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이럴 수가…도저히 이해 안돼"
    By mywank
        2009년 05월 28일 03: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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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서울시청 앞 광장은 열리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추모제’와 관련해 광장 사용 허가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27일 오후 정부는 “29일 정부 차원의 장례식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광장을 내줄 수가 없다”며 불허방침을 통보했다. 추모제를 불과 1시간 정도 앞둔 시간이었다.

    열리지 않은 시청광장 

    주최측인 참여연대, 경실련 등 4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위원회(추모위)’와 4개 종단 측은 추모제 장소를 급히 정동극장 앞으로 변경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들은 광장을 봉쇄하고 있는 경찰에 거칠게 항의했으며, 원혜영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당직자들도 현장을 찾아 광장을 열어줄 것을 촉구했으나, 폐쇄된 광장은 열리지 않았다.

       
      ▲27일 오후 차벽으로 둘러쌓인 서울광장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광장이 봉쇄되자, 주변도로를 통해 정동극장 앞으로 향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추모위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의 마음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냐”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국민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시민들은 경찰의 봉쇄를 뒤로 한 채, 정동극장 앞으로 향했다.

    이미 이곳에는 수천여 명의 인파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광야에서’, ‘아침이슬’,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의 민중가요를 부르며, 추모제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게 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을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정동에서 열리는 추모제 역시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경찰, 무대차 진입까지 막어

    경찰은 주최 측의 무대 차 2대를 서울광장과 <경향신문> 사옥 주변에서 가로막으며, 이날 시민추모제를 방해했다. 결국 이날 추모제는 소형 앰프 한 대를 가지고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천준호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제발 국민들이 슬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왜 그것까지 자유롭게 할 수 없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정동극장 앞에 모인 시민들이 ‘아버지 당신이 그립습니다’, ‘영원한 대통령’ 등 손수 준비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오후 7시 반 시민추모제가 시작되자 ‘기억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노 전 대통령의 생전사진이 함께 담긴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으며, 1만 여개의 촛불이 밝혀졌다. 이날 추모제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과 함께 개최되었으며 정진우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의장(목사)은 예수 그리스도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을 바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다. 그는 십자가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했다. 그를 죽인 사람들은 희희낙락 즐거워했다. 하지만 억울하게 살해당한 예수는 죽지 않았다. 그 어떤 힘과 권력도 예수를 무덤에서 가둘 수 없었다.

    "노무현, 국민들 마음속에서 부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역시 억울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를 하늘로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죽은 것이 아니라, 지금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청화스님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사이불사인(死以不死人)’이라는 만장 글귀를 준비해왔다. 죽어도 죽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이어서 그는 글귀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구차한 몸은 현실적으로 저항할 힘을 잃어버렸다. 그런 몸은 죽고, 이제 ‘죽지 않는 몸’이 다시 탄생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그의 진면목이 담긴 몸이 죽음으로써 우리 앞에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이 ‘죽지 않는 몸’은 검찰이나 정권이 다시 유린할 수 없는 몸이다.”

    오후 8시가 되자, 경찰의 봉쇄에 막혀 ‘꼼짝달싹’ 하지 못했던 주최 측의 무대 차들이 추모제장에 도착했다. 이어 무대 차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는 ‘We believe’ 등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들이 상영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 시민이 고인에게 쓴 편지 (사진=손기영 기자) 

    밀짚모자를 쓰고, 통기타를 연주하고, 학생들과 익살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던 ‘인간 노무현’의 모습에, 어느덧 촛불의 바다는 ‘눈물의 바다’가 돼버렸다. 사회자는 “고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이고 따뜻했던 모습들을 이제 화면으로 밖에 볼 수 없지만, 그와 함께 했던 추억들은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시민들을 위로했다.

    이어서 시민들은 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았다. 한 60대 노인은 “당신은 목숨을 던져 불의에 항거하셨지만 여전히 살아 계시며, 힘 있는 자들에게 눌려있던 정의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며 “당신이 계신 동안 희망이 있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시민추모위 측은 이날 시민들의 편지를 봉하 마을에 보내기로 했다.

    "당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백무산 시인은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시를 낭독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 했다.

    프로정치는 이게 아니다. 진보는 이게 아니다.
    우리가 그를 버렸습니다. 빈 깡통을 울리며 그를 버렸습니다.
    당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권력자는 뜨거운 정의를 품어서는 안 됐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것들을 거부했기에, 운명의 감옥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중략)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은 이날 시민추모제 참가자들이 도로 밖으로 나올 것에 대비해 대한문 분향소 및 <경향신문> 사옥 주변도로 앞을 봉쇄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시민추모제에서는 진혼굿 등 다양한 추모공연이 벌어졌으며, 경건하고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 오후 10시 반경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덕수궁 주변을 떠나지 못하며, 그와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영등포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눈물을 흘리며 노무현을 회상했다.

    “바보 노무현, 그리고 가슴 속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2009년 5월. 그는 우리의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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