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동아일보, 최장집 띄우기 왜?
        2009년 09월 03일 0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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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어제 야당을 겨냥해 쏟아놓은 쓴소리는 경청할 만하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자 <원로 진보학자도 “야당은 대안 제시하라”>라는 기사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부각시켰다.

    최장집 교수는 지난 1일 진보·개혁 성향의 야당 의원들이 참여한 ‘진보개혁입법연대’의 국회 초청 강연에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장집 교수는 진보성향의 학자이다. 학자로서의 권위와 전문성, 철학의 깊이 등은 발언의 무게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 중앙일보 9월2일자 2면.  
     

    그래서 최장집 교수 발언은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다. 최장집 교수는 진보·개혁 성향 야당 의원들의 초청 강연에서 야당과 진보진영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장집 교수 발언을 더 비중 있게 기사화한 쪽은 보수성향의 신문들이라는 점이다.

    중앙일보가 2일자 사설로 내보낸 데 이어 동아일보는 3일자 <민주당, 왜 이리 비틀거리나>라는 사설에서 최장집 교수 발언에 무게를 실어 인용했고, 국민일보도 3일자 사설 <“천박한 3류 투쟁가가 좌우하는 정당”>에서 최장집 교수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2일자 2면에 <“이명박 정부 공격을 진보처럼 이해 실제 진보가 무엇인지 성찰 부족”>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도 2일자 지면에 최장집 교수 기사를 실었지만 하단에 실렸고, 한겨레는 최장집 교수 발언을 별도 기사로 처리하지 않고 2일자 2면 <상복 벗은 민주 다시 길을 잃다>라는 기사 말미에 발언을 인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최장집 교수는 어떤 발언을 했기에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등 보수 성향 신문들이 사설에 인용하며 ‘띄우기’에 나선 것일까.

    중앙일보 9월2일자 2면 기사에 실린 최장집 교수 발언.

    "이명박 정부를 많이 비판하지만 앞서 두 번에 걸친 진보개혁적 성향의 정부들이 실패하고 실망으로 이어져 선거에서 참패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는 게 진보인 것처럼 이해되고 있다. 실제 진보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보파들의 성찰이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 민생 정책을 펴겠다고 말하는 데 필요성이 있을 땐 그런 정책을 펼 수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정책이) 결국 보수정책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건 선입관."

    "촛불시위 조문정국을 거치며 진보개혁 세력이 구체적인 정치적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 커다란 문제."

    "이명박 대통령을 악으로 규정하고 모든 걸 나쁘다고 하면 대통령이 조금 잘하기 시작할 때 높이 평가될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촛불시위, 두 전직 대통령 서거 같은 큰 정치적 사건으로 대선과 총선 패배를 분석할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강했다."

    경향신문 2일자 2면 기사에 실린 최장집 교수 발언.

       
      ▲ 경향신문 9월2일자 2면.  
     

    "진보개혁세력이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반성과 보수정책에 대한 대안 없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격 자체를 진보로 인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상투적, 정서적 공격에는 진보개혁 진영에서 선행돼야 할 ‘실제 진보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를 온 힘으로 공격한 결과 이명박 정부가 약화됐느냐."

    "정부에 대한 집중 공격은 기대수준을 너무 낮춰 조금만 잘하더라도 평가를 크게 높여버릴 수 있다…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도 그런 결과가 아니겠는가."

    "진보개혁 정부가 기대를 받았지만 계속적인 실망으로 이어지면서 진보파가 정부를 운영했을 때 ‘대안이 못되는구나’하는 생각이 팽배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 간 민주정부가 실패한 결과로 등장했다."

    "(김대중 노무현 계승론과 관련) 앞 지도자를 승계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향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

    최장집 교수 발언은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진보·개혁 진영의 성찰과 반성을 지적하는 ‘고언(苦言)’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얘기를 보수신문이 사설을 통해 부각시키고 나섰을까. 최장집 교수의 발언은 야권과 시민사회, 재야출신 인사들이 ‘이명박 시대’의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하며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보수언론은 최장집 교수 발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중앙일보는 2일자 <원로 진보 학자도 "야당은 대안 제시하라">는 사설에서 민주당의 행보와 관련해 “대안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는 게 아니라 서로 모욕하고 망신을 줘 분풀이나 하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이런 응석받이의 투정 같은 정치권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건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9월2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 대 반민주라는 틀로 모든 것을 재단하던 그 시각으로 현재의 문제를 풀어갈 수도, 미래사회를 바라볼 수도 없다. 최 교수가 유연한 사고를 요구한 것도 그런 잘못을 꼬집은 것이다. 이렇게 야당에 철학도 비전도 없다보니 ‘정서적 급진주의’에 끌려 다니며 자극적인 노선을 추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최 교수도 ‘진보파가 무책임할 때가 많다’고 했다”면서 “정권을 달라고 요구하려면 최소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보다 더 시급한 건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낡은 행태부터 던져 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9월2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민주당, 왜 이리 비틀거리나>라는 3일자 사설에서 “진보적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1일 국회 강연에서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두 전직 대통령의 정통 계승을 말하지만 앞선 정부의 잘잘못을 냉정히 평가하고 이후 선거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면서 “국민은 사회통합을 바라는데 민주당은 정치 갈등을 양산하기 바쁘다. 이런 모습으로 30개월 뒤 재집권할 것이라고 큰소리치면 코미디가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비판은 자기 진영의 언어가 더 설득력을 얻을 때가 있다. 진보진영 비판은 진보진영 쪽에서 나온 지적으로, 보수진영 비판은 보수진영 쪽에서 나온 지적이 더 힘을 얻게 마련이다. 진보 내부에서도 이런 지적을 하고 있다거나 보수 내부에서도 이런 지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설득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신문은 최장집 교수 발언을 인용하며 진보진영의 언어로 야당과 진보·개혁 진영 행보를 마음껏 비판했다. 보수신문은 ‘응석받이의 투정’ ‘코미디’ ‘정치갈등 양산’ ‘낡은 행태’ 등의 표현을 동원했고, 최장집 교수 지적을 자신들의 설득력을 높이는 근거로 활용했다. 

    보수신문이 최장집 교수 주장을 부각시키며 "성찰부터 하라"고 지적하는 것은 ‘반MB’ 세력 결집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경향신문 김철웅 논설위원은 2일자 34면 칼럼에서 최장집 교수와는 다른 언어로 진보진영을 향해 해법을 제시했다. 

       
      ▲ 경향신문 9월2일자 34면.  
     

    "용산참사를 외면하고 공안통치를 일삼는 권력과 정권이 말하는 화해 통합론은 선을 가장한 악일 뿐이다. 진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진보·좌파의 결집만이 미래를 낙관케 만드는 조건이자 관건이다. 야권과 민주세력을 통합하는 일에 알량한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으론 어림도 없다. 극복대상은 이명박 이전에 진보 자신의 지역주의, 기득권주의다. 안그러면 정권은 박근혜로, 또 누구로 계속 계속 이어질 것이다."

    최장집 교수도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최 교수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최장집 교수는 자신의 얘기를 보수신문이 멋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억울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의 색깔론 여론몰이로 김대중 정부 ‘대통령정책자문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최장집 교수가 언론의 그러한 생리를 모르고 있었을까.

    대표적인 진보성향 학자인 최장집 교수 주장은 앞으로도 자신의 진정성과 무관하게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언론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신문 입장에서 보면 필요한 때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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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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