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이란은 악마인가?
        2009년 07월 02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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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매체를 접하기만 하면 정말이지 카프카 소설의 세계에서 벌써 사는 것 같은 감입니다. 요즘 만성 피로와 각종의 개인적인 슬픈 일로 신경이 극도로 나빠져서 그런지 가끔 아예 매체를 그만 보고 싶어요. 보다가 분노로 환장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예컨대 노르웨이까지 계속 보도되는 북한의 ‘강남호’ 사태를 봅시다. 강남호가 무기를 싣고 항해한다는 미국 측 주장의 근거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아무리 신문을 유심히 들여다봐도 아무런 구체적 근거도 보이지 않고 단지 ‘미 정보 기관의 추측’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지요.

       
      

    ‘무기 수출 전력’ 등등을 들먹이지만 한때에 무기 수출을 했던 배가 계속 같은 물건을 실어 다닌다는 논리는 과연 성립되나요? 미 정부 기관들이 한 때에 사담 후세인의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아주 많은 재미있는 추측들을 했다가 크게 망신을 당한 일도 있는데, 저들이 백 번 망신을 당해도 서방 측 언론들은 계속 그들의 말을 마치 최종 확정 판결인 것처럼 보도합니다.

    미 정보 기관이 북한 선박에 대해서 ‘추측’했다면 미 측의 정당함과 함께 북 측의 유죄가 일단 추정됩니다. 왜냐고요? 미국은 미국이고 북한은 북한이기 때문이지요. 전자는 이라크전과 같은 ‘실수’(참, 백 만 명 이상이 죽어도 그게 계속 ‘실수’로 논급됩니다.)를 해도 어차피 ‘민주의 본산’이고 후자는 일단 ‘본질’상 있으면 안 되는, 빨리 망해야만 하는 정치체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강남호에서 무기가 안 나온다면?

    그러기에 후자에 대해서는 늘, 무조건적으로 그 유죄가 추정되는 것입니다. 만약 강남호가 검사 당해도 무기가 안 나온다면? 그러면 언론들이 이 토픽을 당장 잊고 다른 이슈로 넘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실수’에 지나치게 신경 쓸 게 없지요. 그리고 북한은 어차피 늘 유죄로 추정될 것입니다. 중국의 보호령으로서의 위치가 분명해질 때까지겠지요. 중국을 건드린다는 것은 서방 언론으로서는 이미 훨씬 더 버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최근 이란 선거 사태를 보시지요. 지난 2004년, 그루지아 대통령 사아카스빌리가 97%(!)를 거두어 당선됐다고 보도됐을 때에 서방 언론들이 한 번이라도 ‘조작’의 혐의를 거론했나요? 그루지아의 각종 야당 등이 조작 의혹을 밝혔음에도 서방에서는 그걸 묵살하고 말았지요. 그 당시에 ‘미국의 친구’ 사아카스빌리에 대한 기대들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요즘 그루지아에서는 각종 시위 등으로 사실상 효과적 통치가 거의 불능에 가까운 상태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 대로’가 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는 그루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지요. 작년에 그루지아와 이란의 인접국인 아제르바이잔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을 때에 전직 알리예프 대통령의 아들(‘왕태자’) 일함 알리예프가 87%(!)나 거두었는데 그걸 가지고 약간의 비판은 있어도 서방 언론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요.

    왜냐고요? 답은 둘인데, 첫째는 ‘친미 친유럽 노선’이고 둘째 ‘석유’입니다. 하여간 이란 근방에서 최근 몇 년 간 치루어진 조작된 선거들과 서방의 무관심한 반응을 다 적느라면 책 한 권 써야 하겠어요.

    그러나 그루지아나 아제르바이잔의 조작된 선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도 이란 선거에서의 아크마디네자드 현직 대통령의 63% 득표에 대해서는 무조건 조작설을 맹신하고 이란 정권을 맹비난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요?

    친미 97%와 반미 63%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운 털이 박힌 이란 정권 그 자체는 무조건 유죄 추정입니다. 그러기에 컬럼비아대 출신 사아카스빌리의 97% 득표는 괜찮아도 아크마디네자드의 63%는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단서를 달겠습니다. 저는 극우 포퓰리스트인 아크마디네자드를 좋아할 일도 전혀 없는 것이고, 그의 정권이 감행한 시위 탄압 등에 대해서도 대단히 분노스럽게 생각합니다. 일방적 탄압이라기보다는 양측이 다 다수의 사상자를 낸 충돌의 성격이 더 강한 경우도 있었던 듯하지만, 어쨌든간에 이란 정권의 야만적 행각이 지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리고 아크마디네자드의 63% 득표 중에서는 어느 정도로 부정 행위로 인한 표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이를 실사구시적으로 밝히는 게 이란 국민의 몫이지요. 그건 다 그렇지만 국가주의적 재분배 정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다수 농민, 도시 빈민 등이 현직 대통령을 지지해온 것은 사실이고, 그의 평소의 지지도가 40~50%에 가까웠으니 63%는 부분적 조작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조작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즉, 잘 모르긴 몰라도 아흐마디네자드의 진짜 득표율은 적어도 50%를 넘었을 가능성, 즉, 그가 진짜로 이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아주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 말씀입니다. 이란 근처의 국가 중에서는(인도만 빼고) 선거가 이 정도로 경쟁적인, 즉 이 정도의 민주성을 가진 나라란 있나요? 답은 뻔한데, 서방 언론들은 이 부분을 잘 조명하지 않고 이란 정권의 악마화에 열을 올립니다. 유죄 추정이니까요.

    왕따시킨다고 해결 될 일 아니야

    저는 북한과 이란 정권의 억압성을 좋아할 일은 평생 없습니다. 하지만 그 두 나라가 그렇게 된 데에서는 그만한 역사적 사유들이 있는 것이고, 그 두 나라를 왕따시켜 무조건 따돌리기만 한다고 해서 그 억압성은 없어지긴커녕 더 심화됩니다.

    그들을 무조건 ‘유죄 추정’하여 그들의 모든 측면들을 무조건 부정 일변도로 그리는 악마화는 과연 생산적인가요? 아니면 서방의 우월감을 확립시키고 미국의 정책을 합리화하는 방법인가요?

    왜냐하면 북한과 이란이 죄만 범할 수 있는 ‘악마’가 되면 될수록 그들을 싸운다는 미국이 ‘천사’로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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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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