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허용, 약일까 독배일까
    2009년 05월 11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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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곧 미디어 재벌이 나올 모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연내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겠다고 일정을 못박은 데 이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서 9일(한국시간) "매체 간·산업 간 장벽을 허물고 미디어 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키워 한국에서도 제2의 테드 터너(CNN 설립자)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진출을 염원해온 신문사 가운데 종합편성채널을 세울 정도의 자금이 되는 곳들은 연일 지면을 통해 규제완화로 세계적인 미디어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대하는 신문사들은 미국과 달리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불과한 좁은 나라 한국에서 미디어의 집중은 곧 여론독점과 연결될 수 있다는 특수성을 들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1일자 신문에서도 종합편성채널 허용을 놓고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맞붙었다.

다음은 11일자 전국단위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자사고’ 희망학교 급감>
국민일보 <환율 착시>
동아일보 <천신일씨, 박연차씨와 주식차명거래 양도세 포탈>
서울신문 <정상문 "노에 박연차 지원 부탁">
세계일보 <저소득 25만명에 일자리>
조선일보 <57세 문학소녀 떠나다>

중앙일보 <소형차가 뒤집었다>
한겨레 <민간단체 지원 ‘공익’ 접고 ‘우향우’>
한국일보 <천신일, 회사 합병과정 탈세 포착>

야당에 낡은 도그마 벗어나 복합미디어 그룹 제도정비 도우라는 중앙

11일자 11면에서 신문과 방송, 방송과 통신 간 규제의 장벽을 없애겠다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다룬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최 위원장의 방향이 옳다고 환영하고 나섰다.

   
  ▲ 중앙일보 5월11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제2의 CNN 나오게 하겠다>에서 신문방송 겸영 규제를 풀고 대형 미디어 기업을 키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한국은 소모적인 정파 갈등으로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엊그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미디어 관계법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언급하면서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진출이 미디어의 공익 기능을 해친다는 논리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중앙일보는 업종장벽 철폐는 무엇보다 경제위기 탈출에 큰 힘이 된다면서 방송과 통신의 규제만 풀어도 1조5599억 원의 시장이 창출되고, 2만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시대착오적인 공익 논쟁으로 수만 개의 괜찮은 일자리를 스스로 포기한다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정부는 여기(연말까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서 머물지 말고 한시바삐 복합미디어 그룹을 키우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더불어 야당에도 낡은 틀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야권도 이제는 선명성 경쟁이라는 낡은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 첫 번째 조치는 여야 합의대로 다음달 중 미디어 관련법안을 최우선적으로 통과시키는데 협조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향, 종편채널은 독과점 신문이 사익위해 여론독과점 외치는 코미디

중앙일보와 달리 경향신문은 정부의 종합편성채널 도입 계획은 일부 신문재벌과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사설을 통해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 경향신문 5월11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연내 종합편성채널 도입 안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종합편성채널은 국내 가구의 80%가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는 만큼 도입되면 지상파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허가된 적이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종편 도입 일정을 못박은 것은 일부 신문과 대기업에 지상파 방송과 다름 없는 종편을 내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또 종편채널을 찬성한 신문들을 향해서도 "방통위의 ‘선진화’ 방안에 대해 보수 신문들은 ‘매체 경쟁으로 방송시장 성장’이라거나 ‘독과점 방송시장에 큰 변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신문이나 방통위, 한나라당의 논리가 궁색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들은 상황에 따라 경제살리기니, 여론다양성이니 하며 법 개정 목적을 바꿔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처음에는 생산유발효과 몇 조원, 취업유발효과 2만 몇 천개를 강조하더니 스스로도 너무 허황되다고 느꼈는지 나중에는 명분을 여론독과점 해소로 바꿔들고 나왔다"며 "긴 세월 여론 다양성을 유린해온 독과점 신문들이 사익을 위해 여론독과점 해소를 외치는 모습이 코미디 같다. 선진화란 말을 아무데나 갖다 붙이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4년 전 열린우리당과 똑같은 길 가는 한나라당?

   
  ▲ 한국일보 5월11일자 2면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0대 5로 참패한 뒤 민심수습책이라며 친박계 의원인 김무성 의원에게 원내대표 자리를 제안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내분에 빠졌다. 김 의원은 당내 논란 속에 당혹한 입장에 처하자 공무수행을 이유로 터키로 떠나버렸다.

여당이 재보선 참패를 놓고 민심을 되돌리겠다며 내놓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놓고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가 4년 전 열린우리당과 똑같다는 재미있는 평가를 내놨다.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는 기자칼럼에서 지난 2005년 4월 열린 재선거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0대 6으로 진 뒤 참패 수습을 위해 기간당원제 강화여부를 놓고 싸운 것을 거론하면서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이것을 재보선 민심수습책이라 강변했지만 당내 권력투쟁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고, 그들의 공허한 논쟁에 국민은 관심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기자는 "열린우리당은 그 뒤 각종 선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면서 2009년 한나라당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보선에서 0대 5로 참패한 한나라당이 김무성 원내대표론을 놓고 친박계 의원들과 친이계 의원들이 ‘된다’ ‘안된다’를 놓고 멱살잡이가 벌어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누가 한나라당의 원내대표가 되든 관심이 없다며 그런데 여당 지도부는 마치 최상의 민심수습책이고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그 무엇으로 여기는 같다면서 여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고민해야 할 테마는 이게 아니다. 모르겠다면 며칠 전 소장파 의원들의 반성문을 읽어보라"며 "중산층과 서민들의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편향된 정책기조를 바로잡고 밀어붙이기 식 국정운영부터 바꿔야 한다"는 민본21 성명을 언급했다.

조선일보, ‘장자연 리스트’ 폭로한 의원 상대 20억 원 손배소…민변, 공동변호인단 맞대응

조선일보가 지난 8일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자사 및 임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각각 10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맞서기로 했다.

   
  ▲ 한겨레 5월11일자 2면  
 

민변은 "공인의 실명을 밝히는 것은 그 발언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공익에 해당하므로 그 자체가 위법한 것이 아니다"며 "대법원은,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변은 이번 소송에 52명의 변호사들로 공동 변호인단(단장 안상운)을 꾸려 대응하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본사 임원은 장씨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이 의원은 지난 4월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도 없이 조선일보사 특정임원이 고 장자연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표현해 본사와 본사 특정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또 조선일보는 이정희 의원도 지난달 10일 <100분 토론>에 나와 본사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돼 있는 것처럼 수차례 실명을 거론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히고, 악의적으로 사건을 왜곡보도한 언론 매체들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위단체는 정부지원 끊어야 한다는 동아 – 우편향 정부지원 비판한 한겨레 

동아일보가 1면에 정부가 불법 폭력 시위단체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선정한 올해 협력사업에 불법시위단체 6곳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5월11일자 1면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 부산여성회, 새움터, 전국여성노조 부산지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을 언급하면서 이들은 모두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단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들 단체를 지난 10일 ‘2009년 인권단체 협력사업’ 대상 단체로 선정했으며, 지원금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동아일보의 논리대로라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에는 그 단체의 설립 목적과 사업의 공익성과는 무관하게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는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겨레의 관련 보도를 보면 시민단체들의 공공사업 영역이 축소되고 오히려 역차별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49억 원 규모의 ‘2009년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대상에 ‘안보, 국민의식 선진화’ 등을 내세운 보수성향 단체들이 대거 지원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반면, 소외계층 지원사업 등을 펼쳐온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들은 ‘불법, 폭력시위 단체’라는 이유로 선정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스스로 지원을 포기했다.

   
  ▲ 한겨레 5월11일자 1면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글문화연대, 강살리기네트워크 등은 올해 공익사업 지원을 신청했으나, 지난해 촛불집회를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이 때문에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07년에 ‘3년 다년사업’으로 지정됐던 ‘새로 쓰는 여성노동자 인권이야기’ 사업을 올해 마무리하지 못하게 됐다. 한글문화연대도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한글 무늬옷 개발 및 보급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한겨레는 특히 새 지원대상 단체 가운데 뉴라이트 및 보수 계열인 20여 곳은 공익사업 지원신청 마감일인 지난 2월27일 직전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졸속심사’ 의혹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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