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교육’ 시대, 필요한 건 ‘참교육’ 뛰어넘기
        2009년 06월 09일 03: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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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교육계에 작은 일들이 또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심심하면 뭔가가 튀어나왔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이었던 지난 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국은 정국이고, 할 일은 하겠다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월요일에는 자사고 신청 이야기가 나오고, 수요일에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란 게 발표됩니다. 목요일에는 고등학교의 대학진학 실적 등 교육정보, 금요일에는 서울의 자사고 응시 기준 등이 공개됩니다. 실로 부지런한 정부입니다.

    ‘자사고 납입금 얼마’에 속으면 안됩니다

       
      

    월요일인 1일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 하겠다고 신청한 33개 사립고교 명단을 발표합니다. 재단이 내는 돈이 학교예산의 1%가 되지 않는 학교가 8개이고, 교직원 건강보험료 등 법적으로 내야 할 전입금도 납부하지 못하는 곳이 12개입니다. 가진 돈이 별로여도 신청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법적인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학생이 납부한 수업료 및 입학금 총액의 5% 이상”만 재단이 내면 됩니다(도는 3% 이상). 학생이 1,000명이고 수업료 및 입학금이 년 800만 원이면, 총액이 80억 원이니 재단은 1년에 4억 원 이상 내야 합니다.

    재단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면, 합법적인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힌트는 학부모라면 알고 있는 것으로, 수업료 및 입학금 이외에 급식비나 각종 비용을 또 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사고의 기준은 ‘학교 예산의 몇 %’를 재단이 내는 게 아닙니다. ‘학생이 낸 수업료 및 입학금 총액의 몇 %’입니다. 따라서 수업료와 입학금을 낮게 책정하면 재단이 내는 돈도 적습니다.

    1년에 예산이 80억 원 필요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2008년 서울의 고교생이 낸 수업료 및 입학금은 146만 원입니다. 자사고가 그 3배를 받는다고 치면, 438만 원 되겠습니다. 학생 1,000명이 낸 수업료 및 입학금 총액은 43억 8천만 원이니, 재단은 2억 1천 9백만 원 내야 합니다. 합하면 46억 원 정도입니다.

    필요한 예산 80억 원 중 46억 원만 충당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약 34억 원은 어떻게 할까요? 학교운영지원비나 수익자부담경비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추가 징수하면 됩니다. 학생 1인당 340만 원 정도 더 내야 합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실제 납부한 돈은 수업료 438만 원과 기타 비용 340만 원 하여 1년에 약 778만 원인 겁니다. 하지만 법적인 기준을 따지는 돈은 수업료 및 입학금 438만 원뿐입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일반고 수업료 및 입학금의 2배인 292만 원으로도 자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은 총 29억 2천만 원 내고, 재단은 1억 4천 6백만 원 내고, 나머지 돈 50억 원 정도는 수익자부담경비 등으로 따로 내게 하면 됩니다.

    곧 현재의 법적인 기준은 수업료 및 입학금을 낮게 책정할수록 재단이 내야 할 돈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나머지 돈은 다양한 명목으로 거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1년에 1억 원을 못 내는 재단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자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실제 납부하는 돈은 많아집니다.

    그러니 ‘자사고 지정’ 국면이 앞으로 한 달 정도 이어지면서 “납입금이 얼마다”라는 이야기가 나올텐데, 곧이곧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적을 수도 있는데, 추가 확인하셔야 합니다. 정부, 교육청, 학교 관계자가 그런 말을 하면, “그게 수업료 및 입학금만 말하는거냐? 아니면 학생이 내는 돈 전부를 말하는거냐? 그거 말고 따로 내는 돈은 얼마냐?”라고 꼭 물어보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교육청과 학교관계자는 수업료 및 입학금만 ‘납입금’이라고 할 겁니다.

    참고로 민족사관고의 경우, 2005년 납입금이 년 281만 원이었습니다. 이외에 1,754만 원을 기숙사비용 등 수익자부담경비로 냈습니다. 합하면 2천 36만 원입니다. 사교육비도 년 1,254만 원(월 104만 원) 듭니다. 총 3,290만 원 되겠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따지는 건 납입금 281만 원뿐입니다.

    다른 자사고도 비슷합니다. 부산의 해운대고는 납입금 441만 원, 수익자부담경비 856만 원, 사교육비 668만 원 하여 1년에 1,966만 원 들었습니다. 전주의 상산고는 납입금 390, 수익자부담경비 760, 사교육비 508 하여 년 1,658만 원이고, 울산의 현대 청운고는 납입금 283, 수익자부담경비 424, 사교육비 430 하여 년 1,138만 원입니다. 지금부터 4년 전에 이 정도였습니다.

    사교육 늘리면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내놓습니다

    수요일인 3일에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습니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겠지만, 별 내용 없습니다. 학교자율화 확대, 영어공교육 강화, 사교육없는 학교, 입학사정관제 등 기존에 나왔던 방안을 재탕삼탕하면서 묶은 겁니다.

    한동안 논란이었던 ‘학원 심야교습 금지’는 물 건너 갔습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요지인데, 이건 안 하겠다는 뜻입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이 공정택 서울교육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시늉 한 번 냈구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긴 한창 자사고 지정하는 와중에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은 것 자체가 웃긴 일입니다. 자사고나 특목고는 사교육 없이는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007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특목고를 희망하는 중학생의 사교육비가 월 39만 9천 원으로, 그렇지 않은 중학생의 월 16만 5천 원보다 2배가 넘습니다. 한 손으로는 사교육비 늘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실효성없는 경감 대책을 내놓는 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 국가경쟁력강화위원호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사진=청와대)

    대학 진학실적보다 중요한 건 학생의 가정배경 정보입니다

    목요일인 4일에는 ‘학교 알리미’를 통해 진학 실적, 전교조 교사수, 학교폭력 건수, 학급당 학생수 등 정보가 공개되었습니다. 언론은 전국이나 지역별로 대학진학 1위나 상위권 고교가 어디인지 ‘친절’하게 보도했습니다. 특목고가 실적이 좋다는 다 아는 이야기를 그래픽과 숫자를 동원하여 보여줍니다.

    아쉬운 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고등학교는 대학진학 실적이 아니라 SKY 진학 실적을 공개해야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학교는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 실적을 밝혀야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의도가 경쟁이니,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줄세우고 경쟁시키려면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작용을 좀 더 체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사고 입시의 마지막도 추첨으로 하더니 꼭 마지막 순간에 가면 뺍니다. 비겁합니다.

    둘째, 상관관계나 인과관계가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대학진학률, 전교조 교사수, 학교폭력 건수 등은 모두 숫자들입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통계기법을 활용하여 “전교조 교사가 많으면 학교폭력이 많고 대학진학률은 떨어진다”나 “전교조 교사와 학교폭력이 많으면 대학 가기 어렵다” 등이 나와줘야 합니다. 실제로 그런지는 나중 문제고, 통계기법 등으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 점에서 경제학이나 통계학을 전공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활약이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앞으로 기대에 부응해주었으면 합니다.

    셋째, 학생의 가정배경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목고가 대학진학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는데, 당연합니다. 중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을 데려갔기 때문입니다. 이건 고교생 중 최상위권이 진학한 SKY의 대기업 취직률이 높은 것과 비슷합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특목고 학생들의 가정 배경입니다. 관련 연구들에서야 “일류대와 특목고 진학생은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많다”라는 교육대물림이 확인되지만, 이번 정보 공개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대학진학률 하나 가지고 이미 전국의 고등학교 줄세우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급당 학생수가 어떤지 등은 그냥 지나가고 서열과 경쟁의 목소리가 언론을 장식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서열과 경쟁의 부작용은 외면하면 그만입니다. 부산의 중 3 학생이 “50년은 더 산 것 같다”는 유서를 쓴 채 자살을 해도, 광주의 중학생 자매가 아파트에서 함께 뛰어내려도, 외면하면 그만입니다. 하긴 돌이킬 수 없는 각종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4대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꾼 대운하를 추진할 수 없겠죠.

    공부 못 하면 자사고 지원도 못합니다

    금요일인 5일에는 교과부와 서울시 교육청 사이의 자사고 사전 협의 내용이 나옵니다. “사교육비 유발 요인 등을 고려하여 서울의 경우 중학교 교과성적 50~100% 범위 내에서 일정 기준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이건 자사고 지원 기준입니다. ‘50~100% 범위 내에서 학교 자율 결정’이라고 하는데, 만약 어떤 자사고가 ‘중학교 교과성적 50%’라고 정하면, 내신 상위 50%의 중학생만 자사고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0% 범위는 모든 중학생이 원서를 넣을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이런 자사고가 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니까 50%는 마지노선입니다. 그리고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의 협의가 이대로 끝나 “50~100% 범위 내에서 학교가 정한다”라고 확정되면, 대부분의 서울 소재 자사고는 마지노선을 채우지 않을까 합니다. 즉 중학교에서 중간 이상 되는 학생만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자사고를 희망하는 사립고들은 불만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학교의 자율성을 거론하면서 기준을 상향 조정하거나 학교에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아예 교육청 차원의 기준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움직입니다. 그래서 만약 ‘20~100% 범위 내’로 기준이 조정되면, 자사고들은 상위 20% 이상 중학생을 지원기준으로 하겠죠.

    협의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정되든 간에,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자사고 지원 자격은 중학교 내신 성적에 따라 부여됩니다. 곧 공부 못하는 중학생은 자사고에 지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내신 사교육 받아야 합니다. 이래놓고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 유발 요인 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참교육’ 뛰어넘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누가 뭐라고 하던 간에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다양성과 선택을 말하지만, 실상은 서열과 경쟁입니다. ‘사교육비 절반’이라고 말하지만, 믿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예정된 일정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커집니다. 전교조 등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동시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여기저기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위기 요인인 동시에 기회 요인입니다. 우리 교육을 부자 대 서민교육으로 나누고, 1부 리그와 2부 리그 등으로 서열화시키면서 경쟁을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는 위기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로 인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대안 모색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은 분명 기회 요인입니다.

    이런 움직임,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 대항하면서 진보적인 교육의 상을 찾아가는 과정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움직임과 우리가 따로 있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른바 ‘초심론’입니다. 요즘 전교조는 동네북입니다. 여기저기에서 전교조를 질타합니다. 그동안 뭐 했냐고 말합니다. 가장 흔한 건 초심을 잃었다는 겁니다.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말하는 이의 문제의식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20년 전의 ‘참교육’으로 회귀하라는 건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애매모호합니다. 물론 20년 전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드물었던 ‘교육대물림’ 현상이 눈에 띄는 요즘이니 말입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참교육 뛰어넘기”일 수도 있습니다. 오래된 입시위주 교육과 새롭게 추가된 교육양극화나 대물림에 대한 적절한 방향키는 ‘참교육’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전교조나 교육운동의 어려움이 초심을 잃어서가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참교육을 이야기하는 데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공공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고려대 강수돌 선생님이 최근의 저작에서 ‘개성있는 고교평준화, 대학평준화, 직업평준화’를 주장하고, 꽤 오랫동안 ‘나부터 교육혁명’을 이야기하는 게 눈에 띄는 요즘입니다. 전교조나 교육운동과 거리두기보다는 연대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기가 아닌가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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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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