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정국 이후, 전쟁 '신호탄' 올랐다
By 내막
    2009년 05월 28일 06: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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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 조문과 애도의 정국이 ‘전투모드’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루 뒤(30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루 전인 28일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가 알려진 직후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책임질 사람이 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정치권은 ‘정치적 해석’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면서 피해왔다.

송영길 "일종의 고문치사"

27일 한나라당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의 ‘소요 운운’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침묵에는 균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날 주변의 비판적 목소리를 반영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처음으로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28일 여기저기서 주요 인사들이 강도높은 정치적 발언을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다. "나라도 그런 결단을 했을 것 같다"는 발언은 거의 ‘충격적’이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그의 인식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이명박 정권에 의한 추도사 거부 비판, 검찰 비판,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은 조용하기만 했던 민주당을 머쓱하게 할 정도다.

   
  ▲조문 중인 김대중 전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증거도 없이 한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해 2개월 동안 발가벗기고 사실상 고문을 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일종의 고문치사’와 같은 성격이 있다"고 한층 강도높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27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에 대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는 조문객들의 주문에 밀려 정세균 대표가 마련한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수준의 발언에 서울시청 앞 광장을 시민들에게 열라는 ‘민원 수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진보양당 "국정 운용기조 전환해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28일 각각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라는 형식을 빌어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이명박 정부의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노회찬 대표는 오전 11시 여의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초 철거민, 노동자, 그리고 전직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죽음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공개사과와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노 대표는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의 정치보복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이를 위한 특검 실시"와 함께 "이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운영기조의 전환과 6월 국회에서 비정규법, 미디어법 등 반민생 반민주 MB악법의 철회" 등도 요구했다.

강기갑 대표도 이날 오후 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제 국론분열은 없어야 한다며 통합정치와 국민화합을 언급하고 있고, 대결의 정치에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소망이지만 전제가 틀렸다"며 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강 대표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특검과 정치검찰에 대한 쇄신은 쇄신책이 아니라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그 정도의 꼬리 자르기식 미봉책으로 국민의 울분을 달랠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며, "국정기조의 전면적인 전환을 선언하는 ‘총체적인 국정쇄신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짝 엎드린 한나라당, 6월 국회는 ‘강공’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일제히 이명박 정권을 향해 포문을 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바짝 엎드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8일 오후 긴급 의총을 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상수 원내대표는 "소요사태" 발언에 이어 공성진 최고위원이 "우파 대통령이 죽었어도 좌파가 이렇게 애도해 줬겠나"라고 말하는 데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속내가 드러났다. 심규철 제2사무부총장도 "왜 우리가 이렇게 패배주의적 분위기에 빠져서 추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날이 선 비판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는 한나라당은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관계라는 외생변수와 영결식 이후와 추모 열기가 사라진 이후라는 시간 변수를 적절하게 감안해, 정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핵무장론 등을 거론하면서 최근 조성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관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 관련법과 미디어 관련법의 강행 처리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 등 신임 지도부에서 강행 처리 기조가 완강한 것으로 알려져, 시계 제로 속의 6월 정국은 한판 ‘전쟁터’가 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결식 이후의 ‘정국’에 관해 각 정당은 물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세력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29일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29일은 ‘하루만에’ 지나가고 본격적인 갈등과 대립의 시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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