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사태, 민주파에 재난적 상황"
    By 내막
        2009년 04월 10일 10: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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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자금 수수 고백이 정치권은 물론 전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설마" 혹은 "노대통령, 당신마저"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실망했다"는 반응이 일부 제기되는 가운데 "내가 오히려 죄송하다"거나, 오히려 "떳떳한 고백이 멋있다"는 류의 대중적 반응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도 있다.

    특히 대표적 친노사이트인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아이디:독고탁)는 7일 "대통령님,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갚아야 할 빚은 어쩌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것을 헤아리지 못한 것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기까지 했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분간 비정치적 강연이나 특강을 제외한 일체의 강연을 중단하겠다면서 "그분과 함께 한 시대를 살았다는 자부심은 버리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이번 사태가 "민주화운동세력에게는 재난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파장의 부정적 결과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디앙>은 박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두머리의 이상한 심리"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금 수수 고백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번 고백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그간 노무현 정부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금전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남들보다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그것이 무너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간 재벌들에게 청탁이나 돈을 받지 않고, 자기 주변의 누구라도 받으면 처벌하겠다고 이야기했으며,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받았다고 말을 했는데, 실제 드러난 결과는 자기 주변의 최측근 세력뿐 아니라 부인까지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고백도 노무현 대통령의 원래 성격상 밀려서 드러나기보다는 자신이 공세적으로 사건을 말하고 대응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전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낸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정상문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자기 밑에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식의, 어떤 세력의 우두머리로서의 이상한 심리 같은 것도 엿보이고 해서 그렇게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민주화세력에게 재난적 상황"

    –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실토가 어떤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

    =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민주화운동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 문제가 드러난 것은 민주화운동세력에게 재난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민주화운동세력에 대해 아무런 부채감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진보개혁진영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여기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또 (이번 사태의 파장이)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고백한 내용마저도 사실이 아니고 돈을 더 받았다는 쪽으로 드러나면 진짜 끝장나는 것이다. 이제는 적절하게 이 정도 선에서 노무현 정부와 민주화세력의 관계가 정리되어서 새출발을 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복잡한 심정이다.

    "지지자들 이해되지만 말은 안 돼"

    – 노사모 등 지지세력 일각에서는 제기되는 노 대통령의 고백에서 드러난 문제가 우리 정치 자체의 구조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

    = 지지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다. 노무현을 통해 한국사회나 한국정치가 뭔가 바뀌기를 기대했던 사람들로서는, 딱히 다른 사람을 지지하려고 해도 진보파들이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개혁세력들도 그저 그러니까 그런 점에 대한 실망이 자꾸 노무현을 이해해주고 싶은 정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를 선택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런 돈과 권력, 공천이 사유화되는 구조를 바꾸라는 것도 있었는데 정작 본인이 그런 것을 바꾸지 못하고 정책도 대개는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다.

    노무현 정부 5년의 결과를 되돌아보면 결국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돈을 받은 것도 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집권 말기로, 돈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하고 나서 돈을 챙긴 것이니까 더 문제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3월 ‘정치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정치해봐야 돈도 없고 고달프기만 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던 것도 이런 사태를 알고 미리 복선을 깔아놓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치해보니까 정치가 이렇더라’는 메시지를 통해 나중에 돈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 자체의 문제이지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그런 글을 미리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노 대통령의 복선?

    다른 사람과 달리 우리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사람은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데, 그런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그 동안에 유지되고 있었던 자신의 지지 기반을 여전히 사유화하려는 태도는 위험하고 좋지 않은 것이다.

    참 복잡하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비판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노사모 등 지지자들도 절망적으로 노무현을 옹호하고 싶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이 모두 한국정치의 비극 같다.

    – 노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정치자금과 관련된 제도개선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사실 진보정당의 국회의원들도 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가끔씩 흘러나온다.

    = 노무현 대통령 치하 열린우리당 다수당 시기에 ‘개혁’을 표방하면서 ‘돈 안 드는 선거’라는 방향으로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막고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정치자금법’이 지향해야 하는 핵심은 ‘돈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의 힘이 작용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었을 때 했던 정치자금법 개정은 정치와 돈의 역설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현대정치에는 돈이 들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같은 경우 핵심은 돈에 대한 접근성을 조율함으로써, 돈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힘이 가지 않을 수 있도록 노조나 이런 약자들이 자신의 이념이나 정책에 맞는 사람에게 돈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돈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된다.

    참여정부 정치개혁의 한계

    자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면 정치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곤란한 것이다. 참여정부 하의 정치인들이  사실상 이런 비극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돈에 대한 접근성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돈을 못쓰게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자들만 정치하라는 뜻밖에 안된다.

    19세기 영국에서 벌어졌던 ‘차티스트운동’에는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여성이나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에게도 선거권을 달라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시 차티스트 운동의 중요한 요구사항 중에 하나는 노조도 자기를 대표하는 사람에게 정치자금을 줄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함께 노동자대표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월급을 주라는 것이었다.

    월급을 못받는다는 이야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하라는 것인데, 그 사람들에게 월급을 줌으로써 노동자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돈을 못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돈의 힘이 작용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진보정치를 하는 사람이 사람들에게 돈을 후원받아서 쓸 수 있게 하도록 열어놓고 이후에 이 돈을 투명하게 쓰는지를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을 개혁이라고 하면서 열린우리당이 해놓아 버리니까 그 결과로 보통사람들은 기여하기가 참 어렵게 되었고, 돈 많은 사람들은 자기 돈을 가지고 정치를 주무르게 되면서 한국정치가 전체적으로 다 잘못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돈이 드는 것을 핑계로 돈 받은 것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참…(어이없다) 자기들이 그렇게 해놓은 것이지 않나. 참 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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