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MB 옹호’, 영웅 만드는 언론
    2009년 05월 15일 09: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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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한국 사회는 역동적이다. 판사들이 모여 재판 개입 논란을 일으킨 신영철 대법관 업무수행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에서 ‘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규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검찰발 이야기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법에 따라 판단하고, 구속과 불구속을 결정하면 될 일이지만 전임 대통령 모욕주기 논란만 자초하고 있다.

한나라당 쇄신을 둘러싼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 등 3명은 지난 14일 선거범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었고, 서 대표는 감옥으로 가야하는 신세가 됐다.

소설가 황석영씨의 이명박 대통령 옹호와 이명박 정부 참여 발언이 논란의 초점이 됐다. 황석영씨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전달한 언론도 있고, 영웅 만들기에 나선 언론도 있다. 황석영씨 발언에 언론이 깊은 관심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15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판사회의 "신 대법관직 수행 부적절">
-국민일보 <친박연대 3명 의원직 상실>
-동아일보 <한국 국회의원은…당이란 주식회사의 4년 계약직 샐러리맨>
-서울신문 <종로.태평로에 자전거도로>
-세계일보 <당시 국정원,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보고>
-조선일보 <암환자 두번 울리는 암보험>
-중앙일보 <종로와 왕복 자전거길>
-한겨레 <시간제 노동자가 40%…그래도 차별은 없다>
-한국일보 <“노측, 160만불 전액 미 집값에 쓴 정황”>

중앙아시아 순방의 주체는 이명박 대통령이었지만 언론과 누리꾼의 관심을 모은 인물은 이명박 정부 동참을 선언한 소설가 황석영씨였다. 황씨는 방북 사건 등을 겪으며 진보성향 지식인으로 분류되기도 했고, 이념적 좌표상 중도 성향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주목할 대목은 황씨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부패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낙선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대선 당시 "MB는 거짓말쟁이 부패 지도자"로 평가했던 황석영

황씨가 2007년 12월7일 대표 낭독한 비상시국회의 성명에는 “IMF를 가져온 부패정치세력이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체제를 더욱 강화하여 민생을 양극화의 불안과 고통의 나락으로 내몰려고 기획하고 있다. 규제완화, 민영화, 작은 정부, 대책 없는 개방, 감세를 외치며 중산층과 서민을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황씨는 당시 성명에서 “우리는 우리 국민이 거짓말쟁이 지도자, 부패 지도자에게 국정을 농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을 ‘거짓말쟁이 지도자’ ‘부패 지도자’라고 언론 앞에서 밝혔던 그는 2009년 5월 이 대통령과 함께 중앙아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황석영씨는 다시 언론을 향해 이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밝혔다. 평가의 내용은 대선 전과는 한 참 달랐다.

경향신문 "황석영 ‘변절’ 논란"

   
  ▲ 경향신문 5월15일자 1면.  
 

경향신문은 1면 <황석영 ‘변절’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명박 정부를 ‘중도실용 정부’로 평가하면서 ‘큰 틀에서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씨 발언은 실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 중도실용 틀림없지만 정부는 중도로 보기엔 아직 무리”>라는 2면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14일 귀국하는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통령에 대해 ‘(중도실용이라는 데) 동의한다’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대북관계로 볼 때 전향적으로 열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황씨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2007년 대선 전까지는 거짓말쟁이 부패 지도자였지만, 국정운영을 지켜본 결과 중도실용 정치인이며 자신 역시 정부에 참여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진보진영에서는 불편하고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가려운 곳 긁어준 황석영

   
  ▲ 서울신문 5월15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진보논객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2007년 대선 당시 황씨가 이명박 후보를 ‘부패 정치세력’으로 비난한 사실을 거론한 뒤 ‘욕도 웬만해야 한다. 이 정도의 극적인 변신이라면 욕할 가치도 없다’고 황씨의 발언을 ‘변절’로 평가절하했다”고 보도했다.

소설가 개인의 정치적 판단과 발언은 자유일 수 있다. 문제는 황석영씨 발언이 몰고올 파장이다. 황씨는 이명박 정부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다. 정부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의 언행은 자신의 발언과 극명하게 대비돼 국정을 발목잡는 행동, 이념의 틀에 갇혀 있는 행동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일부 언론은 황씨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서울신문은 <황석영을 보라>라는 사설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많은 국민들은 주저없이 극단적 이념 대립을 꼽을 것이다. 온 국민의 목숨이 달린 듯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국민과 민생을 담보로 잡고 사안사안을 이념의 틀에 꿰어넣고는 아귀다툼을 벌이는 게 지금의 초상”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경험이 세월의 발효를 거쳐 깨달음"

   
  ▲ 국민일보 5월15일자 사설.  
 

서울신문은 “작가 황석영씨가 그제 중앙아시아에서 펼쳐낸 발언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면서 “이념의 구각을 깨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함께 공동선을 찾고자 하는 시도로 우리는 본다. 이는 다른 많은 진보와 보수인사들이 따라사서야 할 여정의 첫발”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황석영씨의 좌파 비판과 중도 선언>이라는 사설에서 “노회한 문사의 달변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황씨는 민족의 진로에 대해 나름대로 몸을 던졌다. 그런 경험이 세월의 발효를 거쳐 숙성되면서 깨달음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황씨의 발언을 두고 좌파 진영의 후배 세대에선 벌써 ‘변절’ ‘전향’ 운운하며 욕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황씨보다 더 짙게 고민했다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MB 품에 안긴 황석영"

   
  ▲ 한겨레 5월15일자 27면.  
 

그러나 한겨레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한겨레는 27면 정석구 논설위원의 <MB 품에 안긴 황석영>이라는 칼럼에서 “그는 지금까지 밖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정치적 성향도 변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정석구 논설위원은 “그가 중도로 변했다는 데에 시비 걸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판단”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말로는 뭐라 하든 이 정부는 소수 기득권층과 특정 지역의 이익 관철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극우·보수 정권”이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서민의 기대와 동떨어진 국정 기조에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유도 민심의 경고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석영씨 발언은 이런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의 대상이다.

경향신문 "여당 내부에서도 ‘부유층 중심’ 정책 변경 요구하는데"

경향신문도 1면 기사에서 “보수.진보를 떠나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지목하고, 최근 여당 내부에서도 ‘부유층 중심’ 정책에 대한 ‘국정 기조 변경’을 요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도실용 정부’ 평가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황씨 발언은 소통의 첫발일까, 변절의 행동일까. 언론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한국일보는 <진보지식인 황석영씨의 ‘중도실용’ 정권 참여>라는 사설에서 “그의 정권 동참 선언은 파격이고 충격이다. 진보진영에서 온갖 비난이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다. ‘한 자리를 노린 투항’이라는 등, 정치적 순수성을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우리 정치사에 드물지 않은 지식인의 일탈적 정치참여로 의심할 구석이 있는 반면, 그의 주장 가운데 공감이 가는 대목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정성을 자세히 살피지 않은 채 거친 욕설을 앞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황석영씨, 조만간 ‘유라시아 문화 특임대사’에 임명"

   
  ▲ 중앙일보 5월15일자 2면.  
 

그의 행보와 관련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15일자에 사설이나 칼럼을 싣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지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언론이 벌이는 극과 극 평가를 재해석하는 단서가 담겨 있다.

중앙일보는 15일자 2면 <유라시아 문화 특임대사 소설가 황석영씨 내정>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소설가 황석영(66)씨를 조만간 ‘유라시아 문화 특임대사’에 임명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14일 전했다”고 보도했다.

황석영씨는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주요 신문은 지난 13일자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 방한과 관련된 기사를 전했다. 조선일보 지난 13일자 25면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한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는 제목으로 르 클레지오 간담회 기사를 전했다. 르 클레지오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인물로 황석영씨 등을 언급했고, 조선일보는 이를 전했다.

정석구 한겨레 논설위원 "변신 이유가 개인적인 야망 때문이라면"

황석영씨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데 도움을 얻고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자 ‘MB 옹호’에 나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그의 평가를 접한 이들은 최근 발언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할 수밖에 없다.

정석구 한겨레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그가 내세운 변신의 이유가 잘못된 상황 인식과 개인적인 야망 때문이라면, 일반 대중을 오도할 뿐 아니라 부당한 사회 현실을 정당화 시켜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논설위원은 “자신의 변신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본질까지 변화시키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환상이고 만용이다. 변신하는 사람들의 명분은 늘 이처럼 거창했지만 결과적으로 권력 품에 안겨 개인의 영달만 누리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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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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