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짓 거, 걸리면 벌금 내지”
        2009년 09월 14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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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칠성 등 시장점유율 75%에 이르는 5개 음료업계의 가격 담합행위에 대해 총 25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상식적으로 독과점은 가격담합에 용이한 여건을 형성한다.

    그나마 청량음료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고, 대체제가 풍부한 편이다. 예컨대 콜라가 싫으면 과일 주스나 냉수를 마실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 간 제품의 차이도 없고, 대체제도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4개의 정유사가 시장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시장의 경우는 어떨까?

    벗어나기 힘든 유혹, 정유사 담합

    1996년 이후 공정위에 적발된 정유사들의 담합행위에 따라 부과된 과징금은 무려 2,470억 원에 달했다. 또한 위반 내용면에서 군납유, 액화석유가스, 아스팔트, 휘발유, 경유, 등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에서 광범위한 담합행위가 적발됐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공정위 조사에서 입증된 정유사 담합 행위만 그렇다는 것이다.

       
      ▲ [표] 정유사 담합 적발 사례 (출처=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재구성)

    먼저, 1995년 6월에서 7월까지 5개 정유사는 “공동으로 아스팔트 판매가격을 인상하거나, 주유소에 대한 판촉물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국내 아스팔트 판매 시장에 있어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공정위는 이들에게 아스팔트 매출액의 1/100에 해당하는 11억 9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나마 이때는 석유제품 가격 자율화 조치가 완전 시행되기 이전이라, 사실상 담합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둘째, 지난 2000년 정유사 사장들이 국회 증인으로 출석할 정도로 여론을 들끓게 했던 정유사들의 군납 유류 입찰 담합 사건이 있었다.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자율화 조치가 본격화된 이듬해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5개 정유사 군납 담당 임원들은 식당에서 모임을 갖는 한편, 실무자들이 구체적으로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응찰가격 및 들러리 가격 등에 대한 구체적 합의안을 작성하는 등 치밀한 작전 하에 군납유 입찰 담합이 진행되었다.

    이들 정유사들의 담합에 따라 납품가가 높게 책정되었고, 연이은 9차례의 유찰에 의해 군은 전시 비축유의 20%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IMF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시기에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담합행위로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는 점에서 법 위반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공정위는 이들 정유 5사에게 총 1,90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셋째, LG칼텍스가스와 SK가스는 LPG 가격이 자유화된 2001년 1월 이후의 LPG 공장도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결정에 “가격자유화 이전에 사용하던 원가연동제 공식과 지수 등을 적용해서 동일 수준의 가격”을 적용하다가 공정위에 적발되어 3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 회사는 ‘공급기준’으로 보면 55%, 계열정유사 포함시 82%에 달하는 등 실질적인 시장지배력에 있었다.

    넷째, 세간에 의혹이 증폭되어 왔던 휘발유․등유․경유 등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석유제품의 담합행위의 일부가 적발되었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2004년 4월을 전후로 정유사들은 가격결정에 관한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대리점․주유소․일반판매소에 공급하는 휘발유․등유․경유의 판매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각 정유사의 소매영업 담당자들이 참여한 “공익모임”을 결정하고, 이를 통해 시장 가격 담합을 진행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527억 원은 담합을 입증한 4월에서 6월까지 단 두 달 간의 매출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만약 담합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과징금을 징수할 정도의 중대 범죄 행위이다.

    ‘정유사 불멸(不滅) 신화’의 서막

    반복되는 정유사 담합행위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소수의 과점체계가 담합을 용이하게 하고 있고, 적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이들 석유제품 간 차이와 대체제가 없고, 자유시장과 가격 자율화 조치 등 공급자 파워가 강한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정유사로서는 공정위에 적발되지 않으면 좋고,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을 납부하고 이를 다시 소비자가에 적용하더라도, 소비자는 이들 정유사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정유사들의 담합을 구조적으로 깨뜨리려면 시장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국영 정유사가 필요하다. 또한, 석유제품의 원가 산정내역을 공개하고, 석유대체 연료 기업을 육성하는 등 복합적인 장치를 모색해야 한다. 정유사 불멸의 신화 이면에는 서민들의 고통을 먹고 사는 괴물이 자리하고 있다.

    서민 호주머니 터는 정유사 폭리

    우리는 석유중독을 인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담배나 콜라가 그러하듯이, 석유 또한 중독의 배경에 거대한 자본의 논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화석에너지를 피하고 싶어도,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연료의 경우,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소수의 거대 정유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회사별 석유제품의 차별성도 없으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수시로 정유사들끼리 가격담합을 하기도 한다. 고유가에 서민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정유사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 폭리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유의 정제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원유는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경유․등유․중유․납사 등의 석유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이때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된 석유제품의 비율을 수율이라고 하는데, 2006년의 경우 경유(25.3%)—중유(22%)—납사(19.4%)—항공유(10.1%)—휘발유(8.4%)—등유(4.3%) 순이었다.

    경유는 대형차량과 건설기계․선박 등의 디젤엔진에 주로 쓰이고, 중유는 디젤 기관과 보일러의 연료나 윤활유․방부제․인쇄 잉크 따위의 원료로 쓴다. 납사는 합성수지·합성고무·합성섬유를 만드는 석유화학 원료로 쓰인다. 한편, 이들 석유제품의 부문별 소비 현황을 보면, 산업부문에서 전체의 절반 이상(52.7%)을 쓰고, 수송(34%)—가정․상업(7.9%)—에너지산업(4.3%) 순이었다.

       
      ▲ [표] 2006년 5대 정유사 정제투입량 및 석유제품별 생산량 (단위: 천 배럴)
       (출처=산업자원부 국회 제출자료)

    한편, 2005년 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국제 원유가와 국내 경유 판매가 변화 추이 변화를 보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유가․국제 석유 제품가․환율 등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유업계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원유가 변동과 국내 석유제품가가 연동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고, 석유제품 원가가 공개되지 않음으로 인해 정유사 폭리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먼저 아래 표는 2007년 5월부터 2009년 4월까지 2년 동안 매월 원유도입가와 경유판매가를 환율과 국제시장 가격을 고려하여 비교한 것이다. 맨 아래 곡선이 월 단위의 경유 세전 가격과 원유 도입가의 차액(정제마진)의 변화를 나타낸 것인데, 매우 불규칙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원유가 변동 그래프, 국제석유제품의 변동 그래프 등과도 다른 변화 패턴을 보인다. 즉 정유사의 설명처럼 석유제품의 가격결정은 원유 도입가 및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연동한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례로 원유도입가가 피크를 치닫던 2008년 6월~8월 사이에 정제마진도 피크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원유가가 진정국면에 접어든 2009년 1월에는 오히려 정제마진이 증가하였다.

       
      ▲ [표] 리터당 국내외 원유․경유․환율․마진 변화 추이 (07.5.~09.4.) (출처=석유공사 국회 제출자료 재구성)

    지난 2008년 예결산심의 과정에서 조경태 의원의 “왜 휘발유 가격을 국제 원유가가 오를 때는 즉각적으로 반영하면서 왜 국제유가가 내릴 때는 즉각 반영을 안 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임채민 지경부 1차관은 “원유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저희들이 반영하는 데 한 2~3개월 정도이 시차가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국제 원유가가 오를 때 즉각적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참고로 한 달 동안 판매되는 국내 석유제품이 수조 원에 달하고, 3조 원을 은행에 한 달 정도 예치하면 그 이자만 약 1,500억 원에 이른다. 국제유가와 도입가 사이의 시차에 의해 원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국내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데 2~3개월 소요된다면, 유가가 오를 때도 2~3개월 지나서 반영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석유자본은 석유제품의 가격결정은 국제원유가 외에도 싱가폴 등 국제 시장가격과 경쟁사의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사의 제품가격을 결정한다고 쟁점을 회피한다. 결국 정유사 폭리 논쟁에서 핵심적인 이슈는 ‘적절한 마진은 어느 정도이고,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적절성의 검증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등에 있다.

    석유제품 생산원가내역 공개하고 ‘횡재세’ 도입해야

    영국의 사회보장제도의 기초를 확립한 로이드 조지 전 영국수상은 이미 1920년에 ‘일반적으로 석유 이익은 보이지 않는 어느 파이프라인을 통해 개인의 호주머니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유사 폭리 논란은 석유개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1997년 횡재세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2005년 당시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이 북해 석유기업들에 대한 소득세를 10%에서 20%로 올린 바 있다. 미국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원유가 급등으로 많은 이득을 챙긴 정유사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소비자단체 ‘UCF 크 쇼아지르’도 거액을 벌어들인 토탈사에서 50억 유로의 단발성 세금을 거둬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에 사용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횡재세(windfall tax)는 뜻밖의 돈을 많이 번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우리나라도 횡재세를 도입해 정유사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횡재세 도입과 함께, 정유사 폭리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서민 생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유류비 문제는 석유 고갈에 따른 유가상승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정유사의 막대한 폭리구조가 한 몫하고 있다. 유류비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4대 정유사의 경영구조를 투명하게 감시․감독하는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 정유사들이 생산원가 산정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정유회사․노조․전문가․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가칭 ‘유가조정위원회’ 통해 합리적인 가격결정구조를 만들어 공개하는 한편, 대표적 정유사 한 곳의 국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영의 공적통제를 통해 정유업계의 담합이나 폭리를 구조적으로 제어하는 한편, 에너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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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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