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여, 샤넬 같은 혁명가가 되라
By 나난
    2009년 10월 24일 08:17 오전

Print Friendly

23일 저녁 연세대 공학원에서는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의 저자 우석훈 박사와 20대와의 토론이 열렸다.

이제 20대가 움직여야 할 때

우석훈 박사는 최고의 명품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샤넬’을 만든 가브리엘 샤넬을 예로 들며 “샤넬과 같은 혁명가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지금 20대는 샤넬과 같은 당사자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샤넬은 여성의 몸을 옥죄던 속치마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전사”라며 “샤넬의 옷을 사 입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양식을 디자인했던 샤넬 같은 사람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23일 저녁 연세대 공학원에서는『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의 저자 우석훈 박사와 20대와의 이색 토론이 열렸다.(사진=이은영 기자)

하지만 그는 “지금의 20대는 학벌도 이‘쯤’, 집도 이‘쯤’, 경제력도 이‘쯤’, ‘쯤’ 문화에 젖어 만족하고 있다”며 “‘쯤’은 결국 미완성을 뜻하며 사회는 미완성의 상태에 ‘명품’ 따위를 추가하면 ‘완벽’해 질 수 있는 것처럼 20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논의의 주 희생자인 20대가 혼자 움직이는 스나이퍼(저격수)가 아니라 함께 뭉치는 ‘진’(陣)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지역과 정당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며, 이때의 지역과 정당의 메커니즘은 이타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고대녀’ 김지윤 씨는 “사회는 20대에게 꿈꾸기를 유예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10대가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는 ‘대학 가서 하라’하고, 20대에는 ‘취직하고 하라’며 삶에 대한 고민의 기회를 사회가 박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짱돌은 20대만 들지 말고, 여럿이 함께"

그는 “20대 문제는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계급문제가 투영된 것”이라며 “취업문이 좁아지는 대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전사회가 비정규직화가 되는 것과 연결되며, 초봉 삭감은 노동자의 임금 삭감 문제와 맞물려 있기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선배 세대들과 함께 짱돌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8만원 세대』에서 우 박사가 던진 “20대여 바리게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는 메시지에 대해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바리게이트 안에는 부모님 세대, 함께 고통 받는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짱돌을 들고 정부와 기업주에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야 한다”며 “혁명은 ‘조용히’보다 조금 ‘왁자지껄’하게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칼럼니스트 노정태 씨는 우 박사의 “지역과 정당을 중심으로 20대가 모여 무언가를 해보자”는 제안에 대해 “지역과 정당은 20대의 활동과 무관하게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공동체라는 개념은 이미 재개발과 뉴타운으로 사라졌고, 정당운동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열되며 갈등이 치유되지 않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정당이 아닌 이권단체로 볼 때 20대에게 ‘투신해서 이 집단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다’는 확고한 믿음을 주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려대 김지윤 학생, 칼럼니스트 노정태 씨와 한윤형씨가 참석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그는 “20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전 세대들의 문제라는 것도 아니”라며 “한국의 진보진영에서 그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로, 20대의 당사자 운동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 세대들이 전제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칼럼니스트 한윤형 씨는 “『88만원 세대』가 출간된 후 우리사회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진척된 게 없다”며, "’88만원 세대론’이 ‘그렇게 어려우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식으로 왜곡되어 수용되고 소비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행동’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8만원 세대』의 테제가 ‘짱돌과 바리게이트’였다. 이때의 짱돌과 바리게이트는 20대가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20대가 소비하자는 것인데, 이 부분을 보지 않고 짱돌과 바리게이트만 보았기에 행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에게 ‘운동하자’고 하면 100전 100패”라며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거창하게 ‘20대 운동을 만들어 보자’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삶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대가 누구에게 복수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거대 자본과 정당에 복수가 안 되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복수를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 박사는 20대 토론자들의 주장에 답하며 “신자유주의는 지금 클라이막스에 다다랐다. 이제 변화의 시점이 올 때 지금의 20대와 대학생이 앞 쪽에 서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왕 앞 쪽에 선다면 혁명을 멋지게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운동의 가능성이 0%라고 보지 않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메이저가 되기 어렵다”며 “학생운동은 그대로 두되 생태운동이나 지역운동을 함께 가며 그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약정 토론자들의 토론 뒤에서는 청객들의 질문과 의견 발표가 이어졌는데, 한 여성 청객은 "『88만원 세대』 내용 대부분에 공감하지만, 계급론과 대치되는 세대론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우석훈 박사는 "애초 20대 비정규직 문제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은 "한국과 같은 급속성장 사회에서는 계급 문제가 세대에 중첩되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폭소와 공감의 3시간

끝으로 우석훈 박사는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책 제목에 대해 설명하며 “조용히 뒤에는 ‘시작되었다’라는 말이 생략돼 있다”며 “촛불정국이 한창이던 지난해 어디쯤에서부터 우리에게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대의 현실과 ‘혁명’을 화두로 삼은 이날 토론회는 때론 폭소와 공감을 자아내며 3시간 넘게 진행되었으며, 참석자들은 모두 “이제는 20대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혁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서로의 의견을 발표하고 경청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시작일 뿐이니까.

이번 토론회는 이날 토론회는 레디앙, 프레시안, 칼라티비, 예스이십사, 연세대학교 학생복지위원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이재영 <레디앙>기획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