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을밀대, 85호 크레인 & 남일당
By mywank
    2009년 09월 17일 11: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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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평원고무공장에 다니던 여성노동자 강주룡씨는 임금삭감에 반대하며,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 올랐다. ‘골리앗 투쟁’이 정점에 이른 2003년 한진중공업 지회장 김주익씨는 노동자들을 강제로 해고시킨 사측에 항의하며, 35m 상공에 있는 ‘85호 크레인’에 오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2009년 1월 용산에서 철거민 5명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남일당 건물 옥상 위에 오르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만다. 이처럼 고공농성이 이뤄진 ‘망루’는 부당한 자본권력과 맞서 투쟁한 한국노동운동의 살아있는 현장의 상징이자 실제의 공간이었다.

을밀대 지붕 위부터 남일당 옥상까지

또 삶과 일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이곳을 올라야만 했던 노동자들에게 망루는 현실의 견고함에 대한 ‘절규의 장소’이자 끝까지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끈’이기도 했다.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주최로, 망루의 역사와 그 의미를 조명하는 ‘85호 크레인, 어느 망루의 역사 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 을밀대 위에 오른 강주룡, ‘골리앗 투쟁’의 상징인 타워크레인 그리고 용산의 남일당의 모습

고 김주익씨가 129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던 ‘85호 크레인’에서 제목을 따온 이번 전시회는 용산참사 8개월을 맞아 개최되는 만큼, 망루에 오른 이들의 절박함과 자본의 비인간성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소는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평화공간space*peace(오전 11시~오후 6시 개관, 추석연휴 및 일요일 휴관)’이다.

이번 전시회는 최근 용산참사 투쟁을 담은 ‘사진달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노순택씨를 비롯해, 10명의 작가들이 △을밀대에 오른 강주룡 △‘골리앗(타워크레인)’의 시대 △그날의 남일당을 주제로 제작한 조각 회화 영상 사진 설치 작품 등을 선보인다.

사진작가 노순택 씨 등 참여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최병수씨는 용산참사의 본질이 자본주의 물신주의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발하는 ‘신도시’라는 설치작품을, 강동형씨는 ‘우리 승리하리라’을 통해 타워크레인에서 바라본 달을 통해 노동자이 꿈꿨던 희망을 상징하는 작품을, 곽은숙씨는 애니메이션 드로잉 ‘고무공장 큰언니’에서 생계를 책임진 여성노동자로서의 강주룡에 대한 작품을 전시한다.

   
  ▲ 사진 상단 왼쪽부터 최원준씨의 기계들의 휴일, 최병수씨의 ‘신도시’, 노순택씨의 ‘그날의 남일당’, 강동형씨의 ‘우리승리하리라’

전시기간 중 ‘평화공간space*peace’에서는 관람객들의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강연회도 열린다. 용산 범대위에서 활동하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10월 7일), 『소금꽃나무』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30일), 박준성 역사학연구소 연구원(16일)가 ‘망루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며, 교육비는 무료다.

주진우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땅 위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공간이 망루”라며 “사회적 약자들이 계속적으로 ‘외로운 공간’으로 내몰리는 냉혹한 현실을 알리고 한국 현대사 속에서 그 맥락을 짚어보고자 전시회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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