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업자 195,970,000명, 세계를 덮다
    [경제와 노동] 암울한 현실과 분노한 세계 노동자들의 움직임
        2012년 05월 08일 10: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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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통에 내던져져 처박힌 느낌이다. 난 55세이고 어린 딸이 하나 있고,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스페인에서 최근 실업자가 된 전직 여성 공무원 바베로의 하소연이다.

    전 세계가 실업 지옥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스페인에서는 경제위기 이전 10% 미만이었던 실업률이 지난 3월 기준으로 24.4%까지 치솟았다. 경제활동 인구 4명 중 1명은 실업자라는 이야기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이다. 청년실업은 50%를 넘고 있다.

    바베로 여사의 예에서 보다시피, 스페인 정부는 재정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유로 최근 몇 해 동안 긴축정책을 취하면서 공무원들을 대량 해고하고 있다. 즉 정부가 실업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기는커녕 정부 스스로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노동청 앞에 줄 서 있는 스페인의 젊은 실업자들

    사실 스페인이나 유럽 위기국가들의 실업 상황에 버금가거나 심지어는 이를 능가하는 나라들은 세계적으로 꽤 많다. 위키피디아가 수집해 놓은 자료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실업률은 35%(2008년), 예멘은 35%(2009년), 네팔은 46%(2008년)이다. 이들 나라들의 높은 실업률은 내전과 정정 불안 등의 탓이 클 것으로 짐작이 된다.

    나이지리아의 실업률은 23.9%(2009년 3월), 케냐는 40%(2009년), 모잠비크는 60%((2009년)인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이라는 세계경제로부터 배제된 지역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몇몇 심각한 나라들의 상황이긴 하지만, 이것도 세계 노동자의 실업 상태의 한 양상이라 해야겠다.

    세계 각국의 실업 상황이 모두 이들 국가처럼 심하지는 않겠지만,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 급증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심각한 문제다.

    실업, 생사의 문제

    한편 어떤 나라의 실업률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실업 상태 노동자들에게 그것은 한편으로는 소득의 감소 혹은 빈곤이라는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고, 또 다른 면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존재 의의가 부정당하는, 그래서 노동자에 따라서는 모멸감을 갖게 되는 하나의 계기이기도 한다.

    경제적 이유에서든, 모멸감의 계기에서든 혹은 이 둘 다 때문이든 실업은 자주 생과 사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은 이를 증명해준다.

    세계 노동자의 실업과 이와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4월에 나온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전 세계 실업자 수는 1억9,597만 명이다. 실업률은 6.0%에 이른다.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에 실업자 수는 1억6,995만 명이었고, 실업률은 5.4%였다.

    2011년 실업 상황은 경제위기가 가장 심각했던 2009년 실업자 수 1억9,659만 명과 실업률 6.1%에 비해 약간 개선되었지만, 그 개선 정도는 미미하다. 즉 2008년 초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2년이 경과한 2009년 말까지 실업자 수가 2,664만 명이 늘었다가 그 이후 줄어든 실업자 숫자는 불과 62만 명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실업률은 0.7%포인트가 늘어났다가 겨우 0.1%포인트 줄어들었다.

    ILO에 따르면 위기 이전 고용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구증가, 경제활동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5,000만 명, 즉 한국의 인구 규모에 상당하는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어야 하는데, 62만 명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 해야겠다.

    지역별 편차 심한 실업률

    지역별로 보면 편차가 매우 심하다. 실업률 절대 수준으로 보면 북아프리카와 중동이 가장 높아 각각 11.2%와 10.3%를 나타내고 있고, 남아시아와 동아시아는 각각 3.8%와 4.2%로 가장 양호한 상태에 있다.

    그런데 북아프리카와 중동은 위기 이전 2007년에도 실업률이 각각 10.0%와 10.3%로서, 북아프리카는 약간 악화된 것이고(북아프리카는 2010년까지 실업률이 9.6%로 약간 개선되었다가 2011년에 상당히 악화되었다), 중동은 위기 이전과 거의 변화가 없다.

    변화가 심한 것은 아무래도 경제위기가 보다 심각했던 선진국 및 유럽연합 그룹이다. 이 지역의 경우 2007년 실업률이 5.8%였다가 2011년 8.5%로 2.7%포인트가 늘어났다. 실업자 수로 보면 위기 이전인 2007년부터 경제위기 이후 2010년까지 약 1,600만 명의 실업자가 늘었다가, 2011년에 107만 명 정도가 줄어든 상태다. 여기서도 역시 위기 이전 고용상황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줄어든 일자리 수, 즉 1,600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으로만 좁혀놓고 보면 2007년의 실업률이 7.2%였고, 2011년 말의 실업률이 10.1%였으므로 그 동안에 2.9%포인트가 늘어났으므로,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유럽의 경우 긴축정책으로 인해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을 제외하고 경제위기가 회복으로 돌아섰다고는 하나, 그 회복 속도가 매우 더뎌서 장기실업자가 대규모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이번 경제위기의 특징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6개월의 정규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넘어서까지 실업 상태인 장기실업자가 대규모로 존재하고 있고, 한 때 경제활동인구의 4.4%, 700만 규모에 육박했다. 지금은 약 3.4% 수준이다.이들 중에는 정규 실업급여 기간 이외에 4차례에 걸친 긴급 실업급여 연장에 따라 99개월까지 실업급여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기간을 지나서도 계속 실업자로 존재하는 노동자들, 일명 ‘99ers’들이 한 때 140만에 이르기도 하였다.

    불안정 노동자 세계적 실태 

    완전 실업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실업자에 포합되지 않는 실망실업자, 구직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실업자, 기업 사정으로 인한 파트타이머 등의 불안정 노동자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실업자와 이런 불안정노동자를 합해 U6라는 지표를 발표하는데 이 지표의 크기는 실업률의 거의 두 배에 달해 한 때 17%를 넘어서기도 했다.

    유로통계(Eurostat)에 따른 유럽연합의 파트타임 노동자에 대해 알아보자. 2011년 유럽연합 27개국에서는 15세에서 74세 사이의 노동인구 중에서 19.4%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그 중 20.5%가 추가노동을 원하고 있다. 그 숫자가 약 860만에 이르고, 전체 노동인구 중 4%를 차지하고 있으니 적지 않은 숫자이다.

    아일랜드는 15세에서 74세 사이의 노동인구 중에서 23.4%가 파트타임 노동자이고, 파트타임 노동자의 31.6%, 총 노동인구 중 7.4%인 13만 3천명이 추가노동을 원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5세에서 74세 사이의 노동인구 중에서 13.8%가 파트타임 노동자이고 파트타임 노동자의 49.3%, 전체 노동인구 중 6.8%인 123만 명의 노동자들이 추가적인 노동을 하고 싶어 한다.

    영국에서는 15세에서 74세 사이의 노동인구 중에서 26.7%가 파트타임 노동자이고, 파트타임 노동자의 23%, 전체 노동인구 중 6.1%인 177만 명의 노동자들이 추가적인 노동을 하고 싶어 한다.(전체 노동인구 중에서 파트타임 노동비율이 49.1%나 되지만 이 중 2.8%, 전체 노동인구 중 1.4%, 11만 4천 명만 추가노동을 원하는 네덜란드 같은 나라도 있기는 하다)

    아일랜드, 스페인은 실업률도 매우 높은데, 추가노동을 원하는 파트타임 노동자의 비율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업률 통계가 고용 사정의 열악성을 다 보여 주는 것은 아니라 해야겠다.

    이런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일자리 중에는 ‘미니 잡’이라는 것도 있는데, 월 급여 상한이 400유로(약 60만원)이고, 사회보장세를 사용자만 내는 일자리다. 저임금 파트타임 일자리의 전형이라 해야겠다.

    상황 개선될 기미 안 보여

    문제는 ILO의 전망에 따르면, 상황이 2016년까지도 별로 개선이 되지 않을 것이라 한다. 2016년 실업자 규모는 2억1,000만 명에 이르고, 실업률은 여전히 6.0%를 유지할 것이라 한다. 그야말로 세계 노동자들에겐 우울한 전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실업은 자본주의의 천형이다. 자본은 자신의 축적과정에서 노동절약적 생산수단을 도입하면서 노동을 생산과정에서 밀어낸다. 그리고 축적의 고도화는 장기이윤율의 저하로 이어져 경제위기의 원인이 되고,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자본은 또한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노동자를 대량으로 해고한다.

    한편 1960년대 중반 이후 1980년대에 이르는 장기이윤율 저하의 상황에서 미국, 유럽, 일본이라는 자본주의의 세 중심부가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하게 되면서, 노동의 신축화(유연화)가 또한 광범위하게 발생하게 된다.

    파트타임, 파견 등 비정규직화가 대거 진행되고, 실업과 비정규직화로 인한 노동의 빈곤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기름을 부은 것이 2008년에 도래한 경제위기다. 앞에서 보았듯이 실업과 비정규직은 급증했고, 이런 상황은 거의 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이런 대량실업과 비정규직화에 맞서 세계 노동자들은 지금까지의 수세적 자세에서 벗어나 조금씩 투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최근 년에 유럽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벌어진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노동자들의 투쟁, 2010년 말 북아프리카 튀니지 한 청년노점상의 분신을 계기로 한 아랍권 노동자들의 투쟁, 유럽의 ‘분노한 사람들’의 투쟁, 미국의 점령 운동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투쟁들이 이제까지의 패배를 불식시키고, 실업과 불안정노동을 끝장내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바래본다. 그리고 또한 희망버스 운동을 일궈 온 한국의 노동자운동도 이 발걸음에 함께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박하순
    노동자운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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