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시아 지정학 요동칠까?
        2009년 07월 05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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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6일부터 8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에 전세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부시 8년 간 ‘제2의 냉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되었던 양국 관계가 이번 정상회담을 찍고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회담이기 때문이다.

    ‘제2의 냉전’ 이후 어디로?

    특히 미러관계는 핵군축 협상부터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MD)를 둘러싼 갈등, 나토의 확대를 비롯한 유럽-러시아 안보문제, 대선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이란 핵문제, ‘오바마의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최근 악화되고 있는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미러관계의 향방에 따라 유라시아 지정학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일단 양국 관계의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서로에 대한 비난전을 자제하면서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4월 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러관계를 ‘재설정(reset)’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드미트리 러시아 대통령 

    1차 정상회담이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였다면, 2박3일간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핵감축 실행 방안을 비롯한 양국의 관심사와 우려 사항을 심도 깊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관건은 MD

    그러나 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오바마 취임 다음 날인 2008년 11월 5일 메드베데프는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체제(MD) 배치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동유럽을 겨냥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핵무기 감축 협상을 러시아의 안보 우려, 즉 동유럽 MD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와 연계시키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 MD 계획은 물론이고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려는 시도를 철회하지 않으면, 핵군축 협상이 순탄하게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이다.

    취임 이후 이들 사안에 대해 줄곧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오바마 행정부는 7월 1일 강경 입장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오바마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 브리핑에 나선 마이클 맥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러시아 담당 특별보좌관은 “미러관계를 재설정한다는 이유로” “동유럽 MD와 나토 확대 문제를 러시아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고 나선 것이다.

    미국 전략적 의도는 러시아 파괴?

    그는 특히 “미국은 이들 사안과 관련해 러시아를 안심시키거나 다른 문제와 맞교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핵감축 협상을 MD 및 나토 확대와 연계시키겠다는 러시아의 입장에 부정적인 태도를 분명히 했다.

    MD에 대한 러시아의 부정적인 태도는 2009년 5월 채택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잘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서는 “러시아의 최대 안보 위협은 미국이 전지구적 MD 체제 구축을 통해 선제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에서 나온다”며, 미국 주도의 MD를 최대 위협으로 명시했다.

    특히 러시아는 동유럽을 미국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이은 “지구적 MD 체제의 세 번째 지역”이라고 부르면서 미국의 전략적 의도는 MD를 구축해 러시아를 파괴하는데 있다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MD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러시아는 부시 행정부가 자신과 상의없이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탈퇴 및 동유럽 MD 계획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한 것을 ‘러시아 무시 정책’으로 간주해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미국에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모욕감’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전략적인 판단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MD가 동유럽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하나둘씩 양보하면 결국 미국 본토-유럽-동아시아를 잇는 미국의 지구적 MD 체제에 포위될 것으로 간주한다.

    미-러 공동 MD 프로그램

    반면 핵군축 협상이 탄력을 받으면 러시아의 핵미사일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미러간의 전략적 균형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가 핵군축 협상을 MD와 연계시키고 있는 전략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동유럽 MD에 대한 대안으로 미러 공동 MD 프로그램을 제안해왔다. 미국의 주장처럼 동유럽 MD가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면, 유럽에 MD를 배치하는 것보다 아제르바이잔 등 이란에 가까운 지역에 러시아와 협력 사업으로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부시 행정부 때는 물론이고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도 동유럽 MD 계획을 밀어붙일 태세이다. 여기에는 냉전시대의 라이벌이자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MD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미국 전략가들의 거부감이 깔려 있다.

    2012년 대선과 세계질서의 미래

    기실 MD를 둘러싼 미러간의 전략적 갈등과 불신의 정치에는 2012년 대선과 세계질서의 미래를 둘러싼 양측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할 오바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부시의 MD에 맞서 ‘제2의 냉전’도 불사하겠다며 대미 강경론을 주도한 푸틴 총리는 2012년 대선에서 재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동유럽 MD 배치 예정 시점이 2012년이다. 2012년 미국과 러시아의 대선이 MD 문제가 맞물리면서 양국의 국내정치와 대외정책이 밀접하게 연계될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미 공화당과 ‘제2의 레이건 혁명’ 시동

    미러관계가 이 때까지 풀리지 않으면, 미국의 공화당은 안보문제를 전면화하면서 ‘제2의 레이건 혁명’의 시동을 걸 것이고, 푸틴은 ‘강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대통령직 복귀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양국 관계의 정면 대결이 달가울 리 없는 오바마와 메드베데프의 사실상의 첫 정상회담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세계질서의 맥락에서 볼 때에도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크다. ‘부시 8년’을 거치면서 제국의 몰락을 경험한 미국은 ‘스마트파워’를 앞세워 미국의 영향력과 지도력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반면 러시아, 특히 푸틴은 미국의 추락을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의 재편 기회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6월 최초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혹은 재부상하는 강대국들을 일컫는 표현) 정상회담과 나토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해, 세계질서의 바람직한 미래는 ‘다극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창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다극체제 구축을 전략적 목표로 삼은 데에는 미국이 소련 몰락 이후 “단 1인치도 나토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과 함께 부시 행정부가 MD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관점 포인트는 MD에 있다. 이 사안의 향방에 따라 새로운 핵감축 협상은 물론이고, 위에서 언급한 여러 이슈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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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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