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굴복하지 않겠다던 대통령
    2009년 07월 10일 05:08 오후

Print Friendly

"언론에 고개 숙이고 비굴하게 굴복하는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

10일 오후 1시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언론권력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잠들었고, 그의 음성은 과거 그의 영상을 통해 울려퍼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가 열린 봉하마을은 이날 새벽부터 추모객들이 이어졌고, 낮 12시 안장식이 열릴 때는 안장식장 주변으로 수많은 시민이 현장을 찾았다. 어제까지 비가 내렸다는 김해는 10일 오후까지 강한 햇볕이 대지를 달구는 그런 날이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사진 오른쪽)씨가 10일 오후 노 전 대통령 안장식에서 어머니 권양숙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안장식을 지켜본 시민들은 강렬한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고인이 떠나는 길을 함께 했다.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순서로 종교의식을 진행했다. 김상근 목사는 "대통령을 그렇게 가게 한 자책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면서 "직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모는 권력의 행보를 보고만 있었다"고 자책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달곤 행전안전부 장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총리가 차례로 분향과 헌화를 마쳤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이규택 친박연대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문희상 국회부의장 등 정치권 주요 인사도 차례로 분향과 헌화를 마무리했다.

   
  ▲ 10일 오후 봉하마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형 걸개 그림이 걸려 있다. ⓒ이치열 기자  
 

현장을 찾지 않은 인물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김형오 국회의장이었다. 현장을 지켜봤던 시민들은 주요 정치인들이 조문을 할 때만해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지닌 시민 대표들은 차례로 분향과 헌화를 하면서 하나둘 눈시울이 붉어졌고, 오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민 대표들은 희망돼지 저금통, 원진레이온 노조대표, 자갈치 아지매, 제주 4·3 항쟁 대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가족 등 노 전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이들이었다. 조선족 대표로 분향에 나선 김순애씨는 오열해 주변 사람을 숙연하게 했다.

   
  ▲ 10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에서 시민대표로 분향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치열 기자  
 

청와대 연주로 인연을 맺은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분향과 헌화를 했을 때는 이씨의 눈물을 지켜보는 이들까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봉하마을 추모객들의 가슴을 울린 인물은 다름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 10일 오후 노 전 대통령 안장식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영화배우 문성근씨. ⓒ이치열 기자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문성근씨가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당시 후보 지원 연설을 하던 장면이 동영상으로 나왔다. 문성근씨는 "처참하게 깨지고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를 울린 사람이다"라고 노 전 대통령을 설명하자 노 전 대통령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노무현의 눈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장면이다.

노 전 대통령이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르고, 언론권력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영상이 나올 때는 사회를 보던 문성근씨와 시민들,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까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 10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 너럭바위 앞에서 조문하는 시민들. ⓒ이치열 기자  
 

봉하마을을 쩌렁쩌렁 울리게 하던 노 전 대통령의 음성은 곧 잦아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유골함에 담긴 재가 돼서 봉하마을에 잠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유골함을 안고, 장례위원에게 넘겼고 유골함은 안장됐다. 참여정부 5년의 기록과 추모영상물 DVD도 유골함과 함께 안장됐다.

육중한 무게의 너럭바위가 그 위에 올려지면서 노 전 대통령 안장식은 마무리됐다. 현장을 떠나는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를 향해 시민들은 "힘내세요" "우리를 믿으세요"라고 격려했다. 권 여사와 건호씨는 말 없이 고개를 숙이며 답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