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유일하게 할 만한 토건 뉴딜사업
    2009년 07월 16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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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대에 일어난 경의선 사고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충정로역 인근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옆의 철길을 덮쳤고, 경의선 구간이 마비된 것은 물론 서울역으로 가는 전력선도 끊기면서 철도수송이 연쇄 마비에 빠져들었다. 사고 수습에 한나절이 넘게 걸렸고 곳곳에서 열차 지연, 환불 사태가 벌어졌다.

이 유래없는 사고는 얼핏 철도 교통의 약점을 드러낸 것 같다. 철도는 점과 점을 선으로 잇는 구조가 본질이다. 선의 일부라도 막히면 전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복선이나 복복선으로 이를 보강하더라도 본질은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보면 철도가 갖는 장점의 원천이다. 철도의 핵심인 선, 즉 레일은 그래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안정적인만큼 이 선은 많은 사람과 물건을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하게 수송한다. 때문에 이 선은 공공적으로 건설되고 유지되어야 하고, 선을 이용하는 순서까지 정책적으로 그리고 사회적 합의 속에 결정되어야 한다.

철도선이 공공적이어야 하는 이유

반면에 도로는 점과 점을 면으로 잇는다, 아니 그 자체가 면이다. 이 이차원 공간 위에서 차량들이 알아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시스템이다. 도로 역시 공공적으로 건설되고 유지되지만, 운전자들은 모두 경쟁에서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들이 된다.

도로가 막히면 이 개인들은 다른 면을 찾아 돌아가면 된다. 우회의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도로라는 면은 그만큼 국토를 잡아먹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로는 다른 이동 수단과 공존하지 못하는 배타성을 갖는다. 자전거도, 사람도, 다람쥐도, 그들 사이의 관계도 이 이차원 면 앞에서 끊겨버린다.

철도는 칭송할만한 다른 여러 미덕을 갖고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추억이 되고 정취가 되며, 삶의 자리가 되어 왔다. 요즈음에는 녹색 바람을 타고 철도가 다시 각광을 받는다. 반가운 일이고 온당한 움직임이다.

한 사람을 1km 수송할 경우 필요한 에너지를 비교하면 철도는 승용차 보다 1/8 가량으로 적고, 화물의 경우 1/14로 더욱 적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비교해도 사람 수송은 1/6, 화물 수송은 1/13이다. 녹색성장을 외치는 정부도 철도 르네상스를 운운하는 까닭이 있다.

KTX 도입 이후

그러나 한국의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느낌이 먼 것 같다. 철도 환경이 실제로 좋아지기나 했나 하는 의심마저 드는 것이, KTX가 뚫리면서 서울-부산, 서울-목포 간 이동 시간이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역사들이 개선된 것 말고는 좋아진 게 실은 없기 때문이다.

KTX가 추진되면서 비둘기호에 이어 통일호가 사라졌고, 대체할 편이 없는 만큼 요금은 인상되었다. 게다가 이용자가 줄고 인건비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시골 간이역들은 하나 둘 폐쇄되었다. 몇 달 전 충북 옥천의 지탄역이 주민들이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폐쇄를 면하고 열차가 계속 서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보도된 바 있는데, 사실 이는 미담이라기 보다는 간이역이라는 생명줄이 말라가는 구조조정의 처절한 증거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면, 아주 단순하게도 철도에 대한 투자 부진 때문이다. 고속철도와 대도시 광역철도를 제외하면, 해방 전에 놓여진 간선철도망은 연장된 게 거의 없고 오히려 교외선들은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곳곳에서 폐선되었다. 궤도의 총 연장은 늘어났지만 예컨대 포항에서 목포로 갈 수 있는 철도 수단은 수십년 째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국토 사정이 비슷한 영국, 스웨덴 같은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철도연장 보급률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도 어김없이 철도가 등장했다. 2009년 18%인 철도여객분담율을 2013년까지 22%로 상승시키고, 대중교통 분담율도 50%에서 55%까지 올리겠다는 녹색국토와 교통 조성 방안이다.

건설 마피아들이여 철도망을 확충하라

그러나 여기에도 기존 노선을 효율화하겠다는 계획 이외의 간선철도망 연장 계획은 없다. 코레일이 발표한 ‘에코레일 2015’ 추진 계획에 따르면 철도수송 분담률을 현재 보다 두 배 늘리기 위해 42조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이 돈을 누가 언제 투자할지는 알 수 없다. 4대강 정비에 22조원을 써야 하는 게 우선일 텐데, 신규철도망 투자 재원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

철도의 또 하나의 본질은 네트워크다. 연결의 노드가 많아질수록 전체의 힘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다는 말이다. 간선끼리 연결이 많아지고 지선들이 많아질수록 네트워크는 더욱 이용할만한 것이 된다. 해방 이후 한국은 이 네트워크를 키우는 것과 정반대의 길, 도로 왕국의 길을 걸어왔다.

도로 건설 마피아와 자동차 산업 세력 앞에서 철도 종사자들이 너무 얌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전히, 한국에서 유일하게 할 만한 토건형 뉴딜 사업이 있다면 가히 혁명적인 철도망 확충 사업이 그것이다.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서, 철도라는 선 위에 함께 모여 열심히 궁리를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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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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