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법, '불성립'이 아닌 '부결'"
        2009년 07월 27일 04: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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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와 한나라당, 국회의장이 하나 되어 미디어법을 강행 통과시킨 그 시각, 단상 근처에 접근도 못한 채 이 광경을 멍한 표정으로 지켜봐야 했던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4당이 ‘장외투쟁’과 더불어 ‘헌법투쟁’이란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미디어법이 강행통과된 직후인 23일 각 야당들이 모두 헌법재판소에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대리투표’ 등을 문제 삼으며, ‘권한쟁의심판청구’와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한 가운데, 국회에서는 이번 주 잇달아 토론회가 열리며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가 본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법적 효력’ 긴급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27일 오전 10시부터 의원회관에서 열린 야4당-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공동주최, 민주당 김종률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공동주관으로 열린 ‘전문가가 본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법적 효력’ 긴급토론회는 본격적인 헌법투쟁의 시작이다. 이후에도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29일 따로 ‘헌법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야4당, 민변 공동 주최

    이날 참석한 법률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이번 미디어법 처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특히 재투표가 실시된 ‘방송법’은 “부결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방송법은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사회로 1차 투표 때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아 다시 투표를 실시해 통과시킨 법으로, ‘일사부재의’ 원칙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미디어법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김선수 민변 부회장은 “방송법 투표는 ‘불성립’이 아니라 ‘부결’”이라고 단언했다. 김 부회장은 “국회부의장의 ‘표결 개시’ 선언에 따라 전자투표 방식으로 표결 절차가 실질적으로 진행되었고, 국회부의장이 ‘표결 종료’를 선언하고 그 결과가 전광판에 게시되었다”며 “표결이 실질적으로 진행된 이상 그 결과는 가결-부결이지 투표불성립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투표불성립’이 선언되려면 표결 행위 자체를 개시하지 못해 산회하거나, 투표를 시작하였으나 재적 과반수가 참여하지 않아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을 때”라며 “방송법 투표는 의결정족수 요건과 관련된 것이 아님으로 부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도 같은 이유를 들어 “방송법 법안에 대한 1차 표결은 ‘의사정족수 부족’으로 명백히 부결된 것이며, 부결된 이상 국회법 92조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하여 진행된 의결은 무효이며 그에 따라 의결된 법안 역시 효력이 없다”며 “불성립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관념적이고 해괴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부의장의 위헌 위법한 법안 가결 선포 행위가 헌법과 국회법에 부여된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한 것이며, 무효인 법률의 시행에 따른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의 발생에 대해서는 이를 시급히 정지시켜야 할 필요성 긴급성이 있어 방송법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한 표만 대리투표여도 무효"

    토론자로 나선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대 교수는 ‘일사부재의’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일사부재의 원칙이 존재하는 것은 첫 표결을 한 이후 심리적 압박감으로 두 번째 표결에서 투표결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가 무효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다수당은 시범적으로 표결에 부쳐본 후 그 결과로 표단속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확실한 정황이 잡히지 않았지만 논란이 일고 있는 대리투표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이어졌다. 서복경 전 입법조사연구관은 “국회법은 대리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원리에 근거해 있으며, 단 1건의 대리투표만 발생했다 하더라도 표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며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할 만큼의 범위라면 문제가 된다’는 일부 견해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이와 같은 법리적 해석을 근간으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기도 했다. 김선수 부회장은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넘어온 방송법 개정안을 공포하기 전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으로써 헌법수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며 “헌법재판소가 큰 부담 없이 헌법수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떨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종률 의원도 “국회사무처는 본회의장 중앙 고정 CCTV 촬영 영상자료 등 대리투표 행위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국회사무처나 관계자에 의한 증거변작의 위험이 현실적으로 있는 만큼 시급히 직권으로 증거보전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주최측은 이종후 국회 의사국장에 토론자로 참가할 것을 요청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부당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토론자 참석을, 국장이 안되면 부장이라도 참석할 것을 요청했으나 결국 거절당했다”며 “와서 지난 번 배포한 보도자료를 읽기라도 하라고, 까지 말했으나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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