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사모' 140개국에 1천5백여개
        2009년 04월 20일 07: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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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나시 전경.(사진=김병기 통신원) 

    사적 소유보다는 공적 소유, 시장경제보다는 계획경제로 전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 초강대국 미국의 무력침략(1961년), 다양한 테러공격, 반세기 가까운 ‘경제봉쇄’에도 사회주의 체제를 흔들림없이 유지하는 나라.

    헌신적인 ‘의료와 교육’ 봉사 활동으로 전세계 민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나라. 자본주의와 다른 ‘대안적인 세상’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 나라. 그나라는 쿠바다.

    쿠바와 함께하기

    ‘쿠바 혁명과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다종다양한 형태의 모임들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쿠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계곳곳에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전 세계 140개국에 1,500개의 모임들이 있다고 한다.

    유럽과 중남미는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쿠바와 함께’하는 활동이 활발하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파키스탄, 이란, 중국, 베트남, 북한 등에서 ‘쿠바연대활동’이 강하고 일본 20여개, 호주 10여개의 모임들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호주-쿠바 친선단체(Australia Cuba Friendly Society)’는 그런 모임들 중 하나다. 회원들은 쿠바 인터넷 사이트인 granma 또는 cubasi를 정기적으로 읽으면서 쿠바 소식 나누기, 태풍피해(태풍은 쿠바를 먼저 강타한 뒤에 미국으로 이동한다), 학교, 병원 지원 등을 위한 모금활동, 경제봉쇄 해제와 쿠바 5인 석방운동, 쿠바 인사 초청 강연회, 쿠바 방문단 꾸리기 등에 참여한다.

    놀랍게도 26년 전인 1983년부터 매년 방문단을 꾸려 왔다. 방문단은 출발하기 전 함께 모여 방문 일정을 검토하고, 과거 방문단들이 찍은 비디오와 사진들을 보고 그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필요한 여행 정보들을 챙긴다.

    쿠바 도착 이후 방문단 일정, 숙식, 안내, 통역, 차량, 방문단 비자연장 등은 모두 ‘쿠바 친선협의회’(Cuban Institute of Friendship with People, 이하 ICAP)에서 책임진다. ICAP는 해외 쿠바 친선 단체들이 쿠바 방문 일정을 상의할 수 있는 공식기관이다.

       
      ▲친선방문단의 캠프 입소식.(사진=김병기 통신원) 

    친선 방문단

    호주 친선 방문단(이하 방문단)은 ‘사회단체 대표자급’으로 채워지는 북한 방문단과는 아주 다르다. 방문단의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 주된 연령층은 30~50대. 남녀비율은 비슷하다. 방문단은 자녀들과 함께 온 부부, 젊은 커플, 이혼한 싱글, 장애인, 동성애자들, 그리고 다수의 교사와 회사원, 학생, 법조인, 실업자, 은퇴인등으로 구성되었다.

    정치적 성향은 사회주의자부터 보수주의자까지. 다수는 진보/보수가 아닌 자유주의자들. 쿠바를 이미 몇번 방문한 단원들도 여러 명 있었다.

    그들의 방문 동기는 “친환경 농업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 “쿠바 교육과 의료를 비롯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 “쿠바에 대한 호기심(체 게바라, 음악, 살사춤, 시가, 칵테일, 관광지등)”, “쿠바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와 연대” 등 다양하다.

       
      ▲캠프의 저녁식사.(사진=김병기 통신원) 

    또 그들이 방문단에 합류한 이유로는 “쿠바 사회를 폭넓게 눈여겨볼 수 있는 방문 일정표”, “편리하고 경비절약이 가능한 -숙식, 통역사, 챠랑 등”이 꼽히기도 했다.

    방문하는 곳마다 브리핑과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짧지만 성실한 브리핑 다음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자유롭게 쏟아졌다.

    방문단의 다양한 연령층과 정치적 성향을 반영한 듯 질문의 내용은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었다. 답변은 진지했고 질문자가 없을 때까지 질의/응답은 계속 이어졌다.

    국제 캠프

    해외 친선 방문단들로 일년 내내 붐비는 ‘쥴리오 안토니오 멜라 국제 캠프(Julio Antonio Mella International Camp, 이하 켐프)는 수도 아바나에서 차로 30분쯤 떨어져 있다. 호주 방문단에 앞서 도착한 여러 유럽 방문단들 때문에 켐프 숙소는 꽉찼다.

    300명 규모의 캠프에는 식당과 야외 바(bar), 회의실과 야외무대, 넓은 잔디밭과 친환경 채소밭, 야외 농구코트, 각방에는 2층 침대 4개와 사물함이 있다. 앰블런스, 의사. 치과의사는 항상 대기하고 있고 치료비는 무료다.

    캠프 직원들이 방문단원들에게 꽃 한송이씩을 건넨다. 환영의 인사다. 그뒤에 ‘쥴리오 안토니오 멜라(1903)’ 기념비 앞에 방문단 대표가 헌화하는 것으로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아바나 대학 학생이었던 멜라는 1920년대 독재정권에 맞선 학생운동 지도자, ‘쿠바 공산당’ 창립 멤버로 존경 받고 있다. 투옥과 석방뒤 1925년에 망명. 1929년 1월 10일 멕시코에서 암살되었다. 그때 26세.

    2009년 1월 10일. 아바나 대학에서 그의 서거 70주년 추모식에 방문단을 초청했다. 밤늦은 11시에 시작하는 것이 특이했다. 멜라의 대형 걸개그림, 아바나 대학 합창단, 무용단, 관현악단, 학생들과 교수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서 진행되었다. 추모식 뒤 참가자들이 나눠준 꽃 한송이씩을 들고 대학 정문 앞 그의 기념탑으로 무리지어 걸어나가 헌화하는 모습은 별빛보다 아름다왔다.

    ‘사회주의’에 관심 없다던 방문단원들이 헌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다렸다가 말을 걸었다. “이제 너희들 사회주의자냐?” “왜?” “헌화했잖아” “그냥 존경심도 들고 분위기 영향도 있고…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은 아직…”

    캠프는 해외 방문단이 머무르는 숙소다. 4명이 함께 지내는 방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없다. 밖에 있는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해야 한다. 쿠바에는 화장지가 귀해서 캠프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다. 화장지를 꼭 갖고 가야한다.

    화장실 변기가 자주 작동이 되지않아 ‘용무’를 본 뒤에는 반드시 물통에 물을 담아 변기에 부어야 한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아바나 시내에 있는 인터넷 카페를 이용해야 한다. 더운 물로 샤워하면 운이 아주 좋은거다. 열대 기후라지만 1월달 아침 저녁은 제법 쌀쌀해 찬물로 샤워하면 몸이 떨린다.

    캠프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는 야채와 과일 등으로 준비되는 아침/점심/저녁식사는 거의 매일 비슷했다. 영양학적으로 잘 짜여진 신선한 유기농 식탁이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먹을 때 인내심이 필요했다. 캠프에 세탁기가 없다(쿠바인 가정에는 있다). 정말 오랫만에 찬물에 손빨래를 실컷 했다.

       
      ▲국제캠프.(사진=김병기 통신원) 

    정치학습장

    그런데 불평하는 방문단원들이 별로 없다. ‘쿠바 방문 안내서’를 통해 캠프 상황을 미리 알고 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여러 모로 불편한 캠프 생활 때문에 쿠바를 더 좋아하게 됐다는 역설적인 얘기들이 흥미롭게 들렸다.

    “해외 방문단이라고 특별하게 달리 대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국인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이 좋다”, “일반 쿠바인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좋다”, “캠프에서 일하는 쿠바인들과 같이 먹고 어울리는 것이 좋다” 등등의 이유로. 

    비슷한 얘기들이 계속 이어졌다. 어느 단원이 “쿠바의 이중화폐제도는 결국 쿠바 여행객들의 주머니를 보다 확실하게 털자는 것 아니냐?”는 반 농담조 불평에 다른 목소리들이 화답했다. “쿠바 정부가 잘하고 있다.” “부유한 해외 관광객들이 가난한 쿠바인들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공정(fair)한 거다.” “여행자들이 쓰는 돈은 쿠바 경제와 사회복지에 쓰여진다" 등등.

    “와서 보니 생각했던것 보다 쿠바 경제가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안타깝게 어느 단원이 탄식하자 다른 목소리들이 높아졌다. “어려운 쿠바 경제의 일차적 책임은 쿠바를 죽이려는 미국의 반인도적인 경제봉쇄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대다수의 나라들 보다는 낫다.”, “호주의 사회복지가 쿠바보다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작은 섬나라 쿠바의 국제봉사활동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나가는 것은 쿠바 사회주의의 놀라운 모습이다” 등등. 

    동석했던 페루 방문단원들도 조용하게 한마디 거든다. “다음에는 대다수가 헐벗은 중남미 다른 나라들를 먼저 둘러보고 쿠바에 와라. 그러면 쿠바가 확실히 다르게 보인다. 쿠바 사회는 대다수 페루인들한테는 꿈같은 현실이다.”

    쿠바를 지키자

    두 저명한 인사가 떠오른다. 인권운동으로 198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돌포 페레스(Adolfo Perez, 1931,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사회주의자 작가 벨렌 고페귀(Belen Gopegui, 1963).

    “쿠바는 중남미와 전세계인들에게 하나의 모범이다. 우리는 쿠바인들을 지지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 – 아돌프 페레스

    “쿠바혁명이 무너지면 우리 자신들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쿠바를 지켜내는 일은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 벨렌 고페귀

    한국에서도 ‘쿠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종다양한 활동들이 넘쳐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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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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