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의 29년 혹은 33년?
    2009년 07월 09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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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 꾼 강풀. 만화를 음습한 만화가게에서 모니터로 이끈 그가 지난 7일 노원에 왔다. 노회찬마들연구소가 진행하고 있는 명사초청특강의 11번째 강사로 말이다.

“내 작품의 캐릭터는 같은 옷만 입는다. 그렇지 않으면 구별이 잘 안된다”는 그의 말대로 강풀의 그림은 다른 만화가의 그것보다 썩 훌륭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의 만화는 최고다. 고교생과 띠동갑 회사원의 소소한 사랑을 그린 <순정만화>에서 생의 마지막을 앞둔 노인들의 투박한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까지.

연재를 시작한 <어게인> 첫 회 마감을 한 후라 그런지 추레한 모습은 그의 주인공처럼 친근하게 보였다. 강연이라기보다는 동네 주민을 만나 생맥주를 앞에 두고 나누는 것처럼 편안하게 분위기를 이끈다. 초딩에서 할아버지까지 섞인 다양한 청중 앞에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 것이기에.

대학교 졸업 후 빽 없고 경력 없는 강풀은 400번이나 이력서를 썼다 좌절하고는 인터넷으로 독자를 만났다고 한다. 이 새로운 방식을 프랑스와 일본 등 만화 강국에서 배우러 온다고 하는데 머리에 삽만 가득한 ‘가카’는 6,70년대 만화가게 시절로 되돌리려 하고 있으니.

26년. 강풀의 만화는 원 소스 멀티 유스의 대표로 대부분이 영화화되었다. 물론 흥행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상처받은 광주의 아이들이 학살자를 처단하는 내용의 <26년>은 변호사와 상의해가며 미리 도피할 곳까지 염두에 두며 치열하게 그렸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작품에 나오는 학살자의 집이 연희동의 집과 비슷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된다나. 강풀은 작품에서 학살자를 전두환이라 지칭한 적이 없는데도 독자는 다 알더라며 웃는다.)

그가 일생을 두고 그리고 싶은 두개의 주제 중 하나인 광주의 아픔이 <29년>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준비되고 있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과 유승범(물론 깡패 진배역이겠지?), 김아중 등이 대본연습도 하고 사격 연습도 했었는데 크랭크 인 열흘 전에 중단이 되었다고 한다. 왜 중단되었냐고 물으니 많은 사람들이 관련된 일이라며 말을 아낀다.

하지만 다른 작품은 영화화 안 되어도 되지만 <26년>만은 꼭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곧 잘 될 거라고 하는데 제목이 <33년> 이전으로 가능하려나? 좋은 영화를 보려면 선거도 잘해야 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느니 참 한심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이야기 했다. 제목을 잘 뽑아야 한다. 식상한 것은 대중이 관심이 있는 것이니 소홀히 하지 마라.

캐릭터 설정이 중요하다. 결말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필연이 있어야 한다. 등 대학 강의를 자주 나간다고 했는데 아마도 강의 노트로 마무리한 듯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은 “재미”라고 강조한다.

모든 활동이 대중을 향해야 한다면 대중들이 그리고 무엇보다 활동가들이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재미있어야 지치지 않고 질기게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재미있어야 대중들과 함께 하기가 쉽지 않을까?

강풀의 마지막 강조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 독자를 만난 것처럼 새로운 방식, 특히나 재미있게 대중과 만나는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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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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