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평준화, 강축! 고교입시 부활
1부리그 195개, 2부리그 1298개교
    2009년 04월 14일 06: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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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2009년 4월 10일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교육과학기술부령, 이하 ‘자사고 규칙’)이 제정되어 공포 및 시행된 날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자사고의 근거 법령은 2개였습니다. 하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으로, 지난 3월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27일에 공포 및 시행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하나가 자사고 규칙인데, 지난 주 금요일 공포되었습니다.

   
  ▲시험보는 학생들.(사진=MBC 뉴스 화면) 

이로써 고교평준화는 해체되었습니다. ‘중 3병’과 망국적인 과외 열풍을 잠재우고 교육의 기회 균등 등을 꾀하기 위해 1974년 서울부터 실시되었던 평준화는 35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교육사에서 장기간 지속되었던 유일무이한 제도였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생명의 불꽃이 꺼졌습니다. 그 자리에 ‘고교입시 부활’이 들어섭니다.

2009년 고교입시가 부활되는 첫 해

올해 하반기부터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시를 봐야 합니다. 전기와 후기로 나눠 학생 선발이 이루어지는데, 전기에는 전문고(실업고), 특목고, 예체능고, 특성화고, 자사고가 학생을 뽑습니다. 그리고 남은 일반고(인문고)는 후기에 선발합니다.

물론 전문고와 특목고가 학생을 선발한 건 기존에도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여기에 최대 100개의 자사고가 추가됩니다.

그래서 일반고만 놓고 보면, 먼저 과학고, 외고, 예고, 체고, 국제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가 고교입시를 실시합니다. 그리고 후기에는 기숙형 공립고를 포함하여 남은 일반고가 학생을 선발하는데, 비평준화 지역은 학교별로 시험을 보고, 평준화 지역은 선지원 후추첨이나 학교선택제를 합니다.

2008년 9월 현재 전국의 일반고는 1,493개교입니다. 이 중에서 과학고, 외고, 예고, 체고, 국제고는 95개교입니다. 자립형 사립고는 6개이고, 자율형 사립고는 최대 100개까지 지정됩니다. 다만,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는 대부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어 ‘자사고’로 통칭됩니다.

따라서 전기 입시를 보는 학교는 최대 195개교입니다. 전체 일반고의 13.1%가 먼저 학생을 뽑는 겁니다. ‘1부 리그’를 형성합니다.

나머지 1,298개 일반고는 ‘2부 리그’입니다. 이 중 비평준화 지역과 평준화 지역은 4:6의 비율이 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그렇게 보면 전체 1,493개 일반고 중에서 평준화로 인해 학교별 입시를 보지 않는 학교는 800여개 정도입니다.

학교별 입시를 보지 않는 800여개 일반고가 있기는 하나, 1부 리그를 필두로 여기저기에서 학교별 입시를 치르기 때문에, 가히 ‘고교입시의 시대’입니다. 이미 서열화되고 학교별 입시를 하는 대학을 보면, 모든 대학이 형식적으로는 입시를 하기는 하나 내용적으로는 1부 리그 대학들만 ‘입시’를 봅니다. 소위 3류 대학은 오는 학생을 고르기는 커녕 고맙습니다.

고등학교도 이렇게 됩니다. 1부 리그에 속한 13.1%의 고교는 먼저 중학생을 입도선매합니다. 학교별로 입시를 치러 학생을 고릅니다. 남은 학생은 2부 리그로 발길을 돌립니다. 서울를 예로 들면, 공정택 교육감이 25개 자치구별로 1개씩 만들겠다고 하는 자사고가 먼저 중학생을 뽑습니다. 남은 학생들은 학교선택제에 따라 선지원 후추첨을 하나, 2부 리그 일반고를 놓고 고르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사실상 평준화는 해체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올해 2009년부터 고교입시는 부활되었습니다. 지금은 제도만 만들어져서 체감하지 못하지만, 하반기의 전기 고교 입시철이 지나고 나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평준화 실시 35년만에 말입니다.

추첨으로 뽑는다고는 하나

1부 리그 고교들은 학교별로 입시를 치릅니다. 중학생은 자기 시도의 1부 리그 고교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여 원서를 넣을 수 있습니다. 과학고와 외고 등 특목고는 중학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지필고사나 면접고사 등을 실시합니다. 중학교 학생생활기록부는 기본입니다.

자사고는 ‘당분간’ 지필고사를 볼 수 없습니다. 평준화 지역의 자사고는 여기에 ‘당분간’ 추첨해야 합니다. 단계별 전형일 경우에는 서울의 국제중처럼 최종 단계에서 추첨이 이루어질 겁니다. 비평준화 지역의 자사고는 추첨하지 않아도 됩니다.

추첨은 고교 입시의 과열과 고입 사교육비의 폭등을 방지하기 위한 교과부의 장치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국제중에서 볼 수 있듯이, 최종 단계가 추첨이라고 하더라도 능력있는 집안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첨일 뿐입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1.1배수나 1.2배수 정도만 놓고 하는 추첨이라면, ‘무늬만 추첨’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사고의 최종 추첨에서 떨어지면, 다른 과학고나 외고 등에 진학할 수 없습니다. 2부 리그 고교로 가야 합니다. 따라서 중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이게 로또냐” 또는 “추첨이 말이 되느냐” 등의 여론이 형성되면서 “차라리 공정하게 지필고사를 보자”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미 보수언론이 한 차례 주장한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추첨’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 아닙니까.

교과부가 만들어놓은 또 다른 장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20% 이상 선발입니다. 하지만 이게 지켜질지도 두고 볼 일입니다. 한 차례 입시를 치른 서울의 국제중은 대놓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자사고에서 지필고사를 볼 수 없는 것도 정말 그렇게 할 것으로 믿는 국민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지필고사를 보지 않으나 실제로는 지필고사를 치르는, 여러 가지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방법이 등장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회 모습.(사진=청와대) 

이명박 정부는 당당하지 않습니다

추첨,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지필고사 금지 등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사고라는 제도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다양성’이든 ‘자율’이든 뭐라고 부르던 간에, 자사고를 빌미로 학교별 입시를 허용하는 순간 평준화는 깨지기 때문입니다. 평준화와 학교별 입시는 반대말이니까요.

이렇게 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당당하지 않습니다. 자사고 100개는 교육분야의 핵심 공약이자 역점 사업입니다. 그런데 이걸 국민적인 논의의 장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법안으로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것도 아닙니다.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행령’을 가지고 제도를 구축합니다. 사회나 국회의 토론을 거치지 않고 처리한 겁니다.

자사고 설치가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믿는다면, 평준화 해체가 대한민국 청소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이라고 여겼다면, 고교입시가 교육경쟁력 제고의 유일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다면, 떳떳하게 해야 합니다.

정정당당하게 정부의 철학과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설득 또는 합의하는 게 정도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의견을 제시하라’는 공고만 낸 채, 정부 관계자들끼리 모여 관련 법제도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지난 4월 10일의 자사고 규칙 공포 및 시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전 3월 24일에 있었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국무회의 통과도 비슷합니다. 대대적인 행사를 했어야 합니다. 평준화가 해체되고 고교입시가 부활된 건 큰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35년만에 한국 현대교육의 큰 줄기가 바뀌는데, 그에 걸맞는 행사라도 했어야 합니다. “경축! 평준화 해체!!”라는 대형현수막을 걸고, 그동안 평준화 해체를 위해 전심전력하였던 보수세력들을 모아 놓고 경축식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대통령이나 교과부 장관이 나와서 당당하게 선언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고교평준화는 사실상 해체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하고 자율적인 고교입시의 시대입니다. 그러니 청소년 여러분,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 여러분,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그리고 학부모 여러분, 사교육비 부담은 없을 겁니다”라고 만방에 고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용합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뜻깊은 날이 그저 무덤덤하게 흘러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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