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중도실용 효과 보일 것”
        2009년 10월 10일 01: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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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건호 실장.(사진=이재영) 

    출범 1주년이 된 사회공공연구소의 오건호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권이 폭넓은 중도실용으로 가고, 그런 변화가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오건호 실장은 “박근혜 세력은 극우라 할 수 있지만, 친이명박 세력은 그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하며, “바뀐 상황에서 촛불정국 때의 이명박 정권만을 기억하며 정세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건호 실장은 “지금처럼 노동운동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전략적 기획이 필요한데, 아무 전략이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 실장은 “정파들은 서로 문제될 것은 제기하지 않는 권력분점에 안주하고 있다”며 “각 정파에 속한 중견활동가들의 반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오건호 실장은 “예전처럼 ‘나가 죽겠다’는 결의가 아니라, 씨앗을 뿌리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며 진보정당에게 선거연합을 제기했다. 오 실장은 “당의 정체성은 선거연합에 의해 훼손되지 않는다”며 “구체적 로드맵과 내부 논리” 등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오건호 실장과의 인터뷰는 9일 오후 영등포구 대림동 사회공공연구소 근처 커피숍에서 이루어졌다. 아래는 오건호 실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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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공공연구소가 설립된 지 꼭 1년이 됐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연구 성과를 내곤 하던데, 노동조합 부설 연구소로는 전례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동안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야기해 달라.

    = 사회공공연구소는 두 가지 성격이 혼재해 있다. 노조 부설연구소이니 만큼 노조 사업에 정책 지원하는 일을 하는 한편, 애초부터 계획했던 바대로 노조 사업과는 독립적인 보편적 사회의제에 참여하는 일도 병행한다.

    지난 1년 간은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장기적으로 뭘 할 건지 가닥을 잡아나갔다. 크게는 재정, 사회복지, 에너지, 문화에서 공공적 기여를 하는 데 힘쓰고 있다.

    – 다루는 의제가 공공노조 조직 구성과 비슷한 것 같다. 교통 의제는 안 다루는 건가?

    = 운수노조 산하에 운수연구소가 따로 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통합산별이 되면 운수연구소와도 통합할 계획이다.

    – 기억에 남는 연구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사회임금, 한국 8 vs 스웨덴 49

    = 사회임금 이슈페이퍼를 발간한 것이 꽤 공론화됐다. 그 전에도 사회임금 개념은 가끔 쓰였지만, 이 이슈페이퍼를 통해 더 일반화시켰고, 수치화하여 제시했다. OECD 원자료를 가공하여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사회임금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가계지출 중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우리 나라는 8% 정도다. OECD 평균은 32%고, 스웨덴은 49%더라. 이런 형편이니 우리 나라에서 해고는 곧 지출 능력의 92%가 날아간다는 말이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해고당하더라도 절반의 지출을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고.

    요즘은 국가재정 분야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동안 진보운동에서 이 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편이다. 에너지와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연구보고서를 내고 있고, 문화 분야에서 콜롬비아 ‘몸의 학교’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 지난 1년을 스스로 평가하면, 어떤가?

    = 연구소는 대중조직이 아니니, 연구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자기 발언에 대해 사회적 권위를 확보하고 이데올로기 투쟁을 하는 것이 제 역할이다. 이런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자원과 조건이 제한된 상황에서 진보연구기관으로 나름 자리잡아가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삼성연구소는 운동기관…공공혁신프로그램 만들겠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단기적이로든, 장기적이로든.

    = 사회공공연구소는 운동연구소다. 연구기관인 동시에 운동기관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세개입형 연구를 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순수한 연구기관이라기보다는 보수적 의제를 던지고 이끄는 사회운동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정세에 적합한 의제를 발굴하고 연구 제기하는 것이 사회공공연구소의 역할이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운동연구소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연구보고서 내는 걸로 다 되는 게 아니고, 노조사업으로 펼쳐 사회의제화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조 안에서 논란이 많아 사업으로 채택되기 어려웠던 의제들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노조의 재원 조성을 통해 하는 것 같은 방안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하는데, 이런 연구나 사업은 먼저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펼치는 공기업선진화 반대운동은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은데,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도 공기업에 문제가 적지 않고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범은 아니지만, 침묵 방조했다.

    우리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려면 우리 나름의 공공부분 혁신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혁신프로그램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한 혁신을 선행해야 한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노조의 동의와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 공공분야를 다루는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로서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자면 어떤가?

    박근혜는 극우. 이명박은?

    = 오래 전 사회구성체 논쟁을 할 때, ‘개량의 물적 토대’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그런데 개량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이명박의 ‘중도실용’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촛불정국 때에는 당황해서 여러 실수를 하곤 했지만, 지금은 안정화되면서 실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바뀐 상황에서 촛불정국 때의 이명박 정권만을 기억하며 정세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안의 박근혜 세력은 극우라 할 수 있지만, 친이명박 세력은 그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명박 정권이 폭넓은 중도실용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 최근 복수노조 문제 등을 두고 정부와 노동조합 운동의 충돌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노동운동 안에서도 직선제나 산별화 같은 과제가 산적해 있고. 어떻게 보나?

    = 민주노총 임성규 집행부가 ‘사회연대노총’을 펼치겠다고 했는데, 지지부진하다. ‘연대’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구체적 실천은 거의 없다. 결국 실천 없는 선언에 그치고 있다. 지금 민주노조운동에 필요한 것은 관리가 아니라 혁신인데, 예전 흐름과 별다르게 달라진 게 없어 안타깝다.

    혁신을 하려면 위원장의 강한 의지와 실무적 뒷받침, 정치적 조정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금처럼 노동운동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전략적 기획이 필요한데, 아무 전략이 없는 것 같다.

    강한 지도자도 필요하고, 문제의식을 가진 그룹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파들은 서로 문제될 것은 제기하지 않는 권력분점에 안주하고 있다.

    족보정파에서 가치정파로…정파에 대한 반란 일으켜야

    – 예를 들어 단병호 같은 인물이 위원장이 된다고 지금의 노동운동이 살아날 수 있을까? 그리고 정파 구조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데.

    = 정파는 깨지고 있다. 사멸하고 있다. 그런데 새 정파가 생기지 못하고 있다. 혁신프로그램을 논쟁하고, 각자의 프로그램에 따라 ‘사회연대파’든 ‘사회변혁파’든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 노조 선거 지켜보면 다들 뭘 저지하겠다,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일색인데, 선거에 대비해 ‘후보 짝짓기’만 할 게 아니라, 공약부터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다들 그렇게 하지 않느냐.

    족보정파에서 가치정파로 가야 한다. 정파들이 선거 때만 모이고 일상시기에는 아무 것도 못하는 현상은 정파들이 그만큼 취약해진 것이다. 각 정파에 속한 중견활동가들의 반란이 필요하다.

    체제논쟁, 쉽게 글 쓰자

    – 정세 인식, 장기적 전망, 진보정치운동의 계획 등을 놓고 이른바 ‘체제논쟁’이 한창이다. 손호철-조희연 논쟁을 어떻게 보나?

    = 어려워서 잘 모르겠더라. 학회 토론도 아니고 <레디앙>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논쟁이라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써야 한다. 지금 같은 식이어서는, 의도와는 달리 활동가들의 정세적 고민을 막는 역효과를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별로 눈에 띄지도 않고, 정체나 위기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진보정당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 노동운동 만큼은 아니지만, 진보정치운동도 사회적 신뢰와 기대감을 상당히 잃어가고 있다. 그나마 진보신당은 조금 활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노동당과 분당한 ‘탈출효과’는 짧을 것이다.

    대중의 주목을 끌고 신뢰를 얻으려면 구체적 사업과 실천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사회주의냐 사민주의냐’는 식 거시 전망 논쟁만 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사회적 경험을 줘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사업을 해야 한다. 이명박도 대중교통시스템 개혁을 통해 성장한 것이다.

    건강보험료 인상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아마 내부에서부터 ‘너 미쳤냐’는 비난을 받겠지만, 시간이 지나 본인부담률이 적어지고 그에 혜택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노회찬-심상정만 기억해 가지고는 안 된다. 부유세 같은 가치나 특정한 사업이 기억나게 해야 한다.

    선거연합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 요즘 모든 정치권의 가장 큰 숙제는 내년 지방선거다. ‘민주연합’이니 ‘진보연합’이니 다양한 계획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선거연합 문제다. 진보양당끼리는 자존심이 걸려 있고, 민주당 쪽과는 가치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을 텐데, 예전보다는 많이들 개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처럼 ‘나가 죽겠다’는 결의가 아니라, 씨앗을 뿌리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당의 정체성은 선거연합에 의해 훼손되거나 하지 않는다. 당의 정체성은 강령 실천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고, 선거는 선거다. 물론 좋은 선거연합을 위해서는 좋은 일상정치가 많이 쌓여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 선거연합의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고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텐데, 당 내에서 이에 대한 조정과 합의가 필요하다. 연합 테이블에서 지분 따기에 나서기 전에 그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 기준이나 원칙을 담은 가이드라인, 내부 논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 개인 계획을 말해 달라.

    = 민주노동당 때 제기했던 ‘사회연대전략’에 대해 너무나도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회연대전략을 천사처럼 미화하고, 비판하는 쪽은 악마처럼 그린다.

    이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사회연대전략이 뭔지, 정확하게 알리는 체계적 자료를 만들고 싶다. 1년 안에 완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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