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장관의 노골적 기업 편들기
        2009년 11월 02일 07: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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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30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 언론사 행사에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는 일을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신중론을 펼치고 나섰다. 언론들은 정부가 지난 8월 초에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인 2005년 대비 4% 감축안을 확정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발언의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여 최경환 장관이 대신 나서서 엄살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면서 “일자리는 몇 개가 줄지, 주력산업 경쟁력은 유지될 것인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감축의 실천 주체 사이에 감축목표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 30일 한경포럼에서 발표하는 최경환 장관 (사진=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의 엄살…. 노골적 편들기

    애초에 필자가 일하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포함하여 시민사회는 정부가 제시한 3개의 시나리오 모두에 대해서 반대하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전지구적 차원에서 대폭적인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필요성과 한국의 역사적 책임에 입각해서 볼 때, 세 가지 안 모두 너무나 보수적이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나라가 아직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어떤 개도국이라도 되는 양 하면서, 에너지사용량 10위, 온실가스 배출량 9위라는 객관적 처지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별 차이도 없는 3가지 안을 놓고 토론회니 공청회니 하는 헛된 짓을 해가며,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를 이룰 것처럼 꾸몄다. 비즈니스 프랜들리한 MB 정부가 기업 눈치만 의식해서 내놓은 세 가지 안마저도 기업에 의해서 외면되고, 심지어 정부 안에서마저 기업 편을 드는 장관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나마 국제사회에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생색을 낼 수 있는 세 번째 안마저도 부담스럽다는 노골적인 탐욕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는 다른 환경단체들과 함께, 지난 8월 이후 연속된 토론회와 정부 공청회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한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5%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0년에서 2005년까지 거의 100%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을 보임으로써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한 만큼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성과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따른 역량 등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사실 이조차도 기후변화 심각성에 비춰 보았을 때, 시민사회 내부에서는 미진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회의가 존재한다.

    감축목표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한 것은 사실

    녹색성장위원회를 비롯하여 정부는 시민사회의 대표를 공청회 등에 참가시켜서 구색을 갖춰지만, 시민사회의 비판을 반영해서 오답뿐인 시험지 자체를 바꾸는 시도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최경환 장관이 비록 기업의 이해를 대변한 주장이기는 했지만,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내일 당장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금고를 껴안고 꼼짝도 하지 않을 자본의 탐욕을 제어할 의지가 없는 MB정부에서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지 모른다. 있다면 지구를 미래를 저당잡힌 야합이 아닐까 싶다.

    한편 최경환 장관은 온실가스 감축 시도가 국가경쟁력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기업 측의 뻔한 논리를 늘어놓는 것과 함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실업 공포마저 부추기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언사다. 소위 ‘녹색성장’을 주장하는 정부의 장관인가도 싶다.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녹색일자리를 창출하여 고용을 전환하기 위해서 국민과 노동자를 설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이다. 그런데 정부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고용 불안을 들먹이며 알량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안을 후퇴시키려 나선 것이다. 어쩌면 최경환 장관이 MB정권이 내세우는 ‘녹색성장’의 적나라한 ‘생얼’인지 모르겠다.

    최경환은 MB 녹색성장의 쌩얼

    최경환 장관의 이번 발언이 5일로 예정된 대통령 주재의 녹색성장위원회 회의에 보고되고 17일의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온실가스 감축목표치의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그러나 그 전에 따져 물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연이은 헌법재판소의 어처구니없는 반민주적 판결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는 것쯤이야 쉽게 생각하는 MB정권이기는 하지만, 대체 온실가스 감축목표치의 설정이 어떤 법적 기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

    감축안을 마련하며 발표한 것은 법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고작 대통령 훈령에 기댄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이루어졌다. 이것을 애교로 봐주더라도, 정작 국무회의를 통해서 확정하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는 어떤 법적 기반 하에 정해지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사실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많은 행동의 변화를 유도․강제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확고한 법적 기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이에 필요한 법률이 단 한건도 제정되어 있지 않다.

    현재 국회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3개의 법안과 이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 거대 법안 1개가 계류 중에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집중적으로 발의된 이 법안들은 미디어법안 국면의 난리통에, 여론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 중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설정하도록 한 법조항을 가진 이인기 의원안과 정부의 녹색성장기본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나마 정부가 확정하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치가 법적 기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정말 녹색성장을 위해서 일한다면, 4대강 살리기 예산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필요한 법적 기반부터 만들 일이다.

    국회와 시민사회 논의 필요

    내가 국회에 계류된 어떤 법안을 지지하니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언급하고 있는 법안은 두 가지이지만 모두 지지할 만한 것은 되지 못한다. 이인기 법안이 명시한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60% 감축도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국제사회에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정부법안은 감축목표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서 설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법안은 지나치게 비대한데다가 과연 ‘녹색성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못해서 논쟁적인 법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서 폭넓은 의견수렴과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국회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가 아쉽다. 특히나 국회 내부의 진보개혁적 그룹의 관심이 절실하다. 물론 시민사회 내부의 활발한 토론과 기업의 막강한 입김을 견제하기 위한 감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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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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