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단체 회원들 시국선언장 난입
    “이런 정신상태로 학생 가르치냐?”
    By mywank
        2009년 06월 03일 01: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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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의 난입으로 파행을 겪었다. 이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10여 분 간 고성을 지르면서 소란을 피웠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3층 국제 회의실에서는 김인걸, 이준호, 우희종, 최갑수 교수 등 서울대 교수 10여 명이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었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발표 회견장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소란을 피우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하지만 11시 15분경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시국선언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 아무개 씨는 “이 나라를 짊어갈 학교의 교수들이 이런 정신상태로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겠나”며 “시민들은 ‘노무현이 서거했다’고 하는데, 서거가 아니라 자살”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회원은 "노무현이 비리가 있으니까,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교수들이 이렇게 들고 일어나냐"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어떻게 국민의례도 안하고, 국기도 내걸지 않냐”며 교수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흥분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시국선언’ 발표 회견이 열리던 단상 앞까지 나와, 교수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마구 삿대질을 했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사회를 맡은 이준호 생명과학부 교수는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한 일이다. 조용히 해달라”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취재진들도 “진행 좀 합시다”라고 말하며, 이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인걸 교수(국사학)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 오신 어르신들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참석해주신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은 학생들에게 불균형한 강의, 편향된 강의를 하는 교수들이 아니”라며 보수단체 회원들을 달랬다.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정리된 뒤, 질의응답 순서가 진행되었다.

    기자들에 이어 보수단체 회원들도 발언권을 얻어 교수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보수단체 회원은 “국민 대다수가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는데 왜 대통령을 그만두라고 하냐”며 말했으며, 다른 회원은 “왜 검찰 수사가 정치적 보복이냐”고 항의했다.

    결국, 사회를 맡은 이준호 교수는 오전 11시 40분 경 “더 이상 시간 관계상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뒤, 이날 시국선언 발표 회견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에 격렬히 항의하며 한동안 기자회견장을 떠나지 않았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발표 회견장 앞에서 학생들이 교수들을 지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이날 서울대 교수 124명은 ‘시국선언문(☞전문 및 명단 보기)’을 통해 “전국 각지에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은 단지 애도와 추모의 물결만은 아니었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착잡하기 이를 길 없는 심경으로 나라의 앞날을 가슴 속 깊이 걱정하는 모습 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우리들은 깊이 염려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나서서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하고,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진심으로 국정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현 정부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또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정적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엄격한 검찰 수사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현 정부는 용산 참사의 피해자에 대한 국민적 화합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경제위기 하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측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적 화합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큰 길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을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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