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구멍 메우기 “참~ 쉽죠”
    2009년 04월 15일 10:34 오전

Print Friendly

지난 1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작년 10월의 일제고사 재조사 결과와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가관입니다.

일단 오류건수가 상당합니다. 초6, 중3, 고1 등 3개 학년이 다섯 과목을 봤으니, 개별학교 응시과목수를 하나의 사례로 보면, 모두 5만 1605건입니다. 이 중에서 1만 6402건이 오류로 밝혀졌습니다. 오류비율은 31.7%입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집계 오류가 9198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다음은 채점 결과를 잘못 옮긴 이기 오류로, 3236건입니다. 성취기준분류 오류 1193건, 운동부와 예능부 학생 등의 성적을 빼고 집계한 입력 누락 1075건, 실제 채점 결과와 다르게 보고한 보고 오류 54건 등이 뒤를 있습니다.

   
  ▲ 그림=일제고사 오류 현황(전체 1만 6402건)

이들 수치는 지난 일제고사가 구멍 숭숭 뚫린 시험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 비율이 31.7%라서, 관점에 따라서는 구멍이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하게 교과부는 집계오류와 이기 오류 등 ‘단순 오류’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구멍이 우산의 1/3 정도 되면, 그걸 ‘비 피하는 기구’라고 불러야 하는지 ‘갖다 버려라’라고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답안지 65만장도 사라졌답니다

구멍은 다른 곳에도 있습니다. 전체 답안지 900만 장 중에서 65만 장이 없어졌습니다. 7.2%에 달합니다. 3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데,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국가기관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교과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의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라진 답안지를 빼고 재집계를 했더니 원래 결과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구멍은 났지만, 큰 지장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갈 태세입니다. 1만 6천 건의 오류, 65만 장의 답안지 유실에 대해 ‘기관 경고’나 ‘기관 주의’라는 가벼운 조치만 취할 뿐입니다. 서울과 대구 등 4개 시도교육청은 기관 경고, 충남과 경남 등 3개 시도교육청은 기관 주의를 내립니다. 지역교육청도 32곳은 경고, 31곳은 주의입니다.

역시 ‘교육’적입니다. 참, 너그럽습니다.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만 해직과 무단결석의 칼을 휘두를 뿐, 다른 이들에게는 봐주기의 손길을 보냅니다. 하긴 임실 성적조작 연루자 6명 중에서 2명만 중징계를 하고 나머지 4명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였으니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면서 커다란 구멍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하긴 오류를 오류라고 인정하면, 교과부 장관이 옷을 벗든가 일제고사를 중단해야 하는데 오죽할까요.

땜빵하고 그냥 가자?

이명박 정부는 계속해서 일제고사를 볼 태세입니다. 물론 일부 손을 보긴 봅니다. 개선방안을 내놨는데, △초등학생도 OMR 카드 사용, △학부모 동원하여 복수 시험감독, △교육청 일괄 채점 및 보고 등이 골자입니다.

전형적인 땜빵입니다. 채점 결과를 교사가 엑셀 파일 등에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가 주로 발생하였고 그게 주로 초등학교이니, 앞으로는 옮기는 과정을 없애겠답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도 OMR 카드를 사용하게 해서 말입니다. 초등학생에게는 OMR 카드 작성법도 ‘공부 스트레스’인데, 교과부는 개의치 않나 봅니다.

   
  ▲ 사진=청소년인권행동

복수 시험감독을 위해 학부모를 동원하는 것도 재밌는 발상입니다. 물론 지난 12월 일제고사 때 해봤으니 못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아이를 학교에 맡긴 죄로 시험감독도 봐야 한다고 미리 안내해주었으면 합니다.

교육청 일괄 채점 및 보고 방식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방안입니다. 일제고사의 치명적인 약점이 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뒤쳐진 학교 지원하겠다”라고 말하나, 인사와 재정 등의 불이익을 언급하는 등 일제고사를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당연히 일선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높은 성적을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일제고사는 학교 채점 및 보고 → 지역교육청 집계 및 보고 → 시도교육청 집계 및 보고 → 교과부 집계의 방식입니다. 좋은 성적의 압박감을 지니고 있는 이들에게 채점․집계․보고를 맡겨놓았습니다. 당연히 뻥튀기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번 임실의 성적 조작이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해법은 단 하나입니다. 수능처럼 특정 국가기관이 시험 끝나자마자 시험지와 답안지를 다 걷어가서 결과처리를 해야 합니다. 전국 196만명의 학생들 답안지를 모두 수거하여 채점하고 집계하고 관련 변인과의 연관성을 분석해야 합니다. 돈과 조직, 인원만 충분하다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교과부의 개선방안은 교육청 일괄 채점 및 보고입니다. 기존의 ‘학교→지역교육청→시도교육청→교과부’ 4단계를 ‘지역교육청→시도교육청→교과부’ 3단계로 바꿉니다. 학교만 쏙 뺍니다. 학교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입니다.

4단계이든 3단계이든 간에 변함없이 ‘채점․집계․보고’ 방식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임실 성적조작 파문이 ‘자기 동네 성적’을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게 분명합니다.

수능도 일제고사 땜빵처럼 해보든가

교과부가 내놓은 방안은 여러모로 영감을 줍니다. 개선방안대로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수능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OMR 카드야 이미 사용하니까, 학부모를 감독요원으로 활용하고, 고사장 관할 교육청에서 일괄 채점 및 집계한 뒤 상부로 보고하면 됩니다.

수능 응시인원이 55만명으로 일제고사 196만명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니, 일제고사의 땜질 처방을 수능에 도입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뭐, 일제고사처럼 사고와 조작이 일어나도 비슷하게 처리하면 됩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고, 교과부는 책임지지 않고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땜질과 재활용을 해서라도 일제고사를 강행하려는 이명박 정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구멍을 그렇게 메꾼다고 새던 비가 어디로 갈 리 만무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라진 95만장의 답안지를 제외한 채, 다시 집계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교과부의 발표에 시선이 자꾸 갑니다. 전체에서 7.2%를 빼도 비슷한 경향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더 빼도 되겠네요. 경향을 보고, 여러 가지 변수와의 관계를 파악한 뒤, 대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삼고자 한다면, 일제고사가 아니라 표본조사를 해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다른 근거는 다 명분일 뿐, 오직 ‘경쟁’만이 목적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