접종으로 신종플루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 정부의 국가예방접종 계획, 질병관리본부

    정부의 국가예방접종 계획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계획이 얼마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느냐와 함께 다른 나라들의 계획은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가예방접종을 시행하는 본질적 이유가 신종플루 유행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집단면역을 획득해야 유행을 차단할 것인가이다.

    전염성 질환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람들이 면역력을 획득하면 더 이상 전파가 되지 않아 유행은 사라진다. 예로, 홍역의 경우 전체 국민의 95%가 면역력을 획득하면 더 이상 유행하지 않는다.

    전체 국민의 95%가 면역력을 획득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의 방법은 전체 국민의 95%가 홍역을 앓으면 된다. 자연면역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에는 홍역의 높은 치사율(0.1%)로 인해 많은 생명을 잃을 것이다.

    병을 앓거나 또는 예방접종을 받거나

    다른 방법은 95%의 국민에게 예방접종을 시행하여 홍역에 대한 면역력(항체)을 획득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전자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방법을 취해야만 한다.

    신종플루도 마찬가지다. 신종플루가 수그러들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국민이 신종플루를 앓거나, 신종플루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국민에게 예방접종을 시행하면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정 규모’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학적 지식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바로 전염병의 R0 값을 이해해야 한다. R0라는 것은 기초 재상산수(Basic reproductive number)라고 하며 한 사람의 감염자가 몇 사람에게 전염을 시키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R0값이 클수록 전염력이 강해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다.

    R0가 1인 전염병은 한 사람의 감염자가 한 사람에게만 전파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R0가 10이면 한 사람이 10명을 감염시킨다. 만일 R0가 1보다 작다고 한다면 유행은 일어나지 않는다.

    R0를 알면 해당전염병이 어느 정도 규모의 국민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역으로 예방접종을 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국민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유행을 차단할 수 있는지도 알 수가 있다.

    예로, R0가 4인 전염병이 있다고 하자. 1인의 환자는 4인을 전염시킬 수 있다. 만일 인구의 25%가 예방접종을 받아 면역이 생겼다면, 전염될 4인 중 한 명은 면역력을 획득하였으므로 3명만이 감염이 된다. 마찬가지로 인구의 50%가 예방접종으로 면역력을 획득하게 되면 4인 중 2명만이 감염이 될 것이고, 인구의 75%가 예방접종을 받았다면 4인중 3명이 면역력을 획득하였으므로 1명만이 감염이 될 것이다. 만일 예방접종을 75% 이상으로 예방접종을 시행한다면 유행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감염자가 전염시키는 숫자

    즉 전염병의 R0를 알고 있으면 몇 %의 국민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유행을 막을 수 있는지도 알 수가 있게 된다.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유효재상산수 R= R0(1-f) <1 즉, f> 1-1/R0
    * f=인구집단 백신접종률

    홍역의 경우 R0가 15라고 하였으므로 홍역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f>1-1/15 = 1-0.067= 0.933, 즉 전체 인구의 93.3%이상의 국민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홍역 환자 1인이 15명을 감염시키므로, 만일 15명 중 14명 이상에게 예방접종을 하면 1명 이하에서만 감염이 되므로 유행을 막을 수 있다는 거다. R0가 큰 전염병일수록 인구 중 더 많은 집단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신종플루의 R0는 얼마일까?

    여러 논문자료에 의하면 계절독감의 R0는 1.3정도라고 한다. 계절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을 경우 계절독감은 전체 국민의 1-1/1.3= 0.23 즉 전체 국민의 23%를 전염시킨 후 유행은 사라진다. 만일 계절독감에 대한 예방접종을 전체 국민의 23%이상에게 시행하게 되면 계절독감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국가 정책적으로는 전체 국민의 23%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고 백신을 공급하면 될 것이다.

    다시 그렇다면, 신종플루의 R0는 얼마일까? 이에 대한 연구는 몇 개의 보고가 있으나 매우 편차가 크다. 우선 1918년 전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의 경우 R0는 2.0~4.0이라고 한다. 또 1951년 유행한 계절 독감은 2.0이었다고 한다.

    신종플루의 R0에 대한 연구도 몇 개가 있는데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WHO에서는 지난 5월 11일에 신종플루는 계절독감보다 전염력이 강하다고 발표하였다. 가족내 2차 발병률(attack rate)이 계절독감은 5~15%인데 반해 신종플루는 22~33%정도로 2배 이상 강했다. Fraiser 등은 신종플루의 R0는 1.4~1.6 정도로 추정하였고, Boelle 등은 2.2~3.1로 보기도 하였다. 뉴질랜드 연구자들은 신종플루의 R0를 1.96으로 보았다.

    이를 정리해보면 신종플루의 R0는 1.4~4.0사이라고 볼 수 있다. 계절독감 수준으로 본다면 R0는 1.3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스페인독감 수준이라고 보면 4까지 볼 수도 있다. 즉 신종플루는 1-1/1.4 ~ 1-1/4 = 0.286~0.75, 즉 전체 국민 중 최소 28.6%에서 최대75%까지 감염시키고 난후에야 유행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백신접종을 시행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면 그렇다는 거다.

    신종플루 전염력은 1.4~4.0

    지난 8월에 미국 과학기술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전체 미국인의 30~50%가 감염될 것이고, 3만 명~9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30~50%의 미국인이 감염될 것이라고 추정한 것도 바로 이런 계산 방식에 근거에 두었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국가재난적 공중보건의 위기상황에 국가는 신종플루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서 전체 국민의 어느 정도 규모로 예방접종을 계획해야 하는 걸까?

    먼저 유럽의 사례를 보자. 유럽 CDC는 이와 같이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백신전략을 세우고 있다. 신종플루 대유행에 대비한 백신 전략 자료에 의하면 R0를 1.6으로 추산하고 이에 기초하여 백신접종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체 인구의 54% 이상에게 예방접종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0를 1.6으로 보면 전체 인구의 37.5%(1-1/1.6=0.375)가 면역력을 획득해야 한다. 그런다고 전체 인구의 37.5%에게만 예방접종을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예방접종의 효능(efficacy)이 100%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은 신종플루 백신의 효능을 계절독감 정도인 70% 수준으로 평가한다. 백신접종을 하더라도 30% 정도에는 면역력을 획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방접종률은 이를 고려하여 전체 인구의 53.5%(37.5%*100/70)에게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체 국민의 35%에게만 예방접종을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당초에는 전체 국민의 28%, 즉 1330만 명에게만 접종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전체 인구의 35%, 즉 1700만 명에게 접종하겠다고 확대한 된 이유는 국가가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성인에게는 1회 접종만 해도 될 것으로 최근 드러났기 때문에 대상자가 확대된 것뿐이다. 국민의 65%는 국가예방접종 대상자가 아니며 굳이 접종을 받기를 원할 경우에는 국민이 알아서 3만~4만 원 가량의 접종료를 부담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세워 놓고 있는 예방접종으로는 신종플루를 차단하기에는 미흡하다. 현재 신종플루에 대한 재난단계는 최고수준인 심각단계까지 격상된 상태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신종플루에 대한 백신 대응은 계절독감 수준이다. 신종플루가 전체 인구의 최소 30%~75%까지 유행할 수 있다고 할 경우 책임 있는 국가라면 30%가 아니라 최대 수준인 75%를 염두에 두고 대응을 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유럽은 54% 이상 접종 권고, 한국은 고작 35%에게만

    또 과학적 근거나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35%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특정 인구집단에게 35%가 집중되어 있어 그 경우에는 신종플루 차단이 가능하다. 접종 시기의 적절성을 논외로 한다면 말이다. 즉 전체 초중고생과 영유아, 노인의 경우에는 가능하다. 그러나, 대다수 제외되어 있는 18세~65세 사이의 성인은 신종플루의 유행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게 된다. 정부의 백신정책으로는 이 인구 집단에서 발생하는 신종플루를 전혀 막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전체 국민의 80% 이상에게 예방접종을 시행할 수 있는 양(2억 5천만 도즈)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비록 과학적 근거로는 전체 국민의 54% 이상에게 예방접종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는 최소 기준일 뿐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전체 국민에게 투여할 백신을 국가가 이미 확보한 상태이다.

       
      ▲ 진보신당 신종플루 관련 2010년 예산 요구안

    우리나라도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접종 계획이라면 적어도 유럽의 경우처럼 최소 54% 이상, 70% 정도의 국민에 접종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원하는 국민이면 누구든 접종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규모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35%이상은 안 된다고 이미 못 박은 상태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예산을 확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복지예산도 마찬가지이다. 대규모 감세와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참고자료)
    Vaccination strategies against pandemic (H1N1) 2009
    White paper on novel H1N1, prepared for the MIT center for engineering systems fundamentals.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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