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알라딘을 고발한다
    2009년 11월 04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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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노동자들의 희망이다.

여느 출근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집사람을 학교와 직장에 보내고, 설거지하고 집안 청소를 마치면 아침 8시 반 정도, 부랴부랴 씻고 도시락을 싸들고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희망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하철을 타고 대화역에서 내려 9시 30분에 오는 알라딘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보거나 직장동료들과 도란도란 애기를 나눈다. 버스를 타고 파주출판단지 안 알라딘물류센터(북센 2층)에 도착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10시 정각에 일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기다린다. 비록, 비정규노동자이지만 그렇게 출근은 희망을 만드는 밑거름이다.

그러나, 출근하지 말란다.

2009년 9월 28일 13시 40분 경, 중식 후 인수입고팀 미팅에서 길00 과장(알라딘물류센터 인수입고팀 담당과장)이 “비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우리 팀에서는 2명이 빠져야 한다”라고 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이후 추석 휴가계획을 제출하라고 해 10월 1일에 나만 손들었다. 젠장, ‘이것 때문에 혹시….’

“9월까지만 일하고 10월엔 출근하지 말라”, 같은 날 14시 경 일하는 중 인티잡 김00 과장이 찾아와 나에게 한 말이다. 그것도 서면이 아니라 구두로, 본인과 상의 없이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파란 가을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해고사유는 ‘나이가 많다, 힘이 부족하다, 비수기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란다. 전환배치도 고민 안하고 8,9월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2~4명 면접보고 채용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거세게 반발했다. “부당해고다. 3명의 식솔을 거느린 가장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있느냐. 우리가 무슨 노예냐 일하라 하면 일하고 그만두라 하면 그만두는 노예냐.” 김윤재 과장은 “미안하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알라딘에서 2명을 통보해 왔다. 인트잡도 마찬가지지만 알라딘도 직원 한 명, 한 명의 인사고과를 매기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2명(나하고 아주 젊은 주 모씨)을 선정해 통보해 온 것이다.” 정말 억장이 무너졌다.

길00 과장하고 해고와 관련해 애기했다. “알라딘에서는 사람을 필요해 뽑고, 필요치 않으면 전환배치도 생각해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해고 하냐, 번복하거나 다시 일할 수 없는 것이냐. 그렇지 않다면 부당한 해고와 관련해서 싸울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라딘에 들어와 이해할 수 없는 해고로 고통당했냐”며, 멱살은 잡지 않았지만 거의 싸움 수준의 결의와 말투였다.

길00 과장은 “미안하다. 유감이다. 번복하거나 다시 일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인트잡에서 본인에게 통보한 대로다.” 으메, 미치겠는 거! 유감이라는 정치적 발언까지, 아이구 돌아 버리겠다. 정말….

난 파견노동자, 알라딘은 어떤 곳인가?

알라딘커뮤니케이션(원청사용사업주) 물류센터에서 일하지만 나는 파견회사 (주)인트잡에 소속된 노동자다. 알라딘물류센터에는 주야 포함해서 150명 정도가 일을 한다. 거기에 알라딘 소속의 노동자들은 부서장, 장기근속자(계약직 포함) 등 적은 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파견회사 소속이다.

그리고 물류센터 안의 일이라는 것이 어느 일이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다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가슴 아프게도 대부분, 파견회사에서 파견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신뢰의 기업’이라는 회사의 비젼을 꺼내 보이지 않더라도 알라딘이 스스로 밝혔듯이 ‘우리는 기업을 통하여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안정된 일자리를 통해 노동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돼지 않은 한 다 공염불이다.

2000년도 초반, 알라딘에도 노동조합이 있었는데, 단체협상을 통해 물류센터에 근무하는 비정규노동자들(계약직이 대부분이었음)의 정규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알라딘은 과도한 요구라며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노동조합은 반발했으나 회사 측의 물밑작업에 의해 노조는 무력화 되고, 많은 노동자들이 이 싸움으로 인해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알라딘도 사회양극화의 처음이고 끝인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계약직에서 파견직으로 비정규직을 확대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견노동자 한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웠겠는가?

그것도 자신의 원청사용자성을 부정하면서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커텐 뒤에서 지시만 하면 알아서 척척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파견회사가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 많은 비수기를 거치면서 직장을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마음 착한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해고한 알라딘을 나는 더더욱 용서할 수가 없다.

파견이야? 도급이야?

“우리는 실제, 도급이다”라고 파견회사 김00 과장은 해고를 통보했을 당시 분명한 어조로 얘기했다. 그리고 이력서 제출 당시 노동부 워크넷 구인정보 기타 난을 보면 ‘당사는 인터넷서점 도급직으로 근무하실 사원을 모집하오니 많은 지원바랍니다’ 라고 적혀 있다.

이상하다. 도급직이면 알라딘의 지휘명령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알라딘에서 지휘하고 명령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시 위장도급….

파견회사의 거짓말, 거짓말들

1. 단기 아르바이트로 뽑았다?
09년 8월 하순경 노동부 워크넷에 올린 인트잡 구인정보를 보면 ‘계약직(24개월, 계약기간만료 후 상용직 전환 검토)’로 되어 있으며, 8월 말 알라딘 면접에서 담당과장은 면접자 4명에게 모두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를 물었고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장기적으로 근무하겠다.”라고 대답했다.

2. 해고한 적이 없다?
해고와 관련해서 반발이 심하니까 ‘해고하지 않았다. 무단결근이다. 징계하겠다’는 내용 증명서를 보내왔다. 해고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관계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래는 해고수당까지 준다는 인트잡에서 보낸 문자 내용이다.
“10월 5일 11시 43분 : 해고 수당까지 말씀드렸습니다. 더 이상 저희가 해드릴 것이 없네요.”

3. 업무복귀 및 1개월 알라딘에서 더 일하게 해주겠다?
업무복귀 등과 관련해서는 알라딘 길00 과장은 “알라딘에서 다시 일하는 것은 어렵다, 번복할 수 없다”라고 분명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트잡은 처음에 “1개월 더 일하는 것은 인트잡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알라딘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라고 했고 이후에는 “인트잡이 결정하면 된다.”라고 해 처음부터 거짓말로 일관했다.

4. 다른 부서의 전보를 권유했다?
다른 부서의 전보가 아니라 예스24의 이직 및 재취업을 권유했다. 아래는 문자 내용이다
“10월 2일 12시 19분 : 지난번 부당해고 (인트잡에서) 인정했고 예스24로 재취업을 권유했으나 (다시 한번) 편법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해고 관련해서 싸울 것이다.(해고자)
“편법 아닙니다. 편법으로 돼 있는 거 없습니다. 저희도 법적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수고하세요.(인트잡)”

5. 복직시켜 주겠다?
"좋다. 복직하겠다."고 했다. 단 해고한 것이 사실이라면 부당해고를 인트잡이 인정하고 알라딘과 인트잡이 부당해고와 관련 당사자하고 부당해고를 인정한다는 합의서를 쓰는 것이며 인트잡하고 예전에 쓰지 않았던 근로계약서를 정확하게 쓰는 것을 파견회사에 밝혔다. 그럼에도 인트잡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비정규노동자를 우습게 여기는 ‘알라딘’의 불매운동을 제안한다

‘출근’이라는 희망과 ‘해고’라는 절망 사이에 ‘과’라는 중간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 아니면 모다. 그 줄다리기를 비정규노동자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한다. 선비의 감수성과 장수의 추진력으로 알라딘을 경영한다는 ‘운동권 출신 CEO 조 모 사장’, 사원들의 연애 문제까지도 섬세하게 챙겨주신다는 그 자상한 사장님이 알라딘에서 일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희망이 무엇인지, 절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헤아려 주실까?

며칠 전 백기완 선생님 자서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출판기념회 관련한 강연회가 10월 20일은 ‘예스24 아름다운 초대작가 강연회’로, 27일은 알라딘 등의 공동주최로 ‘백기완 자서전 출판기념 저자 강연회’로 개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알라딘, 예스24 모두 파견회사 인트잡이 거래하는 협력업체다. 위에 서술한 내용으로 볼 때 예스24도 알리딘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이 파주 비정규직 물류노동자들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한 번의 강연회 주최로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출판기념회라는 좋은 자리에 흠이 되는 것이 있기에 밝혀두고자 하는 것이며,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거짓을 용인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스스로 자승자박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과거 이랜드그룹 불매 운동이 한참 진행되었을 때 민주노총 관계자가 회의 때문에 여의도 모 호텔을 이용했는데 알고 보니 이랜드그룹 소유였다는 것이다. 최소한 이런 오류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과한 욕심일까?

“우리가 견뎠던 것은 우리가 이걸 겪어내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견뎠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으니 너무 미안해. 우리가 더 열심히 싸우지 못해서 지금 이랜드 후배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게 아닌가 하고….” 70년대 공순이 효순 언니가 이랜드에서 싸우던 한참 동생 홍윤경 씨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유서와 30년이 지난 현재 비정규노동자들의 유서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일회용품으로 취급받고, 끝내는 쓰레기로 폐기해 버리는 기업은 사회에서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 불매운동으로부터 시작하자. 이유는 비정규노동자에게 다시 피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고,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형식은 불매운동이라는 것을 취하지만 내용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비정규노동자를 우습게 여기는 기업-알라딘, 책을 인터넷으로 살 때 알라딘을 이용하지 맙시다’라는 형식으로…. 최소한 마음의 양식을 팔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인간을 저렴하게 사고팔고 아무렇게나 목 자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제안이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있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는 구조적으로 풀어야지, 한 기업의 불매운동 형식으로 풀면 변죽만 울리는 꼴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의하는 소수가 있다면 실천해 보자. 알라딘 만이라도. 나중에 백만이라는 거대한 시민항쟁으로 발전했던 작년 촛불이 여중생 몇 명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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