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지는 '진보연합', 잘 될까?
    2009년 11월 04일 11: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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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를 겨냥 광역 수준의 ‘연정’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광폭 연대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던 진보진영의 목소리들이 10월 재보궐 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수그러들고 있다. 대신 진보진영의 연대와 단합을 강조하는 주장들이 커지고 있다.

강력한 이명박 정권의 범여권 대 약체 민주당이라는 정치지형을 기본 전제로 하고, 범진보 진영과 시민사회의 세력 강화를 통해 이들의 정세 개입력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 시기에 주도권 확보까지를 염두에 두었던 반MB전선 효용론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반MB전선 효용론 수그러들어

   
  ▲ 임종인 후보 (사진=임종인 홈페이지)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야4당 연대’, 이른바 정치적 반MB전선이 그동안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실체적인 대항마로서 역할을 해 왔지만, 그 한 축을 담당하던 진보정당들이 ‘진보연합’을 내세우며 민주당과 차별성 분명히 하는 독자적 정치활동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시작은 이번 안산 재보궐선거 결과와 깊은 연관이 있다. ‘야4당 연대’를 강조하며 지난 13일 ‘흑묘백묘론’까지 언급했던 정세균 대표가 당시 “민주당만의 색깔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안산 재보궐 선거에서 ‘야4당 연대’의 장기적 전망을 흐리게 한 것은 민주당이며, 내년 선거에서도 이 같은 행태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진보연합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함께 ‘진보대연합’의 목소리가 커지는 또다른 이유는 진보진영의 초라한 실체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대중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진보정당들의 지지를 받은 임종인 무소속 후보가 김영환 민주당 후보의 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력으로 패배했다.

진보정치세력의 힘이 전체적으로 강화되지 않고는 의미 있는 정치적 연합이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이번 선거 결과가 그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진보의 실력 부족’이라는 현실이 진보를 중심으로 한 외연 확대의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금 민주당과 후보단일화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진보진영의 독자적 생존전략과도 연계되어 있다.

"민주당과 연대 실현가능성 적어"

안산상록을 선거와 관련해 진보진영 인사들의 평가가 ‘진보대연합’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는 “진보진영의 연대와 단결을 중심으로 반MB투쟁의 대안을 결집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장도 <민중의 소리>기고를 통해 “지자체 선거에서도 시민단체의 압력 등으로 또다시 반MB연대가 부각되겠지만 민주당과의 연대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대단히 적다”며 “아주 특수한 경우에 반MB연대를 시도해 볼 수 있겠으나 우리에게 항상적이고 일반적인 선거연합은 진보대연합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직 우리가 힘은 미약하지만 확고한 원칙을 가치고 과학적인 ‘진보가치’의 연대로 민주당과 진보신당 등을 견인하고 개입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가장 확실하고 힘 있는 반MB전선은 ‘진보대연합전선’을 튼튼히 세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진영의 이 같은 인식 변화는 그동안 당위로 여겨졌던 ‘반MB 정서’와 특히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의 연대연합론에 대해 일정 수준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당이 참여하는 선거연합의 틀을 짜고, 서울시장과 구청장, 광역의원 등의 ‘균력분점’을 모색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지방정부 연정’인 셈이다.

   
  ▲ 임종인 후보 선본 개소식에 참석한 진보신당-민주노동당 대표와 의원들(사진=임종인 홈페이지)

그러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진보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의미있는 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전략은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됐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선 가능권의 자리를 내줄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 줘봐야 대구-영남권 일부가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심판보다 진보 강화를

이 때문에 내년 선거 자체를 ‘이명박 정권 심판’보다 ‘진보의 강화’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경우 새세대네트워크 기획위원은 “미국식 양당 체제가 들어서고 진보세력은 고립ㆍ분열ㆍ약화될 위험성이 있다”며 “한나라당 재집권 저지와 진보세력의 성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 중 하나를 택하라면 후자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당위성’만으로 진보연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물론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그리고 있는 ‘진보연합’의 틀이 서로 다르다. 때문에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우선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 전 진보정당 통합 및 전선체 운동”을 강조하면서 “제3지대 정당”을 강조한 바 있다. 상층의 당대당 통합방식을 통해 진보대연합을 이루는 경로를 강조한 셈이다.

정성희 혁신과 소통 연구소장도 진보대연합의 성사를 “중심주체들의 대승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반신자유주의 민생복지-생태-자주평화에 동의한다면 뭉쳐야하는 것이 시대적 요체”라며 “구체적으로 지방선거에서 페이퍼 정당이라도 만들어 진보진영이 ‘하나의 후보’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언직 위원장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당 대 당의 정치적 통합 및 연대 방식이 아닌 “통합진보 선거연합의 테이블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장의 경우 “서울시 산하기관 노조들로부터 역할을 통해 진보적 서울시장 만들기”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진보정당 간 연대와 연합은 안산상록을 학습효과로 어느 때보다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보다당제 시대가 현실이 된 만큼 서로에 대한 차별성 또한 부각시켜야 하는 진보정당들이, 각자 사활을 걸고 준비해야 하는 ‘지방선거’에서 얼마만큼의 연대연합을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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