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 길인가 죽을 길인가?
        2009년 07월 27일 03:18 오후

    Print Friendly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총연맹 위원장의 ‘조합원 직선제’는 위기의 민주노총에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침몰의 ‘결정타’가 될 것인가? 장기간 논란 끝에 통과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 직선제가 오는 11월 30일 그 첫 실험을 시작한다.

    80만 조합원의 손으로 위원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는 그 첫 시도인만큼 민주노총 안팎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노동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의제들이 처리될 2010년을 앞두고, 직선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으나, 비공식적 자리에서는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의원 대회 결정사항이라는 점과 직선제 문제점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내는 것에 대한 ‘눈치보기’가 이 같은 우려를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현재 기대 또는 우려의 목소리와 그 근거들은 이미 대의원대회 결정 전에 수많은 논쟁을 해왔던 내용들이기 때문에 이제와서 재논의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직선제에 대한 심각하고 현실적 우려의 목소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레디앙>은 직선제를 둘러싼 우려와 걱정의 실체를 수면 위로 올려놓음으로써, 직선제 실시 여부에 대한 재공론화의 필요성과 함께, 직선제가 실시될 경우 부작용과 문제점의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보다 공론 속에서 찾아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에 관한 기획을 마련해 몇 차례 연재한다. <편집자주>

    최근 민주노총과 주요 산별연맹의 전현직 핵심 간부들에게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이들은 직선제가 실시되면 민주노총은 ‘식물조직’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가 하면, 심각한 분열을 가져오는 내홍이 발생될 가능성이 ‘99%’라고 말했다.

    "직선제 하면 식물조직 가능성"

    민주노총 주요 산별의 고위 간부는 최근 KT의 민주노총 탈퇴에 이어, 공공부분의 다른 사업장들도 탈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직선제 이후 민주노총이 식물조직이 되면 그 때는 탈퇴하겠다는 데가 나올 가능성이 지금보다 많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선제가 민주노총을 ‘식물조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 민주노총 45차 대의원대회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의 전임 고위 간부 출신인 모씨도 "직선제가 실시되면 통합보다는 분열될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민주노총 수준으로 직선제를 제대로 치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선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핵심 인사들도 선거 파행의 우려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 길인가, 죽을 길인가?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최초 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998년 대의원대회에서 발의 후, 우여곡절 끝에 10년 가까이 지난 2007년 4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됐다. 개정된 ‘선거 규약’에 따르면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을 전체 조합원 직접 선거에 따라 선출하게 된다.

    그간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임원 직선제’가 포함된 ‘조직 혁신안’을 수차례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매번 정족수 미달 등으로 처리를 하지 못했다. 지난 2006년에만 3번, 2007년 1월 열린 대의원대회에서도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유회되면서 직선제안 통과가 연기된 바 있다.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지 않고 계속 뒤로 미뤄온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우문숙 당시 대변인은 “직선제 통과가 무산된 것은 그 동안 누구도 내놓고 직선제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직선제의 이데올로기적 성격

    오랜 시간을 끌면서 미뤄오던 직선제, 왜 드러내놓고 반대하지는 못하면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얘기되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걱정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나오는 걸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재고를 하든지, 문제점을 보완해서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하는 모습은 그 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걸까.

    우선은 많은 논란 끝에 대의원대회에서 공식적으로 통과된 제도라는 점에서, 제도가 시행도 되기 전에 이 문제를 꺼내들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선제 논쟁 과정이 길어지면서 이 문제 자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는 별개로, 임원 선거 과정에서 ‘실질적’ 논의보다 ‘정치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쟁점으로 변질됐다는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선제를 반대하는 것이 조직 민주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과잉 규정되는 현상 등 이 문제가 일종의 ‘이데올로기’ 효과를 가져오면서 제대로 된 진단 작업이 부족했으며, 직선제 성사를 위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준비도 부족했다는 것이 민주노총 현직 주요 간부의 말이다.

    직선제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2005~2007년에 민주노총은 이른바 3대 위기에 봉착했다. ‘자주성의 위기, 도덕성의 위기, 연대성의 위기’가 바로 그것. 2005년부터 계속된 대의원대회 파행과 이로 인한 비상대책위원 총사퇴,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금품수수비리 사건, 외환위기로 인한 정리해고 노사정 합의 및 투쟁계획 철회 등으로 민주노총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폭력 대의원대회라는 유례없는 사건까지 겪은 민주노총에 대해 노동계 안팎에서는 자주성과 도덕성, 연대성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비민주적인 조직문화와 정파 간 지나친 배타적 대립을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직선제에 너무 많은 것 기대하지 말아야"

    민주노총은 “절차적 내부 민주주의를 찾고 서로 간의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의 사회적 고립은 물론 노동운동 전반의 대위기를 스스로 불러들일 것”이라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정파의 폐해를 내부 민주주의를 통해 극복하자는 말이다.

    새로운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래로부터든 위로부터든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파를 넘어 노동계 안팎의 공통된 주장이었고, 이에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대중적 신뢰와 조직력 강화를 위해 직선제를 추진한다”며 직선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직선제 도입을 두고 “거대 조직의 대표를 단지 직선으로 뽑는 것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간선제는)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한다”, “소수 상층 간부들의 관료주의와 패권주의에 의해 민주노총이 지배되고 있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왔다.

    또 직선제가 마치 내부 민주주의 구현과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한 마스터키로 대두되며 논란을 빚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혁신을 위한 해답이 될 수도 있지만,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부패 등으로 노동운동이 끝을 알 수 있는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준호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은 “직선제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며 “직선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직선제 시행을 코 앞에 둔 지금도 ‘과연 직선제가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 의식은 아직도 넓게 잠복돼 있다. 

    중앙선관위 활동 본격화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직선제를 치러야 하나, 말아야 하느냐’의 논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제는 직선제가 ‘별 탈’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그간 논란이 돼 온 투표권 부여 기준, 임원선출 방식, 여성할당제 등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논란을 종식시키고, 선거를 ‘제대로’ 치러내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선거를 넉 달 앞에 직선제 시행을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8일 위원장 선출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나선다.

    또 전국 사무처장단을 중심으로 한 직선제 준비위원회는 지난 8일 첫 번째 전원회의를 갖고 ‘조합비를 낸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주고,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런닝 메이트 선출방식을 결정했다. 선거는 오는 11월 30일부터 4일간 동시 선거, 동시 개표하는 안이 확정됐으며, 다음달 23일 2차 전원회의에서 선거 규정 및 세부세칙 등을 결정한다.

    수면 아래에서, 사석에서의 수많은 걱정과 회의 심지어 냉소까지 남겨둔 채, 직선제를 향해 민주노총은 걸어가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