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외국 학생들 뿔났다
    2009년 09월 15일 09:37 오전

Print Friendly

만성적인 재정 압박으로 시달리는 호주 대학들이 앞다퉈 ‘유학생 모셔오기(?)’에 혈안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학생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정도로 여기다보니 ‘학생 안전’과 ‘착한 교육 환경’ 제공은 늘 뒷전이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학생들이 멜버른 시내 한복판을 점거했다(5월 31일). 오랫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3,000명(대부분은 인도 학생)이 넘게 모여 “인종차별은 스와인(돼지) 플루보다 더 해악하다”, “학비내고 세금내고 얻어맞는다”, “호주 경찰 사과”를 목터져라 외치며 격렬하게 시위했다. 곤봉과 기마대를 앞세운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18명이 연행되었다.

   
  ▲ 거리에 나선 호주 유학생들 (사진=김병기)

외국 학생들의 분노

인도 유학생 티르샤라(25)가 호주 청년들의 무차별 집단 폭행으로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사건(5월 24일)이 촉발제가 되었다.

빅토리아주 경찰 보도 자료를 보면 인도인들의 분노가 쉽게 이해된다. “인도인에 대한 금품 약탈과 폭행 사건이 1,083건(2007~8년도)에서 1,447건(2008~9년도)”으로 증가했다. ‘인도인을 혼내주자’는 “커리 베싱(Curry Bashing)”이란 은어가 퍼져나갈 정도하고 한다. .

빅토리아주 경찰 당국은 그 집단 폭행이 “인종 차별적인 공격임”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만만한 사냥감(Easy Target’)”이 되지 않으려면 “밤에 혼자다니지 말고, 값나가는 것들을 조심해서 갖고 다니고, 인도말로 크게 떠들면서 얘기하지 말라”는 인종 차별적인 훈계성 조사 발표를 했다.

   
  ▲ 사진=김병기

울고 싶은 사람 뺨때린 꼴이다. 시위를 주도한 ‘인도 학생 협의회 연합’ 회장 ‘아미트 맹하니’가 격분하며 반박했다. “경찰은 언제나 우리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말을 더 귀담아 듣는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다”.

호주 경제의 든든한 돈줄

해외 매스컴의 ‘헤드라인’에 화들짝 놀란 호주 정부는 신속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호주 수상은 인도 수상에게 “인도 학생들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메세지를 전했다. 빅토리아주 검찰총장은 “인종, 종교, 성차별에 근거한 범죄 형량을 강화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빅토리아 경찰청은 인도를 직접 방문해서 “인도 학생들의 안전보장”을 약속하겠다고 뒷북을 쳐댔다.

   
  ▲ 사진=김병기

재빠른 수습 노력의 이면에는 ‘경제적 동기’가 또리를 틀고 있다. 유학생이 호주 경제의 든든한 ‘돈줄’이기 때문이다.

호주에는 435,000명의 유학생이 있다. 인도 유학생은 93,000명(멜본 47,000명)이다. 호주 학생 4명중 1명이 유학생이다.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유학생 1인당 일년에 평균 3만불을 쓴다.

연간 15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해외 학생 산업’(Overseas Student Industry)은 125,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정도다. 호주에서 3번째(석탄, 철광석 수출 다음)로 큰 국가 수입원이다. 빅토리아주(수도 멜본)만 해도 해외 학생 산업으로 40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린다. 빅토리아주 외화획득 1순위다.

유학생의 정당한 권리

시드니 학생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멜본 시위 일주일만에 열렸다(6월 7일). 매스컴들이 몰려들었다. 시드니 시위에서는 ‘인종 차별 반대’와 ‘유학생 복지’ 주장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시드니 대학원 대표자 협의회’가 주관했다. 십여 명의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연단에 나와 가득찬 불만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호주 정부는 유학생들의 돈만 본다”, “우리를 개처럼 취급한다”는 비난들이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당신들 투쟁과 함께 한다”는 ‘사회주의자 동맹’의 지지 발언은 분위기를 돋구었다.

“인종 차별적인 공격금지”, “학생 활인 요금”, “대학내 기숙사 확충”, “노동조건 개선”, “비자조건 완화”, “학비인상 반대”등을 요란하게 외치며 타운홀 광장에서 하이드 공원까지 행진한 700명의 시위자들은 9월 2일날 다시 모일 것을 다짐하고 집회를 마무리 했다.

약속대로 UTS 대학 앞(9월 2일) 집회에서 울분들을 토해냈다. 다양한 국적의 500명 시위 참여자들은 가두행진 중에 시민들의 호의적인 반응으로 고무되었고, 붉은 깃발을 들고 조직적으로 참여한 ‘사회주의자 대안’은 눈길을 끌었다.

   
  ▲ 사진=김병기

호주 교육에 대한 경고

주 의회앞 마무리 집회에서 유학생, 녹색당, 사회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호주 사회의 책임성과 유학생의 정당한 권리”를 강조하며 “유학생 안전과 교육 환경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유학생 시위의 근본 원인은 ‘신 자유주의’와 같이 가는 “호주 교육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학생들의 불만 1순위인 “차별적인 대중 교통 요금 제도”는 호주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고 시급히 폐지되어야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학생들의 시위는 ‘해외 교육 산업’의 ‘비 교육성’을 온몸으로 고발하고 있다. 동시에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비지니스적인 ‘시장논리’로 점점 황폐해지는 호주 교육 환경에 대한 ‘옐로 카드’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