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시간 규제, 메가스터디 주가만↑
    2009년 04월 25일 07: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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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학원 교습시간 규제’ 카드를 꺼냈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 여름방학부터 전국 학원들이 밤 10시 이후엔 학생 교습을 못하도록 하기 위한 법 제도와 행정의 틀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을 손보겠다는 의미입니다. 현행 학원법에는 수강료 상한제는 있지만 교습시간 제한은 없습니다. 교습시간 제한은 시도 조례로 있는데, 시도에 따라 내용도 다르고 단속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곽승준 위원장의 언급은 학원법에 교습시간 제한 근거 조항을 넣고, 경찰 등 행정력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겁니다.

메가스터디 주식 3.5% 급등  

시장은 재밌게 반응합니다. 보도가 나온 24일, 메가스터디 주식이 21만 1천 2백원까지 오릅니다. 전일 종가 20만 4천원에 비해 3.5% 뛰었습니다. 최근 2주 간의 동향을 봐도 괜찮은 성적입니다. 소폭 상승한 게 두 차례였지만, 전체적으로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2주간 메가스터디의 주가(종가 기준)

   
  ▲24일. 곽승준 발언 보도 = 메가스터디 반등.

이렇게 오른 건 당연합니다. 메가스터디는 온라인을 주력으로 하니까요. 곽승준 위원장이 교습시간을 규제한다고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학원에 해당합니다. 밤 10시 이후에 오프라인 학원을 갈 수 없으면 사교육 수요는 온라인, 개인 과외, 학습지 등으로 옮겨갑니다.

그런 기대가 메가스터디 주식에 일부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메가스터디만 보면, 23일 발표된 1/4분기 실적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5%와 26.6% 늘어난 게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상장된 사교육 업체 중에서 디지털대성, 대교, 웅진씽크빅도 올랐습니다. 각각 7.5%, 8.2%, 2.0%입니다. 온라인이나 학습지 사교육이 곽승준 위원장 덕을 보지 않았냐 여겨지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한창 시장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 사교육에 날개를 달아주려고 저러나”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경쟁 기조 아래 사교육 ‘공급 규제’ 먹힐까

학원법 바꾸면 온라인 사교육도 포함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사교육은 학원법의 적용을 아예 받지 않습니다. 평생교육법에 의거한 ‘정보통신매체를 활용하여 원격교육을 실시하는 평생교육시설’입니다. 따라서 학원법만 손보면, 온라인 사교육은 쾌재를 부릅니다.

학원법도 손보고 평생교육법도 손보고 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교육의 교습시간 제한이 법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단속은 어떻게 할까요. 밤 10시 이후 메가스터디 서버의 스위치를 내려야 하나요.

어려움은 예상되지만 못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사교육을 수강료 상한제나 교습시간 제한과 같은 ‘공급 규제’만으로 잡을 수 있을까요. 곽승준 위원장은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는 ‘공급 대체’와 대학 및 외고 입시제도 개선 등의 ‘수요 해소’를 병행하겠다고 밝힙니다.

공급 규제, 공급 대체, 수요 해소 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소위 ‘수요 해소’ 방안이 외고 등 특목고와 대학의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교육은 잘못된 입시 ‘제도’ 때문이니, 제도만 바꾸면 사교육 수요가 줄어든다”는 논리입니다. 이게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50여년간 대학입시 제도를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고쳤는데, 그것들 이외의 다른 획기적인 입시제도가 있기를 바랍니다. 사교육 수요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서열이라는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이 틀렸음을 이 참에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교육은 경쟁 때문입니다. 한해 58만명이 1만명 남짓의 SKY에 들어가기 위해 57만명을 따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어느 기준까지만 도달하면 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남보다 앞서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은 경제력이 허락한다면 무한대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전두환도 했는데 왜 못하겠냐고?

그래서 사교육의 수요를 해소하려면 공교육에서 경쟁을 줄여야 합니다. 경쟁과 협력을 5대 5 정도로 하고, 경쟁 또한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 위주로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일제고사, 국제중, 수능점수 공개, 자사고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거의 100% 타인과의 경쟁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사교육 유발 요인인 겁니다.

이런 이유로 ‘공급 규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교육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합니다. 제대로 된 ‘수요 해소’ 방안과 병행해야 합니다. 곽승준 위원장은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권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 하나”라고 말하지만, 지난 1980년 전두환 정권의 7․30 조치는 과외 금지만 한 게 아닙니다. 문제투성이 제도이긴 하나, 문호를 넓히는 방향의 수요 해소책인 대학 졸업정원제도 병행했습니다.

그래도 곽승준 위원장에게 일말의 기대라도 걸어봅니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실제 장차관으로 구성된 ‘4+1 모임’의 일원이고, 그 모임에 현 정부 교육정책의 실세인 이주호 차관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참에 곽승준 위원장의 ‘사교육과의 전쟁’이 성공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의 경쟁 교육이 그 방향을 전면 수정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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