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양비론에 성서 강조 언론까지
    2009년 06월 10일 09: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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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 22주년 기념일의 아침이 밝았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전날 밤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새벽에 경찰이 서울광장 모인 야당 의원들을 해산시킬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오전 6시15분 현재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는 서울광장 현장을 지키고 있다.

경찰이 민주당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6·10 범국민대회 원천봉쇄라는 대검찰청 공안부의 발표는 현실과 동떨어진 엄포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도심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릴 6·10 22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을 전하는 주요 아침신문의 풍경도 각양각색이다. 민주당 밤샘 농성에 대한 상반된 시선도 있었고, 색깔론과 양비론을 들이대는 언론, 보수성향 교계 지도자 주장을 사설에 반영하며 성서의 뜻을 강조한 언론도 있었다.

다음은 10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잇단 시국행사 ‘6·10 긴장’>
-국민일보 <서울대 신입생 38.6% 입학사정관제로 선발>
-동아일보 <안보리, 북 제재안 타결>
-서울신문 <안보리, 대북제재안 초안 합의>
-세계일보 <원전 부실공사 우려>
-조선일보 <‘대북 금수품’ 실은 선박 공해서 검색 가능>
-중앙일보 <금융제재 포함 대북결의안 안보리 타결>
-한겨레 <민주당 의원들 밤샘 ‘광장 지키기’>
-한국일보 <퇴출·매각 대수술 시작 구조조정 2막이 올랐다>

민주당의 서울광장 점거 농성은 검찰과 경찰의 6·10 원천봉쇄 발표를 무색하게 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6·10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공간을 사수하고자 장외 농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검찰과 경찰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야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6·10 범국민대회 지킴이를 자임한 것과 관련해 언론 평가는 180도 다르게 나타났다. 한겨레와 조선일보 논조가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민주당 의원들 밤샘 ‘광장 지키기’>라는 기사를 10일자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한겨레는 <민주당 ‘1박2일 투쟁’>이라는 사진도 함께 내보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민주당은 9일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불허방침 철회, 서울광장 상시개방, 비폭력 평화적 집회 보장을 촉구하는 ‘1박2일 노숙투쟁’에 들어가는 등 정부의 서울광장 봉쇄와 범국민대회 불허를 강력히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밤샘농성, 한겨레 1면 머리기사와 사진 실어

   
  ▲ 한겨레 6월10일자 1면.  
 

한겨레는 3면 <민주당 ‘올인’…"드러누울 각오로 전경버스 막겠다">는 해설 기사에서 “민주당은 서울광장 집회를 야당의 존재의의를 입증할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 등 다른 야당,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손잡고 6.10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은 앞으로 ‘반이명박 전선’을 공고히 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5면 <"여기서 자겠다"…민주당 1박2일 서울광장 지키기>라는 기사에서 “민주당이 ‘6.10 범국민대회’ 개최 장소인 서울광장을 ‘사수’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행사를 하루 앞둔 9일 서울광장에서 1박2일 ‘점거’ 농성에 들어가는 등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5면 <거리로 나선 민주 긴박한 6·10 정국 시민단체도 연대>라는 기사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6월항쟁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 집결했다. 정부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방침에 따라 미리 ‘서울광장을 지키겠다.’는 취지에서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경찰 방어벽 뚫는 선봉…출정전야 방불"

   
  ▲ 조선일보 6월10일자 1면.  
 

민주당 의원들의 서울광장 밤샘 농성을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본 언론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1면 <의사당 떠나 광장에 자리 잡은 민주당>이라는 기사에서 “경찰이 ‘함부로’ 법 집행을 할 수 없는 ‘대한민국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특수 신분을 활용해 경찰 방어벽을 뚫는 선봉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등진 채 서울광장에서 사실상 장외투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2면 <국회 대신 광장 열라는 민주당>이라는 기사에서 “민주당의 목소리는 종일 ‘서울광장을 열라’는 말 뿐이었다”면서 “강경론이 당내 여론을 압도하는 가운데 ‘국회를 열자’는 당내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사에는 민주당 의원들의 행동을 색깔론의 잣대로 덧씌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조선일보는 3면 <‘광장으로 이슈 이동’ 속으로 웃는 민주당>이라는 기사에서 “민주당은 온종일 ‘출정전야’를 방불케 할 만큼 좌파 단체와의 모임, 의원총회, 성명 발표, 국무총리실 및 법무장관 항의 방문 등 당력을 ‘6.10 범국민대회’와 서울광장 개방에 맞췄다”고 보도했다.

조선·동아, 색깔론 만지작…"경찰이 시위대의 죽창에 찔리고" 

   
  ▲ 동아일보 6월10일자 사설.  
 

신경무 화백은 3면에 실린 <영원한 ‘전위 돌격대’>라는 제목의 만평을 통해 깃발부대 앞에서 서울 광장 개방하라고 외치는 민주당 모습을 그렸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지금은 폭력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이 시위대의 죽창에 찔리고,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이 난무할 정도여서 오히려 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민중독재’가 우려되는 판”이라며 “10년 좌파정권의 기득권이 아쉬워 억지 주장으로 현 정부를 흔들기 위해 거리 투쟁을 벌이는 세력이 ‘범 국민’을 참칭하는 것은 국민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평가가 상반된 이유는 현 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3면 <"흩어졌던 민주세력 한자리에"…’단순 기념식 의미’ 넘어>라는 기사에서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올해는 예년의 기념식을 뛰어넘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면서 “그동안 민주주의의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듯하던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역사적 퇴행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양비론과 기계적 균형 꺼내든 언론

   
  ▲ 한국일보 6월10일자 6면.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가 서울광장에서 6․10 범국민대회를 열고자 하는 것을 특정 정파의 정치적 짙은 행사로 바라보는 언론도 있다. 대학교수들의 릴레이 시국 선언 역시 같은 잣대로 바라보는 언론이 있다. 이러한 언론의 평가에는 양비론과 기계적 균형이 동원되기도 한다.

한국일보는 6면 <또…찢어진 6월>이라는 기사에서 “현 시국을 각각 ‘민주주의의 위기'(진보)와 ‘경제.안보의 위기'(보수)로 진단한 양측은 일회성 시국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설 태세여서 한국사회가 또다시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서울광장 이용, 원칙과 상식 존중돼야>라는 사설에서 “서울광장은 물론 주변 도로와 시설을 범국민대회 측이 자신들만의 목적에 따라 독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조성된 추모 분위기를 정치적·정파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짙고, 시기적으로도 불법과 폭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경찰, 6·10 서울 광장 개최 불허는 당연"

   
  ▲ 세계일보 6월10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진보와 보수 양쪽의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야당과 시민사회의 서울광장 이용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동아일보 5면 <교수vs교수…단체vs단체…시국선언vs반박선언>라는 기계적 균형에 초점을 맞춘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동아일보도 기사 내용을 보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동아일보는 “전국적으로 60여 개 대학에서 교수 3000여 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지만 예상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교수계 전체의 의견이나 국민 정서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제목은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을 차분히 되새길 때>라고 뽑았지만, 내용은 야당과 시민사회에 대한 냉소적 시선을 담고 있다. 세계일보는 “문제는 특정 정파가 그곳에서(서울광장) 정치색 짙은 행사를 갖겠다는 데서 발생한다”면서 “경찰이 6·10범국민대회의 서울광장 개최를 불허한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6·10대회는 반정부 폭력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성서적 관점 세상 진단 강조

   
  ▲ 국민일보 6월10일자 29면.  
 

국민일보는 교계 원로의 주장을 1면과 사설에 비중 있게 실었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은 <교계 "국민통합·국정쇄신" 시국선언>이라는 내용이었다. 교계에서 국민통합과 국정쇄신을 촉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일보 1면 기사 부제목은 <원로 33명 "야 서거정국 공세중단·국회 복귀를">이라는 내용이다. 야당이 서거정국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대학 교수들의 릴레이 시국선언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드러냈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정진경 이만신 림인식 조용기 지덕 박종순 김홍도 길자연 최성규 이용규 엄신형 목사 등 기독교계 원로 33명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시국 간담회를 갖고 6개항의 ‘국가의 현 사태를 걱정하는 한국 교회 원로 시국성명’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기독교계 원로들의 질책과 권면>이라는 사설에서 “건강한 교회는 국가 비상시기에 침묵하지 않았다. 오로지 성서적 관점에서 세상을 진단하고, 성서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 6·10 대회, 줄곧 서울광장에서 진행돼 왔다"

   
  ▲ 서울신문 6월10일자 사설.  
 

국민일보가 말한 성서적 관점의 세상 진단은 무엇일까. 국민일보는 “22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민주적인 의사 표현이 결코 침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불법 행위 또한 용인돼선 안 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체험한 교계 원로들의 권유처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가 강조한 기독교계 원로의 질책과 권면은 깊은 가르침이 담겨 있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변론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87년 6월 항쟁의 의미와 오늘의 과제에 대한 언론의 진지한 성찰이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신문은 <6·10 항쟁 참뜻은 평화의 완성에 있다>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6·10 대회가 그동안 줄곧 서울광장에서 진행돼 왔음에 주목한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6·10항쟁은 그만큼 무게감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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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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