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예 논란 위선적…정규직화하라"
    By 나난
        2009년 07월 01일 0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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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광주보훈병원 기술 기능직 박동수 씨는 1년 9개월을 일한 병원에서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피눈물의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공단의 구조조정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구조조정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광주병원에서 건축 전문 기술자가 저 한 명밖에 없는데도 왜 제가 칼을 맞아야 합니까? 제가 기술이 부족합니까? 일을 못했습니까? 허구한 날 야간작업 주말근무에도 돈 더 달라 했습니까? 그저 열심히 일하면 좋은 날이 올 줄만 알았습니다.”

    정규직화 대신 해고통지서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을 맞은 1일, ‘정규직 전환’이 아닌 ‘해고통지서’를 받은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보호’ 위선 중단과 정규직 즉각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1일 오전 10시 30분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정규직법의 제정 취지에 따르면 당연히 정규직이 됐어야 할 우리 기간제 노동자들은 ‘시행유예’ 덫에 사로잡힌 한나라당과 정부의 무책임과 무대책 때문에 오히려 해고를 당했거나,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규탄했다.

    또 이들은 “한나라당은 현행 비정규직법이 가진 모순과 문제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비정규직법 시행유예’ 주장 관철에 눈이 멀어 비정규직의 고통마저도 당리당략의 도구로 삼았다”며 “설사 법시행이 유예가 된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해고가 중단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유예’가 ‘해고금지’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보호 위선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기간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KBS계약직지부 홍미라 조합원은 “99년부터 파견직 신분으로 입사해, 용역으로 전환되고, 이제는 업무이관으로 도급으로 전환될 위기에 처했다”며 “사측은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업무이관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왜 경영효율화의 책임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칼날이 맞춰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는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420명 중 18명에 대해 지난 30일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331명을 자회사 이관, 89명에 대해 계약 해지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대병원 산하 보라매병원은 노조와 단체협약을 통해 단계별 정규직화와 기간제노동자에 대한 의견 수렴 후 계속 고용을 유지하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을 것을 합의했으나, 지난 5월 18일 의무기록실 차트스캔업무를 용역업체에 외주화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을 해고했다.

    서울대병원 산하 보라매병원 김성미 씨는 “45일째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지만 병원장은 두 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보내왔다”며 “오히려 병원장이 우리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몸바쳐 일만 했는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회사는 10%도 안 된다”며 “이런 세상에서 비정규직이 무슨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비정규직법 유예 공방만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악법 만든 민주당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시절 비정규직법을 만든 민주당이 야당이 된 지금이라도 비정규직 앞에 그 잘못을 사과하고 사용사유 제한 등 제도개선에 당장 나서라”는 것.

    이들은 “2년 유예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비난하며 내놓은 안이 고작 ‘6개월 유예’”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앞다퉈 비정규직을 끔찍이도 위하는 것처럼 위선경쟁을 하는 사이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마지막 정규직화 꿈마저 산산조각 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노동부를 향해 “현행법 시행을 앞두고 정규직화 촉진방안을 내놓고, 정규직화를 회피하려는 사용자를 설득하고 제재해야 할 부처임에도 오히려 ‘정규직화’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내용인 것처럼 호도하고 근거 없는 100만 해고설을 유포하며 사용자들의 탈법행위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박정상 집행위원장은 “계약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의 고용의무가 발생함에도 회사를 이를 피하기 위해 3개월, 6개월, 9개월, 심지어 1년 11개월짜리 단기계약을 고용하고 있다”며 “법 시행 2년에 맞춰 대량 해고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법 시행부터 이미 현장에서는 해고가 진행되고 있다”며 노동부의 ‘100만 해고설’을 비판했다.

    한편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용사유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실효성 없는 제도로 전락한 차별시정제도를 진정 비정규직의 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도록 전면 수술에 착수해야 한다”며 “해고금지 내용을 담아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사용자들의 악의적인 정규직화 회피시도를 차단하고, 정규직화 의사가 있어도 형편이 안 되는 사업장에는 정규직화 전환 지원금 등을 대폭 확대해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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