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 '지옥의 세월'
By 나난
    2009년 10월 22일 01:00 오후

Print Friendly

정부가 ’10~11월 합동단속’을 천명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집중 단속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가 빈발하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검경 등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를 추진하면서 단속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 당국은 외국인 범죄 수치 등을 발표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매도하는 등 ‘증오와 불안’의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엠네스티는 최근 한국의 이주노동자를 “일회용”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정부의 무리한 단속을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 ‘이주노동자 폭력적 집중 단속 규탄과 ‘이주노동자 권리지킴이’ 발족 기자회견’이 열린 8일 오전 서울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민주노총 반명자 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지난 9월 법무부는 “금년 하반기 체류기간이 만료되는 외국인 31만여 명 중 상당수가 출국을 기피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10~11월 정부 합동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7월말까지 17,000명 강제 출국

이에 앞서 지난해 법무부는 “외국인 불법체류율을 5년 이내 1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며 11월 법무부, 노동부, 경찰 합동집중단속을 벌였다. 정부는 지난해 3만2,000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했으며, 올해 7월말까지 1만7,000명을 강제 출국시켰다.

하지만 정부의 합동단속 과정에서 수십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부상을 입었으며, 인권 유린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단속반은 속옷 차림의 여성 이주노동자의 머리채를 잡아끄는 가하면, 용변이 급한 여성을 ‘도주’를 이유로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게 하기도 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집중 단속 기간을 앞두고 지난 8일 이주노동자 노조 간부에 대한 ‘경고성 단속’에 들어갔다. 그 시작은 네팔 출신 문화활동가 미누(33․본명 미노드 목탄)씨로, 그는 18년째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활동하며 ‘Stopcrackdown’이라는 다국적 밴드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위한 인권․문화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 8일, 출입국관리소는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이유로 미누를 강제 연행했다. 그는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돼 강제출국의 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이주노동자 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집중단속에 맞춰 이주노동자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을 표적단속해 이주노동자운동을 탄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에서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면서, 기사와 칼럼으로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정부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으나,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 자해 행위도 발생

또 ‘이주민인권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대책위’ 따르면, 지난 21일 단속반의 강제단속에 걸린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가 단속 차량에 태워져 부산출입국사무소로 향하던 중 손목을 자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일 김해시에서는 단속을 피하려던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단속반과의 마찰 과정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발가락 뼈 3개가 골절되기도 했다.

이 밖에 13일 김해시 상동내리의 한 공장에서는 단속반의 합법적 체류자 연행에 항의하던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당하는가 하면, 15일 서울의 한 인도·네팔 음식점에서는 네팔인 3명이 붙잡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이 같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집중 단속은 현 정권의 외국인 정책과 맞닿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법무부 업무보고 당시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며 특별대책을 주문했다. 이후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감소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특별대책단을 구성했다. 전국 16개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단속 인원까지 할당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해 강제 출국 당한 이주노동자 수는 3만 2,591명으로, 2007년 2만 2,546명에 비해 44.5%나 증가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 퇴거된 이주자도 3만561명으로 2007년 1만 8,462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엠네스티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 권한 줘라"

여기에 최근 청와대와 검찰, 경찰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범죄를 전담할 합동수사본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이주노동자 노조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해 외국인 범죄자라는 부정적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 네팔 출신 문화활동가 미누 (사진=진보넷블로그)

2004년 1만2,000 건이었던 외국인 범죄는 지난해 3만 4,000 건으로 5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노조는 “외국인 범죄의 증가는 외국인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불법체류자와 범죄율 사이의 상관 관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해 외국인 범죄자라는 부정적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한국의 이 같은 이주노동자 정책에 국제사회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1일 한국 이주노동자 보고서 ‘일회용 노동자 :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상황’을 내고 “아시아에서 한국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국가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착취적인 관행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이주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제한 문제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체포, 구금, 출국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문제의 해결를 권고하며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 조사 및 처벌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진정기구 설립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법적 보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설립·가입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불법적인 단속행태에 인권, 노동, 사회단체들은 지난 8일 ‘이주노동자 권리지킴이’를 발족하고, 정부의 단속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집중단속 방침에 대해 "주거지에 대한 불법 무단 진입과 단속에서 부당한 폭력 사용, 심야 단속 등으로 다치는 이주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불합리한 현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단속 이외의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