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낙제점 패배…2010선거도 영향
        2009년 10월 29일 02: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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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인 무소속 후보의 낙선(득표율 15.6%)과 김영환 민주당 후보의 당선(41.2%)은 향후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정치적 역학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10월 재보궐 선거결과가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이어지고 있는 ‘반MB공조’의 미래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연합 전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 3당의 연합후보가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의 득표율(33.2%) 절반에도 못 미쳤으며, 민주노동당이 출마한 다른 지역에서도 유권자들이 진보정당에게 ‘캐스팅 보트’로서의 가능성조차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민주당에게 진보진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군해나갈 수 있는 ‘독자성’을 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혹한 진보진영 현실 반영

    진보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으며, 향후 변화될 정치적 역관계에서 영향력은 상당 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득표력은 선거결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으며 진보신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패배를 시인하는 임종인 선거대책위원회(사진=정상근 기자)

    물론 이번 선거가 양당구도와 강력한 ‘반MB정서’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핑계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이번 선거 결과는 진보진영이 대안세력으로서의 주목을 받았던 과거보다 더욱 참혹한 현재를 지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민주당이 승리를 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여당과 약체의 보수야당이라는 정세인식을 기초로 한 다양한 전략과 전술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안산 재보궐선거는 선거전략과 전술에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진보진영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진보진영의 부족한 힘, 그 자체가 드러난 것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여러 차원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였으나 임종인 후보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던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단일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에 앞서 김영환 후보와의 차별성을 대중들에게 부각시켰어야 했다”며 “그러나 차별화가 쉽지 않았고 한나라당의 어부지리를 피하기 위한 과정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향후 연대 방향 고민해야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진보세력이 예전과는 달리 민주당과 적극적으로 선거연합에 나선다는 사실 그 자체가 눈에 띄었다”며 “비판적 지지론의 안티테제로 등장한 진보정당은 그동안 독립적 정치세력화를 모색해 왔으나 언제부터인가 민주당과의 연합이 이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반MB연합, 민주대연합이 현실에서 어떤 과제와 가치를 지니는지 평가할 대목”이라고 진단했으며, 정성희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은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깨진 것”이라며 “이후의 연대 방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민주당과의 연합 전술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번 패배가 안산 재보궐선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국적 규모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 다시 한 번 선거연대연합 전술은 도마에 오를 것이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맛본 민주당이 주요 선거거점에서 진보진영과 ‘진지한 협상’을 벌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안산 재선거가 2010년 지방선거 선거연합모델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보여주었다”며 “민주당이 지금처럼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해서는 선거연합이 불투명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보양당 공조 눈여겨 볼 대목

    박상훈 대표는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내 두 개의 정파(혹은 분열로 인한 두 개의 정당)-민주당-진보세력의 경합과정이 있을 텐데, 이번 선거 결과는 지속적인 선거연합 압박 속에서 진보정당이 갖는 범위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힘의 한계가 노출됨으로써 민주당에 대한 협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안산 선거는 ‘무조건’이라는 억압적 논리로 구성되어 있는 ‘반MB연합’의 테스트 장이었기 때문에 만약 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해도 문제가 되었을 것”이라며 “더욱이 이번 패배로 인해 진보진영이 ‘영향력 없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진보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처음으로 의미있는 선거공조를 이루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진보양당과 창조한국당의 연합전선으로도 벽을 뚫을 수 없는 현실이 이들에게 주는 교훈은 보다 외연이 확대된 진보연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선거 과정에서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기존의 ‘반MB연대’ 노선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게 중심이 덜 갔던 ‘진보대연합’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나오고 있다. 신언직 서울시당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안산 선거를 위해 진보정당이 임종인으로 모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연대 단결 중심으로 반MB 대안투쟁

    심상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심판 여론이 비판적 지지로 표현된 점은 진보진영이 대안세력이 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교훈을 줄 수 있으며, 진보신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진보진영의 연대와 단결을 중심으로 반MB투쟁의 대안을 결집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 역시 “임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았지만 진보진영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는 측면에서 나쁘게만은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깨졌고 진보대연합의 절박성을 느끼게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선거가 민주당에 기회를 부여한 이상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자력으로 선거에 승리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진보정당들은 서울시장에서부터 다시 판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불과 8개월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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