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는 윤도현이다?
        2009년 05월 05일 08: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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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새 코너를 준비하며 초대손님으로 홍준표 의원을 ‘모시는’ 것에 대해 비난이 들끓었다. 이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나왔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황당함은 또 오랜만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너무 황당하니까 오히려 통쾌할 정도라고나 할까? 정말 ‘초’ 황당하다. 아래는 한 포털 메인에 뜬 기사의 제목이다.

    “MBC ‘홍준표 출연 매도, 윤도현 출연정지와 다를 바 없어’”

    권력에 의한 압력으로 연예인 윤도현이 방송출연에 지장을 겪고 있는 것을, 집권 여당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 출연에 대한 네티즌 시청자의 비난에 대고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윤도현 사건에 견주며 말할 수 있나. 희대의 무개념이 아닐 수 없다. 이건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차별화해서 좋은가?

    문제의 기사는 ‘일밤 관계자’란 이름으로 인터뷰 내용을 전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다.

    “윗선의 지시로 홍 원내대표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뭐가 아쉬워서 시청률 4.2%인 신생 코너에 출연하겠나… 미디어법 개정 문제로 MBC와 갈등을 빚고 있다고 홍 원내대표의 MBC 출연을 금지한다면 모 방송사의 윤도현 출연정지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홍 원내대표가 MBC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때문에 MBC 예능 프로그램이 타사와 차별된 것.”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뭐가 아쉬워서 시청률 4.2%의 신생 코너에 출연하겠냐고?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내가 정치인라도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섭외가 들어온다면 시청률 같은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연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날 서는 토론 안 해도 되고, 사람들의 반감을 살 만한 민감한 얘기 안 해도 되고, 수많은 국민들한테 내 이미지를 거저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걸 왜 마다하겠나? 시청률 4.2%라고 우습게 말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지금 그 4.2%에 해당하는 국민들을 집권 여당 최고위층에게 진상하고 있는 셈이다.

    홍 대표의 ‘MBC 출연을 금지한다면’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언제 사람들이 홍 대표를 MBC에 출연 금지시키라고 했나? 지금 상황에서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서서 권력의 이미지 홍보작업에 부역하는 것이 꼴사납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홍 대표는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어디든지 나와서 정견을 펼쳐도 된다.

    홍 대표의 출연으로 타사와 차별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건 맞는 말이다. 아니, 맞는 말이어야 한다. 타사 예능 프로그램까지 모두 최고위층 인사 모시기에 나선다면 나라가 망할 지경이 될 것이다. 시사프로그램도 아니고 예능프로그램이 새 코너의 실질적인 첫 초대손님으로 최고위층 인사를 모시는 황당한 일을 벌이면서 ‘차별화’라고 좋아하다니, 이런 사고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런 식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정말로 자랑스러운가?

    더 황당한 건 미디어법 문제를 집권세력과 MBC 사이의 사적인 이해갈등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갈등관계에 있더라도 출연시키는 ‘대인배’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방송언론 관련 문제는 국민과 권력 간의 공적인 사안이지 절대로 MBC의 사적인 사안이 아니다. 공사구별 못하는 무개념의 극치다.

    이미 성공했다

    홍준표 대표는 한 포털의 5월 3일자 일간 종합 검색어 순위에서 당당하게 1위에 등극했다. 스타들이 그렇게 소망한다는 검색어 1위다. 이것이 바로 그 시청률 4.2% 짜리 예능 프로그램의 힘이다. 프로그램이 방영도 되기 전에 이미 홍 대표 홍보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치인이 절대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선 안 된다는 건 아니다. 꼭 정치인을 ‘모시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서 각 정파의 주요인사를 차례차례 초대한다고 발표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권력의 최고위층 인사를 초대하며, 정치 이야기는 안 할 예정이라는 둥, 웃음을 드리겠다는 둥 ‘흰소리’나 흘러나오니까 사단이 났던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 이야기를 하건 말건 웃음을 주는 과정을 통해 권력에게 이익을 헌상하게 된다는 데 있었다.

    그런데 그 점을 지적하는 것을 윤도현 출연정지시키는 것에 비유했다. 이건 네티즌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군으로 모는 망언이다. 또 미디어법 사태를 MBC의 사적인 이해관계 문제로 격하시켜서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시민을 졸지에 ‘MBC구사대’로 전락시키고, ‘일밤’의 ‘대인배’적 캐스팅을 비난하는 시민을 ‘소인배’ 만들어버렸다. 이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인가?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예의는 은하수 너머로 날아갔다. 화끈한 차별화다. 차별화에는 확실히 성공했다. 녹화까지 강행했다고 한다. ‘시청자는 떠들어라, 우리는 간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수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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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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