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우병 쇠고기 수입금지는 교역장벽"
    By 내막
        2009년 06월 04일 0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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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북 장관이 ‘가축전염병 예방법’ 흔들기에 나섰다. 캐나다가 제기한 쇠고기 수입 관련 WTO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광우병 쇠고기 수입제한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을 펴고 나선 것이다.

    농식품부 "캐나다와 무역분쟁에 불리" 주장

       
      ▲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북 장관

    장태평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와 3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지난해 여야 합의로 개정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이 실익이 없는 반면 국제적으로 교역 장벽이라고 받아들여지므로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장관이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사항은 크게 두 가지.

    동법 32조(수입금지)에서 "소해면상뇌증(BSE, 이하 광우병)이 발생한 날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국가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과 "특정위험물질"의 수입을 금지하는 부분과 34조(수입을 위한 검역증명서의 첨부) 3항에서 광우병 신규 및 추가 발생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할 때 반드시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조항이다.

    장 장관은 "지금 캐나다와  쇠고기 수입 협상을 진행 중인데 캐나다가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했다"며, "제소하면서 첫 번째 이유로 우리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잘못되어 있다고 거론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7차 OIE(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서 소 살코기 교역 월령(30개월) 제한이 폐지된 점을 지적하면서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관련 조항이 기대고 있던 국제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는 것이 장 장관의 주장.

    이와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쇠고기 교역 월령제한을 명문화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그대로 둘 경우 캐나다의 제소로 이루어지는 WTO 분쟁해소 패널에서 우리나라가 무조건 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식품안전 보장 포기 선언?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나 장태평 장관의 가축전염병 예방법 재개정 주장은 본말이 뒤집힌 것이다. 농축산물 수입 규제의 목적은 국내 관련 산업의 보호와 국민의 식품안전 보장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말은 WTO분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식품안전 보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은 "장태평 장관의 발언은 법 개정의 취지조차 모르거나 부정하는 무책임한 발언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가축법이 개정된 것은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을 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지난해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과정에서 "OIE 기준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허용하지 않으면 WTO에 제소당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며 연령 제한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민노당은 "OIE 기준은 권고규정에 불과하다"며, 장 장관이 "캐나다와의 쇠고기 분쟁에서 우리가 유리해지기 위해서 가축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사실을 심각히 호도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민노당 "미국 쇠고기도 제한해야"

       
      ▲ 강기갑 대표는 6월3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재개정하려고 할 경우 제2의 촛불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김경탁 기자)

    민노당은 "우리나라가 캐나다로부터 WTO 제소를 당한 이유는 미국 쇠고기는 수입하면서 캐나다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는 ‘차별’ 때문"이라며,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모두 캐나다 쇠고기에 대해 미국산과 같은 수입제한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광우병 발생국 중 유일하게 미국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은 "따라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고쳐서 광우병 발생국에서의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재협상부터 해서 일본, 중국, 홍콩, 대만과 같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즉각 제한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은 "지난해 정부는 ‘일본, 중국, 대만 등 주변국과 미국의 협상결과가 우리보다 나을 경우 우리도 재협상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며, "벌써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은 여전히 과거 수입조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미국과 재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쇠고기 수입 기준을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학술단체협의회 "OIE 믿을 수 없다"

    농식품부가 근거로 들고 있는 OIE의 쇠고기 살코기 월령제한 폐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5월 학술단체협의회 등 3개 교수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OIE가 국제적으로 공정하고 과학적이라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교수단체들은 "우리는 그 기구가 미국의 실질적 영향력 하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기 입맛대로 국제수역사무국의 준수 사항을 적용하고 있다"며, "그 기구의 핵심 보직은 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국제수역사무국에 맡긴 것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미국의 쇠고기 자본에게 맡긴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거대한 국민적 저항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MB정부가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지 않자 국회가 가축법을 개정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이 같은 법개정의 취지도 부정한 채 국제분쟁 운운하며 의원입법으로 개정하겠다는 식의 망발을 일삼는 것이야말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강기갑 대표는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이번 개정안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만약, 경고에도 불구하고 빨리 처리하기 위해 의원입법으로 강행 제출하겠다는 장관의 의지는 제2의 촛불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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