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선거법에 딱 걸린 거 맞아"
    By 내막
        2009년 06월 18일 03:10 오후

    Print Friendly
       
      ▲6.25 전쟁 59주년 기념·북핵 규탄대회에 입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서울시 재향군인회가 17일 ‘민주당규탄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벌였다. 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돈 봉투 나눠주기 퍼포먼스’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규탄대회 참가자들은 민주당사 난입을 시도했고, 일부 참가자가 칼을 꺼내들어 당 관계자들을 향해 살해 위협을 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서울시 세비에서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재향군인회가 오 시장을 재향군인회 명예회장으로 위촉한데 이어, 오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옹호하기 위한 폭력적 집단행동에 나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제공 프레임에 갇힌 언론들

    오세훈 시장은 지난 6월 12일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6·25전쟁 제59주년 기념 및 북핵규탄대회’에 직접 참석해 참전용사 대표들에게 1인당 20만원씩 총 2천만원 상당의 ‘격려금 봉투’를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했다.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한 논란의 쟁점은 ‘지자체장의 생색내기 금지’ 조항에 위배 여부였다. ‘생색내기 금지’ 조항은 오세훈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초안을 마련했던 일명 ‘오세훈 선거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이다.

    차기 선거 1년 이전부터는 상시적으로 지급해오던 지원금이라도 지자체장이 자신이 주는 것이라는 표시를 하면 불법으로 규정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를 전달하는 언론들은 마치 민주당이 서울시의 재향군인회 격려금 지원 자체를 문제삼은 양 보도하고 있다. 조중동문 같은 보수언론이 아닌 다른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이 오세훈 시장의 ‘재향군인회 격려금 지급’을 선거법 위반으로 비판하며 선관위 조사를 촉구하고 나서자 재향군인회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6월 17일자 「"정세균 나와!"… 재향군인회, 민주당 앞 ‘소동’」기사 서두.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전용사 대표에게 격려금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선거법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 측은 참전용사 지원은 법적 근거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컷뉴스> 6월 17일자 포토뉴스 「돈봉투 논란」 사진설명.

    이렇듯 대부분 언론이 ‘재향군인회 격려금 지급을 문제삼은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어서인지 <레디앙>의 15일자 "오세훈, 제 덫에 딱 걸렸다?"라는 기사가 서울시 측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북핵 규탄을 다짐하는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서울시)

    서울시, 번짓수 틀린 대응

    서울시청 대변인실의 김아무개 팀장은 16일 전화를 걸어와 "기사에 서울시의 입장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며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사 작성 전에 이미 한나라당을 통해 서울시 해명내용을 접했고, 서울시 관계자와 통화까지 해서 모두 감안해서 작성한 기사’라는 기자의 설명도 소용이 없었다. 

    김 팀장이 ‘무조건’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내용, 즉 서울시의 6월 14일자 해명 자료에서 주장하고 있는 요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격려금 전달은)법률과 조례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행위로서, 공직선거법(제112조 기부행위)을 위반하였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서울시는 나라를 위해 피 흘리고 싸우신 참전용사들에 대한 숭고한 희생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는 것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 해명의 경우, 기사 서두에서 지적했듯이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이 아니라 ‘제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번짓수가 틀린 대응이다. 

    공직선거법 제86조 3항은 선거 1년 전부터 선거일 때까지 금지되는 ‘기부행위’의 예외가 되는 경우를 규정한 조항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당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 개시일 전부터 정기적으로 행하여 온 지원사업 혹은, 관련 규정에 따른 기간 개시일 전(이 경우 선거 1년 전)에 "대상 방법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정기적으로 행하여 온 금품 그 밖의 이익을 주거나 이를 약속하는 행위"도 예외에 포함된다.

    "소위 오세훈 선거법에 딱 걸린 거 맞다"

    서울시 주장은 문제의 지원금이 2007년부터 지급되던 것이라 이 ‘예외’에 포함된다는 것이지만, 바로 뒤에 이어지는 4항에서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참석한 장소 또는 행사에서 행하는 경우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등 그를 선전하는 행위가 부가되는 경우 등은 ‘예외의 예외’로 금지대상에 포함되어있다. 이번에 문제된 것이 바로 이 조항이다.

    이 4항이 신설된 것은 2005년 8월 4일, 일명 ‘오세훈 선거법’이 통과된 때이다. 오 시장은 6월 12일 문제의 행사에서 격려금 봉투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했을 뿐 아니라 이날 재향군인회 명예회장 추대돼 승인장까지 받았다. 행사에 참석만 했을 뿐 아니라, 업적 홍보 등 그를 선전하는 행위도 부가된 셈이다.

    서울시 대변인실의 김아무개 팀장은 기자가 이와 같은 법안 내용을 제시하면서 오 시장이 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것 맞지않냐고 따져묻자 "말은 맞는데, 아직 선관위에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서울시의 입장을 꼭 반영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 6월12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6.25 전쟁 59주년 기념·북핵 규탄대회에서 재향군인회 명예회장 추대 승인장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빨갱이’ 의심 받던 오 시장, 재향군인회 명예회장 추대

    취임 초 보수단체들에게 ‘빨갱이’로 의심까지 받았던 오 시장이 ‘재향군인회 명예회장’에 추대됐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건이다. 서울시 재향군인회는 17일 오세훈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당 규탄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사 앞에서 규탄대회까지 벌였다.

    서울시 해명자료의 "나라를 위해 피 흘리고 싸우신 참전용사들에 대한 숭고한 희생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함"이란 변명이 최소한 재향군인회 회원들에게는 제대로 들어먹힌 셈이고, 참전용사에 대한 지원을 정략적으로 활용한 쪽이 과연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편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민주당은 재향군인회에 서울시 예산을 지원하고 매년 향군회원 100명에게 2천만원을 지급한 것을 문제삼은 일이 없고, 향군법과 서울시 조례에 의한 재향군인 지원을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서울재향군인회가 우리의 주장을 왜곡하고 규탄하는 것은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기 위해 헌신 희생한 본인들은 물론 선후배 재향군인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손상하는 것"이라며, "서울재향군인회는 이 일로 ‘돈봉투로 은혜 입은 오시장 보위를 위해 관제데모에 나섰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