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민간사찰, 장기간 대규모 자행 의혹
By 내막
    2009년 09월 01일 03: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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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오는데 아내가 ‘몸조심 하라’고 하더라…. 저는 그림책 작가일 뿐인데, 제 이름이 왜 군인 수첩에 있나. 제가 몸조심을 할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나왔다."
– 기무사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향수(어린이 그림책 작가)

기무사 민간인 사찰 자료 3차 공개를 위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공동기자회견이 9월 1일 국회 본청 민주당 대표실에서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노동당이 확보한 기무사 신아무개 대위의 수첩에 등장하는 민간인 사찰 내용 중 재일본 민족학교 책보내기 운동에 관련된 부분이 공개되었다.

   
  ▲9월 1일 국회 민주당대표실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기무사 민간인 사찰 자료 3차 공개를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김경탁 기자)

찻집에서 혼자 고구마 먹은 것도 감시?

이중에서 인터넷 동호회 ‘뜨겁습니다’는 7∼8년 전부터 재일본 민족학교에 책보내기를 해온 단체로, 평범한 직장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회비로 두세 달에 한 번씩 어린이 그림책 200~300권을 보내왔으며,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과 책읽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사단법인 어린이도서관협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하반기 ‘재일교포 책문화 교류사업’을 서울시에 프로젝트 방식으로 제안해서 채택됐고, 2006년부터 예산이 집행되었고, 2007~2008년 우수사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서울시의 재정 지원까지 받아서 진행한 일과 관련해 어린이도서관협회의 책문화 교류사업을 서울시에 보고하기 위해 제작된 "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 출판기념회가 올해 1월 8일 명륜동 소재 도마뱀 술집에서 있었고, 기무사 사찰기록이 적힌 수첩의 첫 장에 나오는 내용이 이 출판기념회에 대한 것이다.

이 수첩에는 어린이 그림책 제작에 참여한 김향수 작가와 제작을 후원한 이○○, 행사 장소를 빌려준 연극인 방○○(도마뱀 술집 운영) 등 이날 행사에 관련된 거의 대부분 인사의 인적 사항과 정치적 성향, 행사 참가 후 이동 경로와 행적 등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누가 어느 찻집에 앉아서 혼자 고구마를 먹었다는 내용까지 있음)

1백명 넘는 참석자 인적사항 바로 파악

이에 대해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기무사의 수첩은 1월 8일부터지만 사찰의 시작이 이날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당일 행사에 참여한 사람이 100명이 넘었음에도, 사찰 기록에서는 참여자들의 이름을 바로바로 적었고, 이는 얼굴과 직함, 이름 등을 사전에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이정희 의원은 "기무사는 우리가 수첩을 입수한 사실이 12일 보도된 이후 21일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으며, 오히려 직무범위내의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무사의 주장이 맞다면 사찰 피해자는 누구인가. 어린이 책 보내기 운동을 한 사람들이 고위급 군사기밀을 탐지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군사법원의 관할 하에 있는 초병이나 부대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간첩인가"라고 물으면서 "기무사는 민간인 사찰 피해자를 중대 범죄자로 낙인찍는 2차 가해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그림책 작가인 김향수씨

수첩의 가장 앞에 자신의 이름이 적히는 봉변(?)을 당한 김향수 작가는 기자회견에서 "제 아내가 오늘 나올 때 ‘몸조심 하라’고 하던데, 제가 몸조심을 할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나왔다. 사람들이 다 제발 몸조심 하라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에 일본에 있는 학교를 다녀왔는데, 거기에서 내가 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저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 일본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면서 서울시에서 후원을 하고 있다는 단체가 책을 낸다고 해서 기꺼이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일본에 있는 학교와 함께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인 수첩에 제 이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서 그 내용을 봤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저는 군인도 아니고 말씀드린 대로 그냥 잘 살다가 어린이 책으로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학교에도 다녀오고 했을 뿐인데 군인 수첩에 제 이름이 있으니까 황당하고 답답해서 제발 누가 좀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그림책 보내기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찰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그는 "’뜨겁습니다’는 단순히 회원들이 후원을 모아 출판사에서 책을 사서 보내주는 일을 하는 단체라는 것 말고는 제가 볼 때 하는 일도 없다"며 원인을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혜영 "간첩 사건화 1차 대상이 재일동포사회"

이와 관련해 민주당 기무사 민간인사찰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혜영 의원은 ‘추정’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역대 정권이 공안기관을 가지고 소위 간첩단 내지는 사회 불순세력의 음모 책동을 사건화하는데 1차적 대상이 재일동포 사회"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기무사라는 곳이 공공기관의 우수추천도서까지 불온도서 목록에 올리는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뭔가 민간부문에 사찰을 해야하니까 1차적으로 설정한 것이 일본에서 교포관련 활동이 그들의 역사적 감각으로 볼 때 굉장히 불온하거나 북한의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는 도식화에 따른 것이 아닐까 싶다"고 해석했다.
 
원 의원은 "기무사 측에서 이 사찰과 관련해 사전에 무슨 특별한 정보가 있었다고 밝히면 모르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과거의 관행적 도식 속에서 이것을 불온시하고 혹시나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사찰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민간인사찰 피해자 대책위원회 최석희 위원장은 "내일(9월 2일) 국회에서 다음 카페 ‘뜨겁습니다’ 최준혁 대표와 어린이도서관협회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와 함께 이 사찰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집요하게 진행됐는지 수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거대한 조직 움직이는 한 틈 보여줘"

최석희 위원장은 "수첩만 보면 이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를 수 있지만, 사진과 그들이 작성한 기무사 낙인이 찍힌 주간 일정표 내용을 보면 수첩내용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우연히 적힌 것이 아니라 거대한 조직이 움직이는 한 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혜영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MB정권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권력의 사유화로, 그 핵심이 그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권력기관을 통치수단으로 삼는 관행을 청산하고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제도적 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정보기관을 통치수단으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는 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민노당 이정희 의원.

기무사 사찰, 노태우 때 없어진 줄 알았는데…

원 의원은 "기무사의 민간 사찰도 이러한 여러 움직임 중 하나로, 90년대 노태우 정권 때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그 이후 정권 차원의 노력을 통해 없어진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부활한 것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 의원은 또한 마무리 발언에서 "기무사의 민간 불법 사찰 문제는 이런 사례들을 민주당이 민노당과 함께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며, "새로운 증거나 증인들이 확보되는 대로 그것을 통해 불법사찰의 문제를 국민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의원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국방위 정보위 활동과 국정감사를 통해 기무사의 역할과 기능을 전면적으로 점검해서 중복되고 불필요한 기능을 과감히 조정하겠다"며, "특히 현재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는 국군기무사령부의 역할에 대한 규정을 법제화해 이런 불법적인 부분이 자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야권이 힘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으로 기무사 민간인 사찰 관련 자료 폭로는 마무리되었으며, 앞으로는 민주당과 민노당 공조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등의 후속대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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